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롱코비드(long COVID), 만성코로나후유증이라고도 한다. 고양시 교통 전체가 롱코비드를 앓고 있다. 고양시는 인구 108만의 대도시라고 믿기 힘들 만큼 교통체계가 열악하다. 도대체 특례시가 되고 나서 고위직 공무원 자리가 더 생긴 것 말고 무엇이 좋아졌는지 의문이다. 특히 팬데믹으로 악화된 버스 이용 환경은 방치되고 있는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이하 대광위)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버스 체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해 보았다.

첫째, 배차가 줄었다. 이용자 입장에서 버스 이용의 ‘시간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일산동구를 지나는 광역버스들의 일일 운행횟수를 다 합치면 평일 기준 2019년에는 1893회였다. 올해에는 1372회로, 무려 27.5% 줄었다. 배차가 줄면 배차 간격이 느는 법. 이제 830번, 921번, 1900번 버스는 배차 간격이 평균 80분에 육박한다. 이 외에도 많은 광역버스들의 배차 간격이 두 배 이상 늘었다. 배차 간격이 긴 버스는 출퇴근용으로 부적합하다. 한번 놓치면 다음 버스를 타기 위해 80분을 기다려야 하는데 누가 그리하겠는가?

둘째, 알짜노선을 중심으로 노선이 일원화됐다. 이는 버스 이용의 ‘공간 접근성’이 악화됐다는 뜻이다. 1000번 버스는 오히려 운행횟수가 늘어난 드문 경우에 속한다. 버스 업체가 1100번, 1200번, 1900번을 줄이고 1000번을 증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서울 시내에서의 노선이 거의 겹치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일산 내에서의 노선은 네 버스가 다르다는 점이다. 결국 일산을 가로지르는 중앙로 근처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강북으로 가기가 까다로워졌다. 

마찬가지로 영등포로 가는 버스는 1500번으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성석동에서 출발해 영등포로 가던 871번 버스는 지난 8월 아예 노선이 폐지됐다. 강남으로 가는 버스 역시 9711번으로 집중되면서, 중앙로에서 멀리 사는 고양시민들은 서울 어디든 버스편으로 가기가 전보다 불편해지고 말았다.

셋째, 승객이 줄었다. 버스 이용에 대한 시민들의 ‘심리적 친숙도'가 낮아졌다는 뜻이다. 코로나 기간 동안 많은 시민들이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을 이용하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혹 다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마음먹어도 위에서 보인 불편 사항들을 몸소 겪고 나면 단념하게 되기 일쑤다. 승객이 줄면 버스 노선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낮아지니 회사는 배차를 더 줄인다. 악순환이다. 승객 감소는 신규 노선이 들어오는 것도 막는다. 지난해부터 국토부 대광위가 식사동~여의도 M버스 노선을 입찰에 부치고 있으나, 현재까지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승객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이렇게 장기간 노선이 유찰되는 경우는 수도권 대도시 중 유일무이하다. 

정말이지 버스업체들이 자력으로 살아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작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배럴당 122.5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좀 떨어지는 듯하더니 다시 오름세로 반전됐다. 요즘에는 90달러 주변을 맴도는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스라엘 전쟁까지 발발했으니 확전 우려로 국제유가의 전망은 어둡기만하다. 

이뿐이랴. 코로나 기간 동안 많은 버스 기사들이 배송 업계로 직장을 옮겼다. 요즘 길에서 버스기사 상시모집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승객감소, 고유가, 인력난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버스업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버틴다면 어떤 방식으로 버티게 될까? 버스업계의 쇠락이 지속될수록 시민들의 불편은 점점 커질 것임이 자명하다.

이제 정말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선거가 다가오면 정치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전철 이야기를 한다. 물론 전철 중요하다. 문제는 전철 이야기만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실생활을 생각하면 서해선이나 GTX 못지않게 버스도 중요하다. 특히 GTX가 신설되고 인천2호선이 연장되는 일산서구와 달리 일산동구는 당장 전철에 기대를 걸 만한 소식이 없다. 신분당선 연장부터 좌초되지 않았는가. 

정진경 전 청와대 행정관
정진경 전 청와대 행정관

신분당선을 일산까지 끌어오겠다고 호언하던 시장과 국회의원들은 정작 사업이 무산되자 말 한마디 없다. 일이 어그러졌으면 현실적인 차선책이라도 강구하는 것이 책임있는 정치 아닌가. 지역 교통 개선의 책임을 다하려거든 최소한 버스 문제라도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최소한 버스 문제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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