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운전노동자 근무환경 들여다보니

'장애인의 발' 역할을 하는 고양시 장애인 콜택시.
'장애인의 발' 역할을 하는 고양시 장애인 콜택시.

고양도공 일반직과 임금 차별
업무특성 반영 안된 근무규정
업무량 늘지만 처우는 열악
“자부심 갖도록 개선됐으면”


[고양신문] 올해로 10년 넘게 수도권을 누비며 ‘장애인의 발’ 역할을 해온 고양시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의 운전노동자들. 고양시 내 장애 인구가 10년간 19%가 늘어 4만3060명을 돌파하면서 업무량이 증가했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는 그대로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민선8기 들어 ‘24시간 즉시콜’이 도입되면서 운전노동자들의 업무는 더욱 늘고 있는 상황이다.

“운전원들 모두 장애인 분들의 팔다리를 대신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는 김재우(50세)씨는 “고양도시관리공사 측에 고충을 몇 번이나 전달했지만, 사무직과의 차별 등 부당함은 10년 넘게 바뀌질 않는다”며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고양도시관리공사(이하 고양도공) 대표 사업 중 하나인 ‘교통약자 이동지원’은 총 85명의 운전 노동자가 책임지고 있다. 만약 이들이 없다면 고양시 장애인 교통서비스는 마비된다. 지역사회 사회복지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고양도공 현업직 운전노동자들의 고충을 들어봤다.

일반직-현업직 차별…임금·계약형태 등도

지자체별 교통약자 이용지원센터 고용 현황.
지자체별 교통약자 이용지원센터 고용 현황.

운전·사무 등 모든 직군을 정규직인 ‘일반직’으로 통합한 서울·양주·파주·부천 등 인근 지자체와 달리, 고양도공은 사무·기술 등 분야의 ‘일반직’과 운전·주차 등 현장 위주의 무기계약직인 ‘현업직’으로 구분한다.기존에는 운전 업무를 용역업체 직원과 계약직 직원이 담당했으나, 지난 2016년에 이들을 모두 직접고용 하면서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 형태의 현업직으로 채용했다. 

현업직과 일반직의 가장 큰 차이는 임금이다. 고양도공의 최하위 직군인 현업직 2급은 일반직 8급에서 시작하는 서울·양주·파주와 비교해 월별 기본급이 적게는 약 26만원 크게는 60만원 가까이 차이난다. 대표적으로 양주도시관리공사의 경우 명절휴가비를 기본급의 60%로 산정하는 등 추가 수당 또한 기본급에 기반해 산정하므로 기타 수당까지 더해지면 고양과 인근 지자체의 임금 수준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표 참조>

신체활동 많은데 병가 규정 까다로워

임금 차와 함께 현장에서 지적하는 것은 바로 규정이다. 운전이라는 업무 특수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타 직종과 동일한 권리는 보장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고양도공의 운전원 근무 규정은 그 반대라는 주장이다.

고양도공에서는 일반직과 현업직에 같은 병가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병가 청구는 종합병원급 의료기관 이상의 진단서를 제출해야 하며, 진단기간이 14일 이상인 것만 인정’한다는 조항이 그것이다. 만약 진단기간 14일 이하인 경미한 부상을 겪을 경우 신체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무업무 위주의 일반직과는 달리, 휠체어 탑승 도움부터 운전까지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현업직 운전노동자는 업무에 큰 지장을 겪게 된다. 이러한 각기 다른 업무현장의 상황에 대한 배려없는 광범위한 규정이라는 지적이다.

장애인 콜택시를 운전 중인 최정우 노동자.
장애인 콜택시를 운전 중인 최정우 노동자.

최형열 반장은 “만약 2주 이상 진단을 받지 못했다면 부상을 방치하거나 개인 연차를 쓰고 회복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실제 무릎부상으로 지속적으로 치료받아야 하는 분이 병가를 낼 수 없어 휴직 권고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라며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했을 때 골절이 일어나야 전치 2주 이상 진단이 내려지기에, 사실상 경미한 부상은 노동자 개인이 오롯이 안고 가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현장을 고려치 않는 공통 규정이 있는가 하면, 권리 행사에서 현업직-일반직을 차별하는 관행도 있다. 시설관리가 대부분인 고양도공 업무 특성상 일정 변화가 많아 현업직-일반직 모두 근로계약서에 ‘주휴일은 요일을 달리할 수 있으며, 업무 특성상 시업 및 종업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조항임에도 일반직의 주휴일은 자율·협의를 통해 이뤄지지만, 운전노동자들의 주휴일은 ‘근무명령서’를 통해 관리자가 임의로 지정해 통보한다. 원하는 사람끼리 휴일을 조정할 수는 있으나 현장 운전자들은 현장이 주축이 된 자율적인 조절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양도공 인사노무팀 관계자는 “사무직들은 주 5일 근무가 기본이고 휴일이 규칙적인 편이기 때문에 자율 속에서 주휴일 협의가 가능하나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현업직 운전노동자는 근무표를 회사에서 계획해야 과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라며 “한번 운전노동자들이 자율적으로 주휴일을 조정한 적이 있었는데 휴일 편중이 잦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도입을 취소했다. 우리 센터는 고객만족도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행정편의처럼 비칠 수 있으나 관리직 또한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한다”라고 덧붙였다.

소변보러 200m 걸어가…쉴 공간 태부족

고양시 교통약지 이동지원센터 산하 주교 차고지. 가건물 안에 마련된 휴게공간은 의자마저 부족하다.
고양시 교통약지 이동지원센터 산하 주교 차고지. 가건물 안에 마련된 휴게공간은 의자마저 부족하다.

운전노동자들이 택시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차고지·휴게시설도 열악하다. 현재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가 운영되는 곳은 탄현·중산·백석·주교·화정 총 다섯 곳이다. 

교통약자운전원노동조합 최정우 전 위원장은 “대부분 가건물인데다 지하에 있어 환기·난방 면에서 문제가 많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면적이 좁다는 것”이라며 “아울러 화장실이 차고지 인근에 없는 경우도 다반사이기에 멀리까지 갔다 오는 경우가 잦다”라고 토로했다.

대표적으로 탄현 차고지의 경우 주차장 내 화장실이 차고지·휴게시설과 떨어져 있어 200m가량을 걸어가거나, 인근의 상가 지하 화장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중산 차고지 또한 화장실을 가려면 인근 중산공원 화장실까지 150m를 걸어가야 한다. 주교 차고지의 경우는 면적이 4평 안팎으로 가장 좁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총 12명이지만, 각종 비품 및 창고용으로 함께 사용되고 있어 이들이 마음편히 쉬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주교 지역에서 근무하는 김철규(65세)씨는 "원래 화정 지역 근무자까지 20명 가량이 이곳 주교 차고지에서 쉬어갔다. 화정차고지가 새로이 분리되어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의자도 부족하고 개인컵 등을 씻을 공간도 부족해 일부 운전노동자들은 인근 야외 벤치에서 쉬는 경우도 허다하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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