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여성사전시관 특별기획전
<키우다 : 모두 함께한 육아>
다양한 자료, 영상물, 체험콘텐츠 통해
시대별 육아 역사와 공동의 가치 조명

[고양신문] 덕양구 화정동에 자리한 국내 유일의 국립여성사전시관은 지난 9월부터 ‘함께하는 육아의 어제, 오늘, 미래를 조망’하는 특별기획전 <키우다 : 모두 함께한 육아>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 제목은 남녀, 개인과 가정을 넘어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국립여성사전시관 정희정 관장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공감은 하면서도 아이 키우기가 망설여지는 이유를 고민했다. 남녀가 함께 육아를 하고 공동체가 모두 함께 육아에 동참하던 역사를 통해 진정한 양성평등이란 우리 모두의 삶을 행복하고 평온하게 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라고 전시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최근 학계 동향, 사회적 이슈 등을 전반적으로 파악해 전시 주제를 잡아 “우리 역사 속에서 ‘사람을 키우는 일’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느껴왔는지를 살펴보고 사회의 여러 단면에서 통합적으로 ‘키우는 일’에 대한 가치를 찾아보려 했다”면서 “사람들의 삶 이야기, 사회 문화적 분위기, 국가의 지원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가 다 어우러져 있다”고 강조했다.

1부 온가족이 키우다.
1부 온가족이 키우다.

전시장은 1부 2부 3부, 시대별로 나뉘어져 육아법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고, 자신의 육아경험담을 이야기하는 시민 인터뷰 영상 등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해 흥미롭게 전시를 관람하도록 구성되었다. 아버지가 들려주는 자장가 소리와 시민 인터뷰 영상에는 헤드폰을 비치해놓아 바로 앞에서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1997년 아내 없이 가족의 도움으로 ‘아빠 육아’를 했던 시민, 남자 육아 휴직 첫 세대, 변화하는 육아 문화를 직접 체감한 시민, 육아 경험을 살려 육아 상담가로 활동 중인 스타트업 대표 등 4인의 시민들이 자신의 육아경험담을 이야기하는 부분이야말로 이번 전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지금까지 변화해왔고,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 변화해갈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 육아문화의 나아갈 방향과 미래를 생각해 보고자 했습니다.”

박물관은 전시 주제와 연관해 시민대상 강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강의는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는데 1강은 지난 20일 진행됐고 11월 3일과 17일 진행되는 2·3강은 신청을 받고 있다. 전시와 함께 들으면 조선시대 육아문화를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사람을 키우는 일’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생각과 가치관, 그리고 그 무게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전시는 내년 7월까지 열린다.

전시가 열리고 있는 국립여성사전시관 입구.
전시가 열리고 있는 국립여성사전시관 입구.

<전시내용 소개>

▮1부 ‘온 가족이 키우다’

조선 이전 육아에 관한 역사 기록은 많이 남아있지 않으나, 당시 시대적 상황으로 미뤄볼 때 전통사회는 가족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육아 방식일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조선시대 주 양육자는 어머니였으나 일터와 가정이 분리되지 않는 농경사회의 특성상, 부모들은 자연스레 생업현장에서 자녀를 돌보았고 부모 외 가족구성원과 동네 이웃들까지 모두 육아에 참여하였다. 반면에 사대부가의 경우 7~8세 이후 자제의 학문과 사회화 교육은 아버지, 할아버지 등 남성 어른들의 몫으로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조선후기 어느 가족의 일상을 그린 김득신의 풍속화 <수하일가도>, 손수 지어 아이들에게 들려주었을 것이라 추정되는 문신 심익운의 자장가가 수록된 <백일집>, 할아버지가 13년간 쓴 육아일기 <흠영>.

근대적 육아법과 관련 신문자료, 책자들
근대적 육아법과 관련 신문자료, 책자들

▮2부 ‘엄마가 키우다’

육아에 대한 담론은 근대화, 산업화 등을 거치며 입체적으로 변화하였다. 특히 근대화와 함께 등장한 현모양처는 여성이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는 것을 이상적인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로 규정하였다. 

다만, 현모양처는 남성이 가정 경제를 확실히 책임져야 가능했는데 사회, 경제적으로 비교적 열악했던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까지는 아내가 가족의 생계와 가사일, 육아까지 모두 책임지는 경우가 많았다. 어른들로부터 육아법 등을 전수받았던 이전 전통사회와 달리, 근대사회는 근대교육을 통해 아이를 키우기 시작한 사회였다.  <육아 안내서>, <가정교육교과서>가 등장했고 육아법이 기록된 다양한 신문기사 자료들이 남아있다.

1970년대에는 핵가족화 되며 조부모마저 육아에 참여하지 않게 되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남성은 바깥 일, 여성은 집안 일’이라는 성 역할 고정관념이 확산되었다. 1970년대 후반에 이르러 남성이 가장으로서 생계를 홀로 책임지는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여성 혼자 일과 육아, 가사 일까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의 역사가 본격화되었다.

육아 경험담을 들려주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관람객.
육아 경험담을 들려주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관람객.

▮3부 ‘함께 키우다’

1980년대 이후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경제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여성취업률이 증가하는 등 여성의 사회진출은 늘어났다. 아울러 일과 육아를 둘러싼 인식과 여러 제도들의 변화가 시작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과 활약이 부각되며, 육아를 오롯이 여성에게만 전가시켜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부모는 물론 사회가 모두 육아에 동참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점차 확산되었는데, 이는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1995년 남성 배우자의 육아휴직제도 마련, 2007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2014년 남성육아휴직 촉진을 위한 ‘아빠의 달’ 도입으로 이어지게 됐다.

국립여성사박물관 
고양시 덕양구 화중로 140번길 50
문의  031-819-2288
인스타그램  @herstory.museum

다채롭게 구성된 전시콘텐츠.
다채롭게 구성된 전시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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