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소방 100년 기념

의용소방대 발전을 위한 전략적 세미나

고양소방 100주년을 맞아 열린 '의용소방대 발전을 위한 전략적 세미나' 현장.
고양소방 100주년을 맞아 열린 '의용소방대 발전을 위한 전략적 세미나' 현장.

[고양신문] 고양소방 100주년을 맞아 의용소방대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세미나가 9일 열렸다. 원당종합사회복지관 지하1층 강당에서 열린 본 세미나에는 정요안 고양소방서장을 비롯한 소방·복지 관계자들과 시민 70여 명이 함께했다. 이날 세미나는 의용소방대의 역할과 현황, 개선점을 담은 주제 발표와 전문가 토론회로 구성됐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의용소방대는 전국적으로 3900여 소방대, 9만6000여 대원을 보유한 체계적 인 민간자원봉사조직이다. 고양소방서에도 8개의 지역대마다 각각 50~60여 명의 의용소방대 원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의용소방대는 본연의 임무인 소방관련 출동업무와 더불어 국민생활에 기여하는 다양한 활동도 함께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봉사활동을 지속한 단체가 바로 의용 소방대였다. 하지만 그동안 활동영역이 관행적 자원봉사에 그치고 있다는 아쉬움도 따랐다. 이러한 문제의 식을 바탕으로 이날 세미나는 복지기관과 시·도의회, 언론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우리사회의 소중한 사회적 자본인 의용소방대의 잠재력을 보다 주체적이고 효율적으로 모색하는 데 초점이 모아졌다.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곽미숙 경기도의원, 권선영 고양시의원, 최희천 아시아안전교육진흥원 연구소장, 유경종 고양신문 기자, 황의철 원당종합사회복지관장, 송미령 지축종합사회복지관장, 임채선 고양의용소방대 남성연합회장이 참여해 차례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분야별 토론자들의 이야기가 끝난 후에는 시민 질의 시간이 이어져 열기를 더했다.

소방대의 지속성이 관건쌍방향 제안하는 지역협력
세미나의 시작을 연 첫 번째 발표 주제는 ‘지역사회-의용소방대 협력’이다. 발표를 맡은 황의철 원당종합사회복지관장은 “우리 복지관과 의용소방대가 함께한 지난 16년 동안 ‘사회복지’ 관점에서 소방 봉사 현장을 지켜봐 왔다”라며 “복지관-소방대가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지역과의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면 지역사회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의철 원당종합사회복지관장.
황의철 원당종합사회복지관장.

황의철 관장이 강조하는 것은 ‘지속성’이다. 사회복지기관에 등록해 활동한 자원봉사단체 대부분이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해체된 만큼, 관심과 배려 속에서 대원들의 활동 만족도를 높여 의용소방대 조직의 지속성을 강화하자는 것. 그는 “그간 봉사단체들이 와해한 이유가 활동 부족보다는 봉사자의 만족도 문제였기에 의용소방대원의 처우 개선이 필수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지속성과 신뢰가 뿌리 내렸다면 그다음 단계는 ‘짜임새 있는 협업’이다. 황 관장은 “현재까지는 사회복지기관에서 적절한 안전·생활 관련 봉사 프로그램이 생기면 의용소방대에 도움을 요청하는 식으로 운영했다”라며 “앞으로 소방대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등 쌍방향 제안이 이어진다면 적극적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원 역할 적극 확대, ‘자생력 강화

최희천 아시아안전교육진흥원 연구소장.
최희천 아시아안전교육진흥원 연구소장.

두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최희천 아시아안전교육진흥원 연구소장은 ‘의용소방대 효율적 조직 운영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담론을 이어갔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의용소방대의 역할 확장이다. 기존에 담당하던 소방업무 보조를 넘어 교육·생활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지역서비스의 한 축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는 것.

최 소장은 “지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의용소방대의 역할이 전통적인 화재 진압 보조에서 광범위한 안전 활동으로 확장됐다. 독거노인 생활 지원, 생활안전 각종 교육·예방 홍보 활동 등 업무 범위가 넓어지며 일의 양이 2배가 됐다”라며 “그러나 늘어난 역할을 감당할 충분한 인력, 전문성, 네트워크 등이 아직은 부족하다”라고 밝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지역에 꼭 맞는 의용소방대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으로 최 소장은 ‘자생력 강화’를 꼽았다. 의용소방대가 단순히 정규 소방관을 보조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정책·결정을 수립해 사회 안전에 기여하는 쪽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중앙정부에서 의용소방대를 위한 표준을 지정하고, 전문교육·수당 등을 정규소방관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신뢰·자부심 기초한 - 협력

(왼쪽에서부터) 유경종 고양신문 기자, 권선영 고양시의원, 곽미숙 경기도의원, 송미령 지축종합사회복지관장, 임채선 고양의용소방대 남성연합회장.
(왼쪽에서부터) 유경종 고양신문 기자, 권선영 고양시의원, 곽미숙 경기도의원, 송미령 지축종합사회복지관장, 임채선 고양의용소방대 남성연합회장.

전문가 토론회의 시작은 지역정치인들이 열었다. 곽미숙 경기도의원은 “의용소방대 활동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원 개개인이다. 그러나 아직 의용소방대로부터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건의를 받아본 적이 없다”라며 “역으로 현장 개선에 대해 제안을 해주시면, 조례·예산 등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다”라고 대원들의 제도 참여를 부탁했다. 권선영 고양시의원 또한 “앞으로는 시의회와 의용소방대가 적극 나서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송미령 지축종합사회복지관장은 “우리 복지관이 관할하는 고양동·효자동에서 1인 가구가 총 880곳이고, 이 중 68% 정도가 어르신들이다. 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 11명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나 인력이 부족해 어려운 면이 많다”라며 “의용소방대가 복지관, 지역의 유관기관들과 협력한다면 그동안 바꾸지 못한 것들을 함께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언론을 대표해 참석한 유경종 고양신문 기자도 “앞서 황의철·송미령 관장님께서 민-관 협력에 관한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 주셨다. 그러나 의용소방대가 자부심과 자신의 책임으로 운영되는 조직인 만큼 의용대원들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관에서 민을 ‘관리’한다는 개념이 아닌,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용소방대가 예산·업무 등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율적 조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참석자 질의시간에 발언 중인 김영덕 고양소방서 원당남성의용소방대장.
참석자 질의시간에 발언 중인 김영덕 고양소방서 원당남성의용소방대장.

분야별 전문가뿐 아니라 의용소방대원들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토론자로 참여한 임채선 고양의용소방대 남성연합회장은 “현재 경기도에서 지원받고 있긴 하지만, ‘고양’이라는 지역적 특색을 강화해 긍지와 자부심을 높여야 한다. 젊은 후대 의용소방관들의 참여도 적극적으로 격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석자로 참여한 김영덕 고양소방서 원당남성의용소방대장은 “대원들이 모두 생업이 있다 보니,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가 어렵다. 정원인 60명을 채우기도 어려운 만큼 제도권에서 예산확보보다는 인력확보 방안을 고민해 주셨으면 한다”라고 토로했다.

끝으로 세미나를 주최한 고양소방서 정요안 소장은 “의용소방대원·복지관뿐 아니라 자원봉사단체·경찰·언론·의회 등 기관이 모여 함께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지속 운영하는 협의체가 절실한 상황이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지역 봉사 협의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요안 고양소방서장.
지역 봉사 협의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요안 고양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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