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다툼 벌이는 고양자유학교

[고양신문] 지난해 개교 20주년을 맞은 고양자유학교(일산동구 지영동)는 초중고 과정 등 12년제로 운영하는 미인가 대안교육 기관으로 학생수 약 100명, 교사 14명이 배우고 가르치는 공간이다. 

고양자유학교에서는 학교장이 따로 없이 학부모들이 학교운영을 한다. 학부모 대표 10명과 교사대표 3명 등으로 구성된 ‘학부모대표자회’는 매년 교체된다. 그리고 교과 과정과 교과 외 여러 배움의 방식에 대해서도 학부모들과 교사의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 가령 공교육에서는 아이들의 핸드폰 소유를 자율성에 맡기지만 고양자유학교에서는 고학년 이상이 아니면 핸드폰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다든지, 과외에 대해서도 일정 정도 합의가 이뤄진 후 허락한다.

고양자유학교는 다른 아이들보다 뛰어난 아이로 커가기를 바란다기보다는 조화로운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또한 중학교 졸업할 때 즈음 아이 본인이 원한다면 검정고시를 통해 일반고등학교로 진학할 수도 있다. 그 전에 본인의 습성이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고양자유학교에 다니면서 많이 가진다. 이곳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면서 진로를 찾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20년 이상 운영되던 고양자유학교가 고양시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 갑작스러운 민원 때문에 건축물대장상 용도인 노유자시설이 아닌 ‘학교’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시설물 원상복구’ 시정명령이 내려진 것.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고양시를 상대로 ‘시정명령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재판부가 고양시의 손을 들어주자 곧바로 항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법적 다툼은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는 미인가 대안학교가 많은데 단지 ‘건축법 위반’이라는 잣대로 재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정당한 것인지 묻는 사건이라서 대안교육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고양자유학교가 고양시로부터 ‘시설물 원상복구’라는 시정명령을 받게 된 사실이 알려지자 이것이 부당하다는 의미에서 전국의 다른 대안학교로부터 응원과 지지가 이어지기도 했다. ‘고양자유학교 행정명령 취소 지지 온라인 서명운동’에 1800명이 동참하는가 하면 전국 500여개의 비인가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한 ‘대안교육연대’에서도 힘을 보탰다.

지난 7일 학부모대표자회 구성원 중 신수경, 오주철, 손미나. 박수진씨 등 4명의 학부모를 고양자유학교 현장에서 만나 현재 고양자유학교가 처한 현실과 대안교육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고양자유학교 ‘학부모대표자회’ 구성원인 (왼쪽부터) 손미나, 박수진, 신수경, 오주철씨(가명) 등 학부모가 학교 현장 2층 공부방에서 대안교육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있다.
고양자유학교 ‘학부모대표자회’ 구성원인 (왼쪽부터) 손미나, 박수진, 신수경, 오주철씨(가명) 등 학부모가 학교 현장 2층 공부방에서 대안교육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있다.

공교육에 대한 대안적 선택지 필요  
이들이 자녀를 대안학교로 보낸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가장 큰 공통분모는 공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선택했다는 점이다. 손미나씨는 처음에는 여느 학부모들처럼 자녀를 공교육에 맡겼다가 이건 아니다싶어 대안학교로 보낸 경우다. 아이가 가진 고유의 재능을 발현하는 쪽으로 교육하기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키우기 위한 교육 시스템에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을 가볍게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손씨는 “공교육으로부터 아이가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대안교육기관에서 얻지 못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교육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박수진씨는 “인생 초반 20년이 미래를 위해 저당 잡힌 아이들이 만약 20년 이후에 행복하지 않는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박 씨는 이어 “고양자유학교는 학생의 개개인의 발달단계에 맞게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고양자유학교에 보내기 전에는 아이의 발달단계에 대해 고민해본 적 없이 과도한 사교육에 치중했었다”며 현재의 결정에 대해 만족스러워했다.

오주철씨(가명)는 공교육에 종사하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 신분으로 자녀를 대안교육기관에 맡겼다. 오씨는 대안교육 움직임을 하나의 사회 운동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대안교육은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하나의 교육실험으로 공교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공교육은 국가가 만들어놓은 교육과정에 따라 이뤄진다. 민주시민 양성 같은 공교육의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입시경쟁체제에 포섭됐다. 그렇다면 공교육과는 다른 대안적인 선택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국가에만 맡겨놓을 수 없다. 부모가 아이들을 공교육기관에 보내는 것을 당연시 하지만 공교육과 다른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산동구 지영동에 위치한 고양자유학교 전경.
일산동구 지영동에 위치한 고양자유학교 전경.

실제 학교로 운영, ‘건물용도’만 중시  
이야기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고양자유학교가 처한 현실로 넘어갔다.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을 일정정도 이상을 준수해야지만 대안 ‘학교’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고양자유학교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학교로 등록한다는 것은 교육청으로부터 일정정도 관리를 받는다는 의미다. 학부모들은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를 받는다면 더 이상 ‘관리’가 아닌‘ 간섭’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교’로 등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래 용도인 ‘노유자시설’로 원상복구하라는 시정명령에 대한 부당성을 꼬집었다. 

신수경씨는 “우리가 건축물을 위법하게 증개축 했다든지, 시설이 안전하지 못하게 지어졌다면 문제시될 일이다. 하지만 저희 학부모들은 고양자유학교로 현재 쓰고 있는 건물에 대해 돈을 들여 아이들을 위해 더욱 안전하게 개조했는데 지금 문제 삼고 있다. 고양자유학교라는 공간은 아이들의 공부 공간일 뿐만 아니라 학부모 교육과 상담, 봉사활동, 공연 등 다양한 삶이 이뤄지는 공간인데도 현행법은 이 공간을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주철씨도 “법이라는 것도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인데, 현행법은 이곳에 다니는 아이들, 학부모들, 교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려하지 않고 단지 이 건물의 용도만을 문제시 하고 있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고 잘 가르치고자 하는, 사회적으로 소중한 공간인데 이러한 점은 무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교권 보장을 위한다는 교권회복법이나 아동학대처벌법 등은 본질적으로 회복이나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대안교육이 가지는 순기능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오주철씨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측면을 그다지 고려하기 않고 곧바로 법정 싸움으로 건너갈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아니다. 여기 고양자유학교는 성장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교육측면에서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대화와 합의에 의해 해결이 가능한 학교다. 공교육은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학생이 서로 단절돼 있는 측면이 있는 반면 여기서는 서로 소통하려고 한다. 이러한 점은 공교육에 대한 대안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수경씨는 “공교육은 규제로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니 배움이 무엇인가, 성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던지는 본질을 놓쳐 버린다”고 지적했다. 신씨는 이어 “학부모들이 미인가 대안교육기관을 선택했다고 해서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서 자년 교육이라는 기본권마저 포기하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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