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3일 고양시에서 한국갤럽을 통해 일산구민 1,000명을 대상으로 분구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분구 사실을 인지하는지 묻는 항목에선 ‘알고 있다’가 56.7%, ‘모르고 있다’가 43.4%, 분구를 찬성하느냐는 항목에는 ‘찬성’이 37.5%, ‘반대’가 29.8%, ‘모름’이 32.7%로 나타났다.

사실 이 여론조사도 시청이 반대하는 시민의 요청에 떠밀려 실시한 것인데 그 결과의 확인도 없이 같은 23일 경기도에 분구신청안을 서둘러 올렸다고 하니 애초부터 귀중한 예산을 들인 여론 조사를 시청은 형식적인 요식행위로 생각하고 있었던 셈이다. 무엇이 그리 다급한지 시의 속사정을 묻고 싶다.

여론조사에서 문항 내용 등을 사전 협의하고 분구 내용을 승강기 안에 게시해 주민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홍보해야 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는데도 시 당국은 당초의 약속은 무시해버린 채 사전 홍보도 없었고 여론조사 문항에는 시의 입장만 유리하게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내용만 담았다.

여론조사를 의뢰하게 된 배경을 전혀 모르는 갤럽이 의뢰자인 시의 요구만 수용한 결과 설문지에는 반대 이유인 과대예산ㆍ분구경계ㆍ분구시기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들어있지 않아 처음부터 반대 입장을 선택할 여지는 막혀 있었다.

이처럼 부당한 절차로 이뤄진 여론조사에서도 실은 찬성이 3/1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반대여론은 무시하고 강행하겠다고 서두르는 시 당국은 시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열린 시정을 펼치겠다는 취임 초기의 약속을 벌써 잊어버린 것인가?

오늘날 고도로 발전된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는 기업체나 시민들의 생업이 성실한 서비스 정신 없이는 경쟁에 살아남을 수 없고 선진국에서는 정부 공직자 사이에도 민간의 서비스 경쟁을 앞다퉈 도입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 나라의 공직자들은 아직도 경쟁이 없는 무풍지대에서 권위주의와 안일무사에 물든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노조까지 만들어 자기 이익을 지키려 애쓰는 공직자들이 자신의 고유한 책임인 대민서비스를 개선하는 일은 왜 이렇게 소홀히 하는지 묻고 싶다.

더욱이 이번 분구안의 목표가 공무원을 늘려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선전한 시 당국이 예산을 축내지 않으려면 먼저 시민을 속이지 않는 공직자 윤리부터 세워야 할 것이다.

<허영미· 예산감시네트워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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