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포럼 102회 전문가 토론회
‘서울편입 논란, 어떻게 대응할까’

20일 일산동구청에서 ‘고양시 서울시 편입 논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라는 주제로 열린 고양포럼 공론장에 참석한 시민들. [사진=황혜영 인턴기자]
20일 일산동구청에서 ‘고양시 서울시 편입 논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라는 주제로 열린 고양포럼 공론장에 참석한 시민들. [사진=황혜영 인턴기자]

자치구되면 권한·재정 축소
흡수아닌 상생하는 메가시티
정치이슈 아닌 장기논의 절실
6백년 고양 정체성도 소멸위기


[고양신문] 서울 편입 논란을 내년 총선을 앞둔 정쟁이 아닌 생산적인 제언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고양신문·고양포럼은 시민사회가 객관적인 논리 속에서 편입논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난 20일 고양포럼에서 각 분야 전문가와 시민들이 모인 공론장을 열었다. ‘고양시 서울시 편입 논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라는 주제로 일산동구청 2층 강당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이재은 전 고양시정연구원장, 나도은 고양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장,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이 전문가 토론자로 함께했다. 

특례시→자치구 뭐가 달라지나
포럼의 첫 시작은 이재은 전 고양시정연구원장이 열었다. 경기대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이 전 원장은 지난 2018년에 고양시정연구원장 취임 후 50건이 넘는 정책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연구 성과뿐 아니라 인력 확대 등 조직개편에서도 변혁을 끌어냈다. 올해로 5년째 고양을 관찰 중인 그는 서울 편입 후 고양시가 겪을 변화를 크게 △행정 △재정 △자치로 구분해 설명했다.

이재은 전 원장이 꼽은 행정에서 가장 큰 변화는 ‘권한 축소’다. 현재 고양시는 도시계획·생활폐기물 처리시설 등 14개 분야 및 43개 사무에 대한 직접처리 권한을 갖고 있다. 이 밖에도 50만명 이상의 시에 부여된 도시개발 등 80개 사무와 특례시로서 누리는 13개 기능까지 고려한다면, 일반 시보다 고도의 재량권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군의 형태로나마 편입되는 광역시와 달리 서울시는 자치구 형태로의 편입만 가능해 기존 특례시 권한이 모두 사라져 지역 자결권이 축소된다는 지적이다.

이어 그는 “특례시에서 서울의 자치구가 된다면 여러 권한이 없어지나,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도시개발’이다. 도시계획 등 개발과 관련된 주요 권한이 주로 서울시장에게 귀속된다”라며 “과연 서울시가 일개 자치구인 고양 지역 개발에 의지를 갖고 투자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생활폐기물처리 시설 설치에 대한 권한도 서울시가 관할하기에 유휴부지가 많은 덕양 지역에 소각장 등 기피 시설이 들어올 가능성도 높다”라고 경고했다.

이번 편입으로 고양시가 서울시의 자치구가 됐을 때의 변화를 설명 중인 이재은 전 고양시정연구원장.
이번 편입으로 고양시가 서울시의 자치구가 됐을 때의 변화를 설명 중인 이재은 전 고양시정연구원장.

행정뿐 아니라 재정에서도 큰 변화가 생긴다. 이 원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고양시의 올해 예산 규모는 3조4000억원으로, 서울 강남구 예산 1조2000억원의 약 3배다. 즉, 고양특례시가 서울의 자치구가 된다면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이 강남구 규모인 1조2000억원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주민세, 지방소득세, 재산세, 담배소비세, 자동차세 등 특례시에서는 5개였던 세목도 자치구가 되면 등록면허세, 재산세 2개로 줄어든다. 아울러 서울시는 불교부단체이기 때문에 고양이 서울의 자치구로 편입된다면 지방교부세도 사라진다.

이재은 전 원장은 “물론 도세로 징수한 세수의 일부가 조정교부금으로 시와 군에 배분되듯이, 서울시세로 징수한 세목의 일부도 조정교부금으로 자치구에 차등 배분한다. 그러나 시·군에 대한 조정교부금은 법령으로 규정되는 반면, 서울시 자치구는 서울시 조례와 규칙에 의해 정해진다는 큰 차이가 있다”라며 “만약 편입 이후 서울 내에서 고양이 주도권을 잃는다면 타 자치구에 더 많은 예산이 배정돼 고양 쪽 예산은 줄고, 주민들의 세금 부담은 늘어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역 결정 실행의 필수인 재정·행정이 축소된다면, 궁극적으로 지방자치 역량이 대폭 감소한다. 이재은 전 원장은 “일각에서는 이번 편입으로 교통인프라·행정서비스·도시개발이 개선될 것이라는 달콤한 기대를 이야기하지만, 지역민들의 지방자치 수준이 크게 퇴보할 것”이라며 “지역정체성 훼손을 비롯해 시 행정이 자치구 행정으로 전환함에 따라 초래되는 행정의 혼선 가능성, 자치구의 재정규모 축소 등 통합에 따른 사회적 기회비용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열띈 토론 속에서 각기다른 의견을 피력 중인 토론자들. (왼쪽부터)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 이재은 전 고양시정연구원장, 나도은 고양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장, 유경종 고양신문 기자. [사진=황혜영 인턴기자]
열띈 토론 속에서 각기다른 의견을 피력 중인 토론자들. (왼쪽부터)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 이재은 전 고양시정연구원장, 나도은 고양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장, 유경종 고양신문 기자. [사진=황혜영 인턴기자]

서울편입과 메가시티는 정반대
일회성 정쟁 아닌 장기논의로

총선을 앞두고 갑작스레 촉발한 서울 편입 논의를 수도권 전체를 재편하는 ‘메가시티’ 논의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려온다.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인 서울 편입에서 더 나아가, 주변도시 간의 상호연계를 강화해 어느 곳도 소외되지 않고 자족하는 메가시티로 발전시키자는 주장이다.

이재은 전 원장은 “최근 서울 편입 논의는 방향성 자체가 잘못됐다. 편입 후 고양시가 단순한 위성 지방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 기존 서울지역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라며 “각 지역 도심이 기능과 특색을 유지해 메가시티를 구성해 국가·지역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도은 고양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장 또한 “서울 관점에서 주변 도시를 흡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변 지자체와 서울 간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서울편입 논의의 확장성과 방향성을 역설 중인 나도은 고양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장. [사진=황혜영 인턴기자]
이번 서울편입 논의의 확장성과 방향성을 역설 중인 나도은 고양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장. [사진=황혜영 인턴기자]

특히 나도은 회장은 이번 논의에 대해 “서울 편입 이슈와 메가시티론이 선거의 쟁점이 되는 것을 거부할 필요는 없다. 그간 정치권이 우리 시민들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적이 없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고양시 지역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성숙한 공론장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찬-반이 아닌 제3의 관점을 제시했다. 더불어 “휘발성이 강한 정치 이슈로 시작되긴 했지만, 단기적인 논의에서 벗어나 20년가량 장기적으로 도시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논의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의 논의 확대에 있어, 그간 화제가 된 부동산·개발 등 경제적인 이익이 아닌 다른 가치를 쫒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재은 전 원장은 “아무리 보수언론이 대한민국을 부동산 공화국으로 만들고, 모든 국민들이 아파트값에 목을 매고 있다고 호도하더라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적 환경, 불공정한 사회경제적 현상에 더 관심이 많다”라며 “지극히 일부에서 기대하는 부동산가격 상승효과에 기대어 지역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주민의 자치 역량을 후퇴시키는 행정 체제 개편에 동의할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600년 역사 고양…일장춘몽 되지 않길
이날 포럼에서는 서울편입의 영향·메가시티 논의에 밀려 그간 등한시된 지역 정체성에 대한 발제도 눈길을 끌었다. 이재은 전 고양시정연구원장, 나도은 고양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장에 이어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 소장이 ‘고양시민으로 사는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길 소망하며’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고양시의 역사성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뤘다.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이 ‘고양시민으로 사는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길 소망하며’라는 제목의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황혜영 인턴기자]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이 ‘고양시민으로 사는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길 소망하며’라는 제목의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황혜영 인턴기자]

김범수 소장은 “고양시정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약 90만명 가량의 신규 주민이 고양시로 유입됐다. 고양과의 인연이 길지 않은 주민의 비율이 높아지며 도시 정체성이 약해지는 추세”라며 “이번 서울 편입 논의에서는 그간 약해진 정체성을 재인식해 ‘내 지역을 위해 내가 결정 내린다’라는 주체적인 사고가 절실하다”라고 밝혔다.

이재은 전 원장 또한 “과연 고양시민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지극히 일부에서 기대하는 부동산가격 상승효과에 기대어 지역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주민의 자치 역량을 후퇴시키는 행정 체제 개편에 동의할 것인가? 아니면 백만 대도시 특례시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해하며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갈 것인가? 온전히 시민들의 선택 문제이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