2023 도깨비 난리굿판 ‘사맛디-아니한가’
판소리, 월드뮤직, 국악연주 어우러져
관객도 무대도 하나가 된 마을잔치
[고양신문] 전통공연 연주단체 ‘ᄉᆞᄆᆞᆺ디’가 펼치는 국악 월드뮤직 콘서트 <2023 도깨비 난리굿판> ‘사맛디-아니한가’가 20일 일산서구에 자리한 고양문화원 야외광장에서 열렸다. 가을비가 그쳤다 내리기를 반복한 고양문화원의 야외광장에는 전통 솟대와 장승 예술가 김대현의 작품인 부리부리한 얼굴의 장승이 우뚝 솟아 눈길을 끌었다.
이번 도깨비 난리굿판의 제목인 ‘사맛디-아니한가’는 ‘우리 다시 통하여 보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통 풍물놀이 공연에서 출발한 ‘ᄉᆞᄆᆞᆺ디’ 연주단체는 우리나라 고유의 공연예술과 놀이적 측면을 다양한 형태로 담아내고 이를 통해 우리 전통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해소와 치유의 시간을 선사해왔다. 지난 2019년 부산 <사상 동네방네 사맛디 콘서트>를 시작으로 고양아람누리, 고양문화원 야외공연장, 강화도, 영덕, 합천 등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기부 공연과 축제, 놀이마당을 운영하고 음반, 뮤직비디오 출연 등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ᄉᆞᄆᆞᆺ디’의 연출자인 택후 대표는 “ᄉᆞᄆᆞᆺ디의 뜻인 ‘서로 통하다’는 의미를 살려, 이제는 우리 다시 통하여도 좋지 않느냐는 그리움과 갈망의 의미를 담았다”라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고양문화재단이 주최한 이날 공연은 경기문화재단의 예술활동 지원사업인 ‘2023 모든예술31’의 매칭 지원을 받아 열렸다.
우리에게 굿을 한다고 하면 무속신앙의 종교 제의 의미가 있는 굿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여러 의미로 종교적 굿이 아닌, 힘들고 궂은 일들을 ‘풀이’하는 신나는 마을잔치의 한마당이었다. 5회째 이어진 이번 난리굿판은 2021년, 2022년 킨텍스 고양문화원의 야외공연장에 판을 벌였다. 노래하는분수대와 원마운트가 자리를 잡은 도시 속 고양문화원의 전통 한옥 건물과 ᄉᆞᄆᆞᆺ디의 전통 연의 공연이 잘 어우러져 놀이와 공연이 하나가 됐다. 다만 올해 공연은 비가 내려 공연 전 미리 준비된 투호 놀이, 나무말타기, 나무수레, 제기차기, 딱지치기 등 다양한 우리의 놀잇감들은 이용하지 못하고 작은 무대로 자리를 옮겨 공연을 진행했다.
풍물 악기의 신나는 사물놀이 소리에 맞 시작된 공연은 부엌을 지켜주는 조왕신을 불러들이는 공연으로 이어졌다. 부뚜막의 무쇠솥을 닮은 핸드펜 악기의 맑고 신비로운 울림소리가 야외공연장 가득 울려 퍼졌다. 연주자들은 잡귀를 몰아내고 부정함을 털어내며 건강한 기운을 만방에 떨치고자 핸드펜 울림 악기를 연신 두드렸다. 하얀 스크린에는 장승 예술가의 수묵화로 관객들의 복을 기원했다.
공연은 ‘서은미’ 소리꾼의 걸쭉한 목소리로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을 재치있게 풀어낸 창작 국악가요인 ‘난감하네’ 와 쑥대머리로 유명한 ‘이몽룡아’, 희망과 감동의 노랫말이 담긴 ‘아름다운 나라’가 이어지며 관객에게 재미와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곧이어 천지를 뒤흔들 듯 천둥과도 같은 우렁찬 소리로 역동적인 대북연주가 이어지자 온몸으로 북소리의 울림과 떨림이 직접 느껴졌다. 웅장한 대북과 장구의 합주로 앉아있던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자리에 일어서 손뼉을 치며 신명나는 잔치한마당을 즐겼다. 비가 와서 공연 규모는 축소됐지만, 광장에 울리는 북소리와 관객의 함성은 더욱 크게 외쳐졌다.
한 관람객은 ”우연히 산책 중에 소리를 듣고 관람했는데, 가슴속 답답함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며 소감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