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 보장 위한 시민 토론회>

고양학생자치연구모임 가론 주최
18일 마두청소년수련관서 열려
고양시민학생인권 인식도 조사 발표

[고양신문] 경기도교육청이 교권 강화의 방안으로 학생인권조례안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학생인권 토론회를 통해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고양학생자치연구모임 가론(이하 가론)이 지난 18일 마두청소년수련관에서 ‘고양시민 학생인권 인식도조사 결과 발표 및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시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가론이 실시한 ‘고양시민 학생인권 인식도 조사’의 결과를 분석하고 학생인권 강화 과제 및 후퇴 방지 방안을 위해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해련 시의원(더불어민주당, 정발산·일산2·중산1·2), 고형복 수련관장 등이 참석했다.

토론에는 좌장을 맡은 신정현 제10대 경기도의원을 비롯해 수영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활동가, 신재용 정의당 고양시일산위원회 청소년 당원, 보란 마송고 교사·교육노동자현장실천 활동가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홍승우 고양학생자치연구모임 가론 활동가.
홍승우 고양학생자치연구모임 가론 활동가.

토론에 앞서 홍승우 가론 활동가의 ‘고양시민 학생인권 인식도 조사 결과 발표’ 발제가 진행됐다. 가론은 고양시민 등을 대상으로 구글폼을 활용해 두 달간 총 214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교사의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해 학생인권을 제한하고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교사의 노동권 보장이 학생 인권 침해로 이어져선 안 되며 학생 인권과 교권 모두 보장돼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57.9%로 가장 많았다. 반면 '학생 인권이 교권을 침해한 면도 있으며 학생인권이 제한될 필요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9.6%, '학생인권 정책이 교권을 추락시켰고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돼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8%로 나타났다. 

홍 활동가는 이번 설문조사 분석을 통해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다 △학생인권조례의 효능감이 높다 △여전히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교권과 학생인원의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등의 시사점을 들며 “언론과 정치권에서 학생인권과 교권을 대립구도로 만들어 놓고 몰고 가는 경향이 있는데 복잡하게 얽혀있는 부분을 학생인권조례 개정이 해답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학생인권조례‘에서 인권 삭제한 
경기도교육청

이어진 토론에서는 첫 발언자로 수영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활동가가 나섰다. 그는 지난 9월 20일 경기도교육청의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짚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학교와 교육을 둘러싸고 교권회복 요구가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부가 교권회복의 해답으로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내놓으면서 경기도교육청도 학생인권조례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내놓은 개정안에서는 조례의 명칭을 ‘학생권리책임조례안’으로 변경하고 학생인권 보장의 상세한 내용이 대폭 축소됐다. 

수영 활동가는 “첫 학생인권조례 제정 지역으로서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의 입법모델이 되고 인권의 시대를 선도했던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의 이름에서 인권을 지우고 ‘학생권리책임조례안’을 발의했다”며 “반인권적 감수성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영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활동가.
수영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활동가.

다음 순서로 나선 신재용 정의당 고양시일산위원회 청소년당원은 입시경쟁이 청소년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발표한 ‘2023 아동행복지수’에 따르면 2023년 아동·청소년의 행복 정도는 2년 전에 비해 0.02점 낮아진 1.66점이다. 수면시간도 23분 줄었지만 공부시간은 44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재용 당원은 “학생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정규 수업에 더해 보충 수업, 야간 자율 학습, 사교육까지 한다”며 “극심한 입시 스트레스와 과도한 공부량은 청소년의 건강권과 생존에 큰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입시경쟁은 청소년인권 보장에 있어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라며 “청소년인권 논의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입시경쟁 철폐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신재용 정의당 고양시일산위원회 청소년당원.
신재용 정의당 고양시일산위원회 청소년당원.

“죽음의 입시경쟁 현장에서
청소년과 교사는 한 배를 탔다”

보란 교육노동자 현장실천 활동가이자 마송고 교사는 ‘교권’이 교사를 위하는 것 등으로 여겨지며 학생과 보호자가 교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일 자체가 교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인식된다고 짚었다. 보란 활동가는 “교사를 포함한 교육노동자들은 교육정책의 맹목적 대상이자 현장 실행자로 전락하고 학생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의 관리와 통제 대상으로 전락한다”고 설명했다. 

보란 활동가는 ‘교권’이 획일적이고 비인간적인 경쟁 교육 환경 속에서 국가가 공인하는 체벌과 폭력을 자행할 수 있는 권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소위 ‘학생답지 못한’ 행동을 하거나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을 때 자기 의사를 스스로 표현할 기회조차 없이 교실 밖으로 분리돼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받는 것이다. 정당한 교육활동이라는 명목으로 간접 체벌과 정서적 학대가 공공연하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보란 교육노동자 현장실천 활동가이자 마송고 교사.
보란 교육노동자 현장실천 활동가이자 마송고 교사.

이어 그는 경기도교육청이 교권강화를 이유로 학생인권조례 개정과 각 학교의 학칙 개정 압박을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보란 활동가는 “교권 침해의 근본적 요인은 학생인권이 아니라 승진제도 기반의 착취 관계와 교사 사회의 하향식 관료주의“라고 지적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신정현 전 도의원은 "학교의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척도"라며 "도의원으로 활동하며 학생인권조례조차 교육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학생인원 보장을 위해서는 조례만으로 부족하다"고 전했다.

좌장을 맡은 신정현 전 도의원.
좌장을 맡은 신정현 전 도의원.

토론을 마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토론자들을 향한 참석자들의 질의도 있었다. 교사 관료제화 타파 방안, 입시경쟁 해소 방안, 학생 자치가 실현 가능 방안 등 다양한 질문이 나왔고 토론자를 비롯한 현장에 모인 청소년들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고양학생자치연구모임 가론은 ‘학생자치 실현과 청소년인권 보장’을 목적으로 올해 출범한 청소년 단체다. 학생인권 인식도 조사, 학생인권 토론회 등 활동을 전개하며 향후 학생자치와 청소년인권에 대한 각종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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