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칸타타> 내 돈 내고 본 관객
주최 측과 공연장 측에 ‘강한 불만’ 제기
그라시아스합창단 “관객 오해로 인한 해프닝”
문화재단 “대관 거절할 특별한 사유 없어”

[고양신문] 박모씨(50대, 일산동구 장항동)는 아내에게 결혼기념일 자축 이벤트를 위해 11월 30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무대에서 펼쳐지는 <크리스마스 칸타타> 공연 티켓을 예매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콘서트’라는 문구에 한껏 기대감을 걸고 한장에 10만원이나 하는 R석 두 장을 흔쾌히 결제했다. 

하지만 공연은 박씨의 기대에 어긋났다. 박씨는 “<크리스마스 칸타타>는 순수 문화예술무대라기보다는 종교행사처럼 느껴졌다. 특히 2막과 3막 사이에 목사가 등장해서 설교를 하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앉아있을 수 없어 공연장을 나와버렸다”고 말했다.

관람을 중단한 박씨는 고양아람누리를 운영하는 고양문화재단 관계자에게 항의를 했고, 재단 측이 공연을 주최한 (사)그라시아스합창단에 박씨의 항의내용을 전달해 다음날 환불조치를 받았다. 

관객 “명백한 종교행사, 사전 공지 없었다”

박씨는 “비용은 환불받았지만, 소중한 가족 이벤트를 망친 책임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공연 홍보나 안내장에 종교적 목적의 행사라는 점을 밝히지 않은 (사)그라시아스합창단도 문제고, 종교행사에 가까운 공연을 유료로 판매한 고양문화재단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그날 우리 말고도 도중에 공연장을 나와 불만을 표하고 귀가하는 다른 가족들도 보았다.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공연내용을 상세하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라시아스합창단의 공연 프로그램 <크리스마스 칸타타>는 2013년 첫 무대를 올린 후 매년 11월과 12월, 전국의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5년 전부터 고양아람누리에서도 정기적으로 공연됐는데, 올해는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7회 공연을 마무리했다.

주최 측 “법인 설립자의 성탄 메시지일 뿐”

박씨의 항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라시아스합창단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칸타타>는 종교행사가 아니고,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성악과 뮤지컬, 합창과 오케스트라로 표현한 공연예술작품”이라며 “그라시아스합창단은 해외에서도 다수의 수상경력이 있고, 국내 여러 도시의 대표적 공연장에서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사의 설교를 사전 공지하지 않았다”는 박씨의 지적에 대해서는 “그라시아스합창단 설립자인 박옥수 목사(기쁜소식선교회 설립자, 기쁜소식강남교회 담임목사)가 막과 막이 전환되는 시간에 성탄의 의미를 전한 것일 뿐, 예배 설교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홍보 포스터와 팸플릿에 ‘스페셜 스테이지 : 성탄 메시지’라고 명기해 놓았는데, 관객이 이를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이라며 “마음을 상하게 해 드리고 싶지 않아 환불조치를 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재단 “종교성 공연 판단 쉽지 않아” 

이와 관련 고양문화재단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칸타타>는 재단이 기획한 공연이 아니라, 장소만 빌려준 대관공연”이라고 설명한 후 “전국에 산재한 다수의 국공립 공연장에서 매년 정기대관으로 무대를 올리는 공연이라 특별한 문제가 대두되지 않는 한 형평성 차원에서 대관을 불허하기 어렵다”면서 “정치성이나 종교성이 강한 공연은 대관을 불허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를 엄밀하게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크리스마스 칸타타>에 대해 그동안 특별한 항의가 없었지만, 올해 관객 항의가 접수된 만큼 공연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겠다”고 덧붙였다.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7회 공연된  공연 포스터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7회 공연된 공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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