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스포츠를 이끄는 사람들
박재이 고양시e스포츠협회장
올해 7월 출범해 도약 준비
이달 25일 첫 협회 주최 대회
열기 속 주요 경기 고양서 개최
[고양신문] 지난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큰 관심을 끈 종목 중 하나는 e스포츠다. 아시안게임 최초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 리그오브 레전드 부문에서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딴 것. 더욱이 경기 현장에 모인 수많은 관객이 화제가 되면서 e스포츠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고양에선 어떨까. 항저우아시안게임 이전부터 고양시에서는 주요 e스포츠 대회가 꾸준히 열렸다. 지난 6월 오버워치 리그의 글로벌 토너먼트가 킨텍스에서 열렸고 지난해 4월에는 10주년을 맞이한 리그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가 첫 결승전을 열며 LCK의 초반 흥행을 함께 한 킨텍스에서 스프링 결승전을 열기도 했다.
박재이 고양시e스포츠협회장은 킨텍스에서 열리는 e스포츠 대회를 보며 "마이스산업의 중심인 킨텍스와 e스포츠가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e스포츠 흥행에 비해 전용 경기장, 인프라 등 공백이 있다는 걸 깨달았고 고양시 e스포츠의 활성화에 앞장서고자 몸소 나섰다.
박 협회장은 입시학원을 운영하며 아이들과 교류할 시간이 많았다. 힘든 입시 과정 중 아이들에게 e스포츠가 동기부여 역할을 한다고 느껴 아이들이 e스포츠를 즐기도록 했다.
“학생들에겐 e스포츠가 마시멜로같은 역할을 하죠. 힘들어하다가도 게임 이야기가 나오면 눈을 반짝거려요. 먼저 ‘이거 끝내면 선생님이 스타크래프트 한판 해줄게요’라고 제안하기도 했어요. 단기 목표를 주니 학습 능률도 올라가더라고요. 프로 선수가 아니어도, 몸을 역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스트레스 해소의 창구가 돼요.”
고양시e스포츠협회는 올해 7월 창립했다. 박재이 협회장을 필두로 박현수 사무총장과 이정원 부회장 등 e스포츠에 일가견이 있다는 이들이 모였다. 협회에서 창립 이후 가장 처음 주최하는 대회는 오는 25일에 열리는 ‘LOL 고양시 고교최강전’이다. 같은 날엔 8개 대학의 행정학과 교류단체인 ‘동행’의 대회도 펼쳐진다. ok저축은행 e스포츠팀인 '브리온'의 고문을 맡고 있다는 이 부회장은 “이날 고등학생 선수들이 대학생 선수와 실제 프로 선수들까지 만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e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e스포츠를 향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박 협회장의 생각이다. 주로 청소년들이 즐기면서 e스포츠에 대한 걱정과 왜곡된 인식, 규제가 생겼다는 것.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교육환경보호구역의 설정 등)에 따르면 학교 경계 또는 학교설립예정지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200m 범위 안의 지역을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정하고 해당 구역 안에는 유해시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 유해시설에 PC방과 오락실이 포함됐는데 박 협회장은 이 점을 지적하며 게임 문화가 아직은 폐쇄적이라고 설명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덕에 e스포츠를 달리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처음엔 어려움도 있었지만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죠.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시간만큼 e스포츠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게 아이들에게 고무적이에요. 이것도 하나의 문화라는 걸 인식할 수 있도록 협회가 앞장 서야죠.”
최근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내면서 e스포츠를 향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면서 유해하다는 인식으로부터 변화의 움직임도 보인다. 박 협회장에 따르면 한국이 종주국이자 많은 에이스가 분포돼 있기 때문에 직접 배우러 한국에 오는 이들도 많다. 또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보니 방과후 수업으로 채택되거나 e스포츠 감독, 에이전트 등 다양한 직업이 생기기도 했다.
e스포츠 문화의 변화를 몸소 느낀다는 이정원 부회장은 최근 동문 후배들로부터 동창회를 PC방에서 열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부회장은 “이런 흥미로운 변화가 다른 아이디어도 이끌어내줄 것”이라며 “동창회배 2030대회나 선후배가 교류하는 스타크래프트 대회, 연고전과 같은 학교 대항전의 이벤트 경기 등 다양한 곳에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고양시를 e스포츠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힘쓰고 있다. 먼저 고양시에 전문 트레이닝 센터 ‘캠프원’을 두고 있는 한화생명e스포츠의 연고지를 고양시로 하는 것과 대회를 열 수 있는 전용경기장 건립 등을 계획하고 있다. 내년엔 킨텍스의 인프라를 활용해 국제대회를 유치할 예정이다.
e스포츠는 마이스 산업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브리온 선수들과의 만남을 관광상품으로 내놓는 것과 같이 비즈니스 측면에서 관광과 연계하는 것도 e스포츠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박 협회장의 설명이다. 때문에 협회는 전용경기장을 관객이 모여 직접 현장을 느끼고 선수들과 호흡할 수 있는 공간뿐 아니라 e스포츠 복합문화 공간으로 조성한다.
“올해 창립했다 보니 아직 결정된 건 없어요. 전용경기장도 준비하고 있는데 전용경기장 건립 전 대회를 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원마운트에 공간을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 가지 활성화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