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북토크 등 잇단 행사
“시청사 이전 여론전” 비판
[고양신문] 고양시가 시청사 이전을 일방 추진하고 있는 백석동 업무빌딩 활용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달 들어 시 간부회의, 정책토론회, 기업인 조찬간담회 등 시 내부 회의뿐 아니라 외부 행사도 잇따라 열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 일각에서는 “업무빌딩 용도가 정상적인 행정절차를 거쳐 합의되지도 않았고, 인테리어 공사나 리모델링 착수 여부도 불투명한 텅 빈 건물에서 다양한 행사를 여는 것은 다분히 여론전을 염두에 둔 의도적 행위”라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앞서 고양시는 8월 18일 언론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현장투어 브리핑을 열며 업무빌딩을 대외적으로 처음 공개했다. 이후 한동안 업무빌딩에서의 공식 일정이 눈에 띄지 않다가 이달 들어 4건의 크고 작은 행사를 열었다. 11일에는 업무빌딩 20층에서 ‘현장 간부회의’를, 12일엔 1층 로비 공간에서 ‘자유로 지하화 프로젝트 2차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24일에는 좀 더 규모가 큰 행사가 열렸다. 고양에서 활동하는 기업 대표와 경제인들을 초청해 의견을 청취하는 ‘조찬간담회’를 20층에서 열었다. 간담회에는 기업·경제인과 관련부서 공무원 등 9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로도 백석 업무빌딩에서 열리는 행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백석 업무빌딩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자치행정국 재산관리과 관계자는 “11월에도 6~7건의 행사가 백석 업무빌딩에서 열리는 것으로 계획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달 8일 백석 업무빌딩 3층 강당에서 ‘은희경 소설가 초청 북토크’를 연다고 밝혔다.
이들 행사 성격을 보면, 참여 대상과 범위가 점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시 자체 회의에서 시작해 부서 기획 세미나, 지역 경제인 초청 간담회에 이어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문화행사까지 백석 업무빌딩을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각각의 행사를 주최하는 부서 담당자들은 “백석 업무빌딩이 시 재산으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선택지가 추가됐고, 비용과 편의성 등을 고려해 이곳에서 행사를 열려는 요청들이 이어지는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재산관리과 관계자 역시 “부서에서 필요에 의해 사용 요청을 하면, 협의를 통해 사용여부를 확정한다”면서 “사용 요청이 이어지는 상황이라 조만간 시청 내부망에 백석 업무빌딩 사용요청 프로그램을 새로 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청사 백석 이전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러한 행사가 “공무원들과 시민들에게 업무빌딩의 용도가 ‘시청 이전’으로 최종 결정된 것처럼 받아들이도록 홍보전을 펼치는 것”이라며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실제로 18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이동환 시장과 이정형 부시장은 각 부서 주최 각종 회의나 간담회 등에 “가급적 백석 업무빌딩을 적극 활용할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들 행사가 열릴 때마다 시는 매번 사진과 함께 보도자료를 내며 ‘이날 행사는 청사 이전 예정인 백석 업무빌딩에서 진행됐다’는 등의 문구를 삽입하고 있다. 행사 당일에는 참가자들과 업무빌딩 시설을 둘러보며 브리핑하는 시간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의회 김해련 건설교통위원장은 “업무빌딩 용도에 대해 시의회 동의나 행정절차가 전혀 결정된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 대내외적 행사를 반복해서 열면 시민들에게 시청 이전이 확정된 것 아니냐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게 될 것”이라며 “이는 의회를 철저히 무시하고 시민을 우롱하는 행정”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