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양노인복지관 '덩실덩실 덕양 풍물단'

덕양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들과
반석·가나안 지역아동센터 아이들 
70세 나이 차이나지만 풍물로 어울려
“아이들에게 동심·열정·정직함 배워”

[고양신문] “덩덕풍 덕에 삶의 활력소를 얻어요. 아이들과 소통하고 친해질 수 있는 시간도 즐거웠어요. 오늘은 혼자 연습할 짝꿍 생각에 여행도 미루고 연습에 왔어요.”

‘덩실덩실 덕양 풍물단(이하 덩덕풍)’은 어르신과 아동이 함께 참여하는 풍물단이다. 지역사회에 재능 나눔 봉사를 하는 고양시덕양노인종합복지관의 ‘신바람봉사단 풍물팀’ 어르신들이 자원봉사자가 돼 지역 내 아동들에게 풍물을 가르치고 있다. 매주 한 번씩 복지관에서 만나 꾸준히 연습한 덕에 올해 함께 나선 공연만 5번이다. 

덩덕풍은 2022년 경기북부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사업으로 시작했다. 참여자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는 복지관 자체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 축제나 요양원 등에 공연 봉사를 위주로 활동하던 신바람봉사단 풍물팀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풍물팀이 와해되는 듯했으나 덩덕풍 사업을 추진하며 오디션을 통한 단원 재모집도 이뤄졌다. 

덩덕풍은 지난 17일 열린 노인 사회참여 활동 보고회 ‘제9회 청춘열차’ 축하공연에 나섰다.

어르신과 아동이 함께 협업하는 덩덕풍에는 올해 상반기에 반석지역아동센터, 하반기에는 가나안지역아동센터의 초등학교 1~6학년 아이들이 참여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 복지관 연습실에 모인 어르신들은 한 시간 동안 풍물 연습을 하며 아이들을 기다린다. 4시에 아이들까지 모이면 한 시간 동안 연습을 진행한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악기는 장구다. 짝꿍 조명석 어르신과 북을 치는 정예건(11세)군은 풍물단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공부방에서 한다고 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요. 북을 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다음번엔 장구를 쳐보고 싶어요.”

문정웅 어르신(왼쪽)과 정예건(오른쪽)군.
문정웅 어르신(왼쪽)과 정예건(오른쪽)군.

아이들이 가장 반기는 건 간식 시간이다. 쉬는 시간만 되면 간식 앞으로 달려가지만 이내 어르신과 마주 앉아 풍물 연습을 이어간다. 어르신과 아이들이 둘러 앉아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덩덕풍의 특징적인 풍경이다. 어르신들의 대인관계도 넓어졌다. 동네 주민인 아이들과 공원에서 만나 인사하거나 회비를 모아 어르신들끼리 식사 자리를 갖기도 한다. 

풍물단 활동은 어르신들에겐 코로나19 움츠러들었던 외부 활동을 활성화하는 기회가 됐고 아이들에겐 어르신들에 대한 친밀감을 가는 계기가 됐다. 이예린 복지사는 “덩덕풍은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자는 목표도 갖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서로 짝꿍인 아이들 자랑하는 걸 보면 서로가 끈끈해진 것 같아 담당 복지사로서 뿌듯하다”고 설명했다.

부녀회에서 만난 인연인 조춘화 어르신의 소개로 풍물단에 합류한 정숙희(70세, 북 연주) 어르신은 “섬세한 이예린 복지사 덕에 부족함 없이 풍물단에서 활동한다”며 “다들 따뜻하게 대해줘서 즐겁게 사물을 할 수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예윤양(왼쪽)과 정숙희 어르신(오른쪽).
정예윤양(왼쪽)과 정숙희 어르신(오른쪽).

조명석(81세, 북 연주) 어르신은 덩덕풍의 단장 역할을 한다. 꽹과리, 징, 장구, 북 네 악기 모두 다룰 수 있는 풍물 능력자이기도 하다. 조명석 어르신은 젊은 시절 풍물을 즐겼지만 일을 시작하면서 그만두게 됐다. 퇴직 후 오게 된 복지관에서 풍물팀이 있어 참여하게 됐다. 

“좋아하는 가락을 복지관에서도 할 수 있어 즐거워요. 음악은 사람의 기를 돌리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우리 가락을 가지고 봉사하니까 더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덩덕풍을 시작하면서 어르신들에겐 나이 차이가 적게는 50살, 많게는 70살의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이 걱정으로 다가왔다. 복지관은 어르신들이 아이들을 만나기 전 아동이해교육, 아동교습법교육 등 사전교육을 통해 아동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참여 아동들에게도 노인이해교육을 통해 노인의 정의와 특징을 배우고 노인 생애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서로 친밀해지면서 아이들이 어르신들에게 먼저 다가와 간식을 챙기기도 한다.

어르신들은 아이들에게 풍물을 알려주며 보람을 느끼고 삶의 활력소를 얻는다. 풍물을 알려주는 건 어르신들이었지만 함께 지내며 아이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았다. 아이들의 순수함과 에너지 덕에 동심을 떠올리거나 정직함과 열정을 되새기는 순간도 있었다.

진해나(11세, 북 연주)양과 짝꿍인 조봉익(67세, 북 연주) 어르신은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과 북을 치며 이야기를 나눈다. 조봉익 어르신은 “남들이 손주 사진을 가지고 다니며 자랑할 때는 몰랐는데 어느 순간 덩덕풍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내면서 그 마음을 알게 됐다”며 “아이들과 함께해서 더욱 힘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덩덕풍 단원들은 올해 마지막 연습을 앞두고 내년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들과 공연하며 우리 풍물을 알리고 사회 전반적인 나눔 활동을 할 수 있어 좋았어요. 내년에도 덩덕풍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고 싶어요. 덩덕풍처럼 세대 간의 화합을 이끄는 프로그램도 많이 확산됐으면 좋겠어요.” - 조명석 어르신

“올해 처음 참여했어요. 장구도 처음 쳐보지만 정말 재밌어요. 내년에도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정예윤(11세)양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