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유현정 미디어교육활동가

고양시 곳곳 문화·미디어교육 진행
정신장애인들의 속내 담은 책 출간 
“사람과 사람 이어주는 게 예술의 힘”

스스로 찍은 자화상. [사진제공=유현정]
스스로 찍은 자화상. [사진제공=유현정]

[고양신문] 생활사진가, 인권평화교육가, 일상예술교육활동가, 숨쉬는미디어교육자몽(이하 자몽) 공동대표. 모두 유현정 미디어교육활동가를 지칭하는 말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진을 좋아해서 동아리 활동을 했고,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면서 장애인, 경도인지장애 노인에 대한 작업을 하며 청각장애인 잡지 제작에도 참여했다. 졸업 후에는 언론시민단체에서 VJ(비디오 저널리스트)로 활동했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20대 중반에 결혼한 후에는 대화동에 있는 도토리미디어사랑방에서 미디어교육을 시작했다.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이 많아 주로 노인, 여성,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미디어교육을 하고 있다. 

어느덧 20년 차 교육활동가로 쉬지 않고 일을 계속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갑자기 일이 없어져 한동안 일을 쉬어야 했다. 
“일할 곳이 없다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거의 3년의 공백기 동안 인생 공부를 많이 했죠. ‘존엄’의 가치가 하락한 이유를 생각하다 인권공부를 시작했고, 민주시민강사 수업을 들으며 인권과 평화 키워드를 묶어 미디어관련 교육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숨쉬는미디어교육자몽이 엮은 책 『어느 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숨쉬는미디어교육자몽이 엮은 책 『어느 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그가 몸담고 있던 자몽에서 세상과 교감하고 싶은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엮은 『어느 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라는 책을 세상에 선보였다. 자몽은 어린이, 장애인, 노인, 다문화 가족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층위를 대상으로 문화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 교육했다. 2010년부터 정신장애인 라디오 교육을 시작하면서 2019년에는 정신장애인이 만드는 라디오방송 '마인드라디오'를 개국했다. 많은 정신장애 당사자의 목소리를 정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방송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지만 운영은 쉽지 않았다. 라디오 방송과 유튜브 방송을 제작해 400여 개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냈지만 2022년 12월 30일 마지막 방송을 했다. 

“정신장애인들의 삶을 나누고 그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 때로는 스쳐 가기도, 오랫동안 서로를 살피기도 하며 10년을 함께해 왔어요. 그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게 되어 정말 기뻐요. 어렵게 꺼낸 그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과 따뜻한 시선으로 귀 기울여 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믿고 함께 해준 ‘빈빈책방’ 출판사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표지, 색, 편집디자인까지 세세하게 신경써주시며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정말 애 많이 쓰셨거든요.”

빈빈책방에서 진행한 ‘사진, 다정한 돌봄’ 수업. [사진제공=빈빈책방]
빈빈책방에서 진행한 ‘사진, 다정한 돌봄’ 수업. [사진제공=빈빈책방]

유현정 활동가는 마포, 은평 지역에서 일을 하다가 몇 년 전부터는 고양시의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과 만나며 문화예술과 미디어수업을 하고 있다. 금년에는 ‘기찻길 옆 인문학, 100년의 시장을 기록하다’(일산도서관), ‘프레임 속 프레임’(토당청소년수련관), ‘사진, 다정한 일상의 돌봄’(빈빈책방)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특수학급 청소년들과 수업을 하면서 예상치 못한 신선한 질문을 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의욕이 생겼다고 한다. 

작년에는 일산도서관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사용법에 대한 수업을 했는데, 정보 격차가 곧바로 삶의 질과 연관되기에 수업을 하면서 누구든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 무얼까 생각했다. 

토당청소년수련관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한 프로그램. [사진제공=이미선]
토당청소년수련관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한 프로그램. [사진제공=이미선]

유현정 활동가는 “지역사회에서 어느 누구도 배제시키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면서 “그런 방법 중 사진이미지로 내 얘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이런 게 바로 예술이 주는 힘”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 내 다양한 동아리가 생겨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저는 인복이 많은 것 같아요. 아이가 어릴 때 만나 동네에서 함께 육아하며 모였던 사람들 덕을 많이 봤어요. 여전히 만나서 북클럽도 하고 있고요. 청소년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토당청소년수련관 사회복지사, 지역 주민들의 문화활동을 다채롭게 지원하는 일산도서관의 직원들, 동네 사랑방 빈빈책방 여러 곳에서 수업하며 만났던 좋은 사람들 덕분에 앞으로 더불어 ‘잘 살아가는 법’을 계속 찾고 있습니다.”

성격이 급하고 말도 빨라서 조금 더 천천히 살아보려고 ‘달팽이’라고 별명을 지었다는 그는, 누구나 편하게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토리미디어사랑방 때부터 “달팽쌤”으로 불렸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사람들이 연대하며 살아가야하는 마을, 학교, 기관에서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많은 사람의 꿈을 표현하고 그 꿈들을 세상과 공유하며 다정한 일상의 돌봄을 확장하고 싶다는 유현정 활동가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인스타그램 0506_snail)

‘프레임 속 프레임’ 사진전. 고양시 소재 3개 학교(도래울고, 무원고, 저현고)의 특수학급 청소년들이 사진작가가 되어 생각과 감정, 아름다운 순간들을 사진으로 담아낸 활동이다. [사진제공=유현정]
‘프레임 속 프레임’ 사진전. 고양시 소재 3개 학교(도래울고, 무원고, 저현고)의 특수학급 청소년들이 사진작가가 되어 생각과 감정, 아름다운 순간들을 사진으로 담아낸 활동이다. [사진제공=유현정]
일산도서관에서 진행한 ‘기찻길 옆 인문학, 100년의 시장을 기록하다’. [사진제공=일산도서관]
일산도서관에서 진행한 ‘기찻길 옆 인문학, 100년의 시장을 기록하다’. [사진제공=일산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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