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한국환경생태학회장
[고양신문] 유엔 인구국(UNPD)은 2022년 11월 13일 전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돌파했으며, 2100년까지 104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80억 인구는 경제활동을 위해 화석연료와 토지를 사용하면서 수백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자연자원을 감소시키고 있다. 지금과 같은 환경 압박을 지구가 감내할 수 있으면 인류와 지구는 지속가능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인류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이와같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생태발자국이라는 평가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생태발자국은 개인, 단체, 기업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소비하는 토지, 물, 에너지, 식량, 자원 등의 생태자원을 토지면적으로 환산해 나타내는 지표다. 생태발자국은 인간 활동으로 소비되는 생태용량을 토지면적으로 환산해 지구면적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인류의 소비활동이 지구의 생태용량 범위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미국 환경연구단체인 글로벌 생태발자국 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는 매년 ‘오버슈트 데이(Earth Overshoot Day)’를 발표하고 있다. 오버슈트 데이는 인류의 소비활동이 지구의 생태용량 내에서 작동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인간 활동이 지구 생태자원 능력을 초과하는 시점을 나타낸다. 오버슈트 데이는 1970년에 최초로 측정된 이후 매년 그 날짜가 앞당겨지고 있다. 1970년대 12월이었던 오버슈트 데이가 2000년대 8~9월로 접어들었으며 2021년부터는 7월로 당겨졌다. 이것은 지구가 인류를 지탱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7월이 되면 모두 소진하고, 나머지 5개월에 해당하는 자원은 미래에 사용할 자원을 미리 빌려 쓰고 있다는 의미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오버슈트 데이는 4월 2일로 세계에서 18번째로 빠르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의 오버슈트 데이는 4월 16일(2018년), 4월 10일(2019년), 4월 9일(2020년), 4월 5일(2021년), 4월 2일(2022년)로 지속적으로 앞당겨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우리 국토 면적 대비 우리 국민이 사용하는 생태용량이 4월초면 고갈되고, 8개월 이상은 미래의 생태용량을 미리 빌려서 사용해야 한다. 세계 평균에 비하면 3개월 이상 짧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 결과 국토 면적은 세계 105위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1961년에는 국내 생태계의 공급량 내에서 생태자원을 소비했지만 1960년 후반부터 우리나라의 생태자원 소비는 우리 국토의 생태계가 공급할 수 있는 생태용량을 초과해, 생태 적자인 상황에 처하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4번째로 큰 생태발자국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생태발자국은 우리 국토가 지탱할 수 있는 생태용량의 약 8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토 면적의 약 7배에 해당하는 생태용량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거나 미래세대가 사용할 생태용량을 미리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다소 낮은 국토 면적 대비 7배의 생태발자국을 가지고 있다. 우리 국민의 생태용량 소비가 일본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생태발자국을 구성하는 요인은 크게 식량, 에너지, 건물, 교통, 산업 등 5가지로 구분된다. 이 중 식량이 전체 생태발자국의 약 3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는 약 25%, 건물은 약 20%, 교통은 약 15%, 산업은 약 10%를 차지한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하루 평균 310.9g이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크게 가정과 외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2023년 1인당 가정과 외식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각각 71.48kg, 25.6kg이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외식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의 약 3배에 달한다. 우리나라 생태발자국을 구성하는 요소 중 식량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음식물 쓰레기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큰 반성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하루에 쓰레기로 배출되는 음식물의 총량은 북한 주민에게 하루 공급할 수 있는 식량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또한 2023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7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1970년 이후 약 4배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OECD 국가 중에서는 3위로, 미국, 캐나다, 호주, 룩셈부르크, 아이슬란드에 이어 높은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산업중심 국가로서,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에 따른 에너지 소비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협의 시대에 생태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절실하다. 생태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서는 적정 냉난방 온도 유지, 에너지 효율 높은 가전제품 이용, 지역농산물 이용, 육류보다 채소와 과일 더 자주 먹기, 물 절약하기, 재활용하기, 가능한 한 걷거나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과 같은 생활실천이 필요하다.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이것을 실천하지 않음으로 인해 우리가 우리 국토 면적의 8배에 해당하는 생태발자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큰 반성과 개선이 필요한 일이다. 우리가 누리는 번영만큼 생태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책임도 크다. 이 점이 바로 환경에 대해 우리가 지켜야 하는 윤리의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