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국토 11%에 국민 절반 살아 
인구쏠림, 점점 행복 멀어져
인위적 통합한 메가시티 없어 
메가시티보다 소도시연합해야   

[고양신문] 김포의 서울 편입, 나아가 ‘메가시티 서울’을 바라보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사는 곳에 따라, 혹은 욕망이 향하는 바에 따라 여러 갈래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떠나 도시공학자가 이 이슈를 바라보는 입장은 어떠할까.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도시공학)는 인구쏠림을 도시문제의 가장 큰 사안으로 바라보며 이 이슈에 접근하는 학자다. 그는 겉으로는 지역균형발전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이에 역행했던 역대 보수, 진보 정부 모두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인구가 쏠리는 곳은 사실 행복한 삶과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뼈아프게 지적하고 있다. 점점 경쟁은 심해지고, 집값은 치솟고, 교통은 혼잡해지고, 환경은 나빠지는 상황을 ‘메가시티 서울’이 해결은커녕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메가시티 서울’ 이슈로 욕망을 부추길 때, 정 교수는 지금은 신도시보다는 원도심을 살리고 메가시티보다는 소도시연합을 꾸려야 한다고 냉철하게 지적한다.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 만났다.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런던 같은 세계적 메가시티들도 인위적인 행정구역 통합으로 이루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런던 같은 세계적 메가시티들도 인위적인 행정구역 통합으로 이루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 한창 이슈화되고 있는 ‘메가시티 서울’ 논란를 도시공학 전문가로서 어떻게 바라보나 

대한민국의 가장 큰 도시문제는 인구쏠림에 있다. 단순한 인구감소의 문제보다 더 심각하게 바라볼 문제다. 전체 국토의 11% 정도밖에 안 되는 수도권에 현재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다. 서울, 인천, 경기 등의 수도권 인구는 계속 늘고 비수도권은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수도권에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다. 집값은 치솟고 힘든 경쟁을 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출산율도 수도권이 더 낮다. 수도권에서는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그나마 출산율이 높던 곳의 인구는 수도권으로 옮겨간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수도권 인구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도 잘못했다. 공공기관 이전한다면서 비수도권에 신도시를 엄청 지어버렸다. 서울인구가 2015년까지는 천만이 넘었는데 그 이후부터 계속 줄어들어 이젠 950만명이 안 된다. 서울인구가 경기도로 분산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다시 서울을 통합해서 더 키운다는 생각은 넌센스다. 


도시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메가시티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난 1961년 이전까지 읍면 자치를 한 나라였다. 그러다가 그 이후부터 시군자치 체제로 변해왔다. 우리나라의 기초 지방정부는 시군인데, 우리나라 시군을 다 합쳐봐야 226개다.그런데 프랑스는 기초 지방정부가 1만개가 넘는다. 우리나라 기초 지방정부의 평균 인구가 22만8000명 정도인 반면 프랑스는 평균 1000명이다. 우리나라보다 잘 사는 선진국 프랑스도 작은 기초 지방정부를 인위적으로 통합하지 않고 존속시켜왔다. 

물론 런던이나 파리에도 메가시티 개념이 있다. 런던이라는 분명한 행정구역이 있지만 그 주변 지역까지 포함해서 ‘그레이터 런던’ 혹은 ‘메트로폴리탄 런던’이라 부른다. 파리 역시 그 외곽지역까지 합쳐 ‘그랑파리’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러한 메가시티들도 인위적인 행정구역 통합으로 이루지지 않았다. 메가시티라는 개념은 행정구역은 행정구역대로 두고 생활권이나 경제권을 원활히 연결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서양 사람들은 서울, 인천, 경기를 묶어 이미 ‘서울 메트로폴리탄’이라고 부른다. 서울 하나만 놓고 보아도 이미 메가시티다. 자체 도시경쟁력을 키우려면 되는 것이지 도시경쟁력을 빌미로 행정구역을 인위적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논리는 억지스럽다. 

고양시민들 중에는 서울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양이 서울로 편입되면 교통이 좀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도 있다.  

고양시민 중에 상당수가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한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할 때 교통체증을  겪지 않으려면 도로를 넓히거나 지하차도를 만들거나 해야 하는데, 지금 세계 선진국에서는 하지 않는 일들이다. 특히 지하철 건설은 비용이 매우 드는, 이른바 가성비가 굉장히 떨어지는 대중교통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돈이 많이 드는 지하철 건설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가 볼 때는 토건의 논리다.

지하철 건설 등으로 엄청난 돈이 수도권에만 계속 투여되는 것도 잘못된 일이다. 선진국에서는 대중교통, 자전거, 혹은 보행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대중교통으로, 자전거로 이동할 때 자가용보다 빠르도록 하는 것이 선진국의 해법이다. 그런데 현재 신도시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최선인 방법은 돈이 가장 덜 드는 BRT라고 생각한다. 대중교통이 자가용보다 빠르려면 간선과 지선이 잘 나눠져야 되고 환승이 잘 돼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수도권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그다음에 도시철도로 연결하고, 다시 수도권은 인구를 빨아들이는 악순환의 문제가 놓여있다. 신도시라는 게 사실은 원죄라고 볼 수 있다. 신도시야말로 인구쏠림을 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블랙홀이다.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

신도시의 탄생을 원죄라고 보는데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자면.  

인구를 빨아가는 블랙홀이 3개인데 첫 번째는 수도권, 두 번째는 대도시, 세 번째는 신도시다. 특히 수도권 신도시는 인구쏠림을 이중으로 발생시키는 최악의 주범이라고 볼 수 있다. 비수도권의 인구를 수도권으로 빨아들이고, 동시에 주변 작은 도시의 인구까지 빨아들이기 때문에 이중적으로 인구쏠림을 일으킨다. 신도시는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서 어쩔 수 없을 때나 만드는 것이다. 지금 인구가 급격하게 줄고 있고 빈집이 100만 채가 넘는데 왜 신도시를 만드나. 일본은 이미 신도시를 재앙이라고 부른다. 도쿄 서쪽에 위치한 타마신도시는 초·중·고 절반이 폐교인 상태다. 

서울로 편입하면 집값이 오르거나 생활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메가시티 서울’을 부추기고 있는데. 

끊임없이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싶어 하는 자들의 욕망에 정부도 정당도 국민도 휘둘리고 있다. 노무현 정부도 문재인 정부도 제어를 못했던 거다. 국민 개인의 삶이 사는 곳에 따라 달라지고 그 격차가 점점 커지는 이 상황을 그 어떤 힘도 제어를 못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솟는 집값에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 조사를 통과했다고 경축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거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것인가. 우리 동네가 안전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은 것을 기뻐하고, 동네를 한꺼번에 재건축으로 갈아엎는 나라가 또 어디 있나.

우리는 선진국에 근접했을지 몰라도 점점 아픈 나라가 되고 있다. 이러다간 평생 집을 못가진다는 공포감에 청년들이 빚내서 집을 사도록 ‘영끌’을 부추기는 이들이야말로 부동산 악당들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죄라고 생각한다. 집값은 이제부터라도 내려야 하는데 빚내서 집을 산 청년들은 즉각 부동산시장 최전선에서 집값 수호대가 되어버린다. 오스트리아 빈 같은 도시에 사는 시민 70%이상이 임대주택에 살고 있지만 우리보다 불행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큰 도시문제라는 인구쏠림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의 소도시와 시골마을들이 팍팍 사라질 상황이 오는데 그래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가. 우리 대한민국의 뿌리가 사라지고, 우리들의 고향이 사라지고 있는데 그래도 정말 태연할 자신이 있는가. 메가시티 서울은 결코 지역균형발전과 양립할 수 없다. 아니, ‘메가시티 서울’은 지역균형발전에 가장 정확한 대척점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부산, 울산, 경남을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하자는 것에도 반대한다. 통합하게 되면 중핵인 부산 쪽으로 인구쏠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마산·창원·진해가 통합해 창원시가 됐는데 마산이나 진해는 사라져버렸다. 고양시가 서울에 통합되어 사라져도 고양시민들의 자존심에는 아무런 상처가 없는가. 지금부터라도 신도시보다는 원도심을 살리고 메가시티보다는 소도시 연합을 꾸려야 한다. 인위적인 행정구역 통합이 아니라 작은 도시 간의 ‘연결’과 ‘연대’ 그리고 ‘연합’이 해법이다. 대한민국은 넓고도 깊다. 거점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작은 것들을 연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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