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와 떡, 책, 꽃다발 들고 온 단골들

[고양신문] 10년 동안 한결같이 점심 한끼를 차리고 있는 '줌마네' 밥집은 집밥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생각만 해도 흐뭇해지는 곳이다. 그냥 오가다 들른 사람은 거의 없다. 음식점인지 구분하기조차 어렵게 달려있는 작은 간판 아래 문을 열면 6개의 길고 짧은 테이블에 손님이 가득하다. 혼자 오거나,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온 손님들인데, 주인과 손님은 물론 손님과 손님도 친숙한 분위기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매일매일, 또는 하루 건너 온다. 대개 오는 시간대도 정해져 있다. 작은 밥집이라 한꺼번에 몰리면 줄을 서야 하기 때문에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시간대별로 찾아온다. 하루 차리는 밥은 70인분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소박한 집밥인데, 참 맛있다. 
특별할 것도 없는 소박한 집밥인데, 참 맛있다. 

메뉴는 하나, 매일 바뀌는 줌마네 집밥이다. 집에서 먹는 것처럼 주요 요리 하나에 밑반찬이 3~4개 나온다. 주요 요리가 돼지갈비찜 등 가격이 나가는 요리일 때는 반찬을 좀 가볍게 하고, 육개장 등 국에 재료가 많이 들어갈 때는 주요 요리 없이 반찬을 야무지게 낸다. 반찬은 감자조림 가지볶음 호박무침 샐러드 열무김치 등 제철 채소로 만든 요리인데, 하나하나 참 맛있다. 집에서 매일 먹는 흔한 요리지만 입맛을 충분히 만족스럽게 만들어준다. 1만원에 맞춰 주인이 정성껏 한상을 차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손님은 주인의 선택을 늘 믿고 기대한다.

지난달 줌마네 밥집은 10주년을 맞았다. 점심 식사를 겸해 열린 조촐한 잔치에는 오랜 단골들이 저마다 축하의 선물을 들고 반갑게 찾았다. 10년 동안 변함없이 맛있는 밥을 차려주는 주인을 위해 영양제를 준비한 손님, 책과 꽃을 들고 온 손님, 떡을 해온 손님 등… 김정숙 대표에겐 눈물 나게 감동적인 날이었다. 10년 전 6000원으로 시작한 밥값은 이제 1만원이 되었고, 낯선 손님과 주인은 자매처럼 오누이처럼 친근해졌다.

10년 동안 거의 매일 오고 있다는 한 손님은 점심 먹을 때마다 뭘 먹을까 고민했는데, 줌마네 밥집이 생기고 나서는 고민 없이 매일 맛있는 밥을 먹고 있다줌마네 사장님은 나의 건강을 지켜주는 고마운 분, 친정엄마 같은 분이라고 전했다.

줌마네 밥집 인근에 사무실이 있는 박상돈 조인핸드 회장 역시 4년째 단골이다. 박 회장은 찾아오는 손님이 있으면 자신있게 줌마네 밥집으로 데리고 온다매일 먹어도 느끼하지 않고 늘 맛있는데다 사장님도 친절하고 밝아서 더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97년부터 강선마을에서 살았던 김정숙 대표는 53세에 줌마네 밥집 문을 열었다. 요리를 워낙 좋아하고 즐겨하는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이 더 늦기 전에 밥집 한번 해보라고 적극 권유해 등 떠밀리다시피 시작했다. 요리는 즐거웠지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김 대표는 아무리 힘들어도 몇 가지 원칙은 고집스럽게 지켰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쓰고, 화학조미료는 쓰지 않았다. 고기는 국내산을 쓴다. 음식재료는 근처 두레생협과 송포농협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전날 구입하고 다음날 소진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집밥을 차리고 싶다는 김정숙 대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집밥을 차리고 싶다는 김정숙 대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밥집을 계속 하고 싶다는 김정숙 대표는 내가 건강해야 밥도 계속 할 수 있으니, 너무 욕심내지 않고 지금처럼 점심 한끼에 정성을 쏟겠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10주년을 맞아 확장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접었다. 대신 자신을 믿고 매일 찾아주는 가족같은 손님들의 건강을 챙기는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일에 더 충실하겠단다

*줌마네 밥집 위치 : 일산로 441번길 77

*연락처 031-914-6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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