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송취락 내 도로확장 난항
공사위해 주택 반파 후 방치
올해 내로 토지보상 끝날까

도로 공사를 위해 반파한 노일순(82세)씨 자택 담장.
도로 공사를 위해 반파한 노일순(82세)씨 자택 담장.

[고양신문] “시에서 도로를 만들어 준다고 해서 마당 담벼락과 대문을 다 허물었어요. 처음 도로공사 고시가 날 때까지만 해도 착공이 속전속결로 될 줄 알았는데,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첫 삽도 못 떴습니다. 담이 없으니 겨울 찬바람이 숭숭 들어오고, 대문이 없으니, 도둑이 벌써 두 번 넘게 들었습니다. 집 밖을 나와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도로 공사를 위해 철거한 건물 폐기물과 각종 쓰레기가 굴러다녀요. 마을의 생기를 찾아줄 거라 믿은 도로가 이곳을 유령마을로 만들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삼송지구와 불과 600m 떨어진 삼송동 82번지 일원에는 인근 유일의 비도심 지역인 삼송취락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택지개발과 함께 새롭게 도로가 정비된 삼송지구와 달리 이곳 도로는 열악한 상태다. 오랫동안 개발제한구역이었던 탓에 삼송취락에는 구축 단독주택이 오밀조밀하게 들어서 있어 사실상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굴곡지거나 좁은 도로가 즐비하다. 최근에는 삼송취락 내에서 통행하던 차량이 좁은 커브 길을 피하지 못해 전봇대, 주택과 충돌하는 등 안전사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지속되는 주민 민원과 삼송취락에 대한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계기로 시는 삼송취락을 관통하는 길을 확장하는 ‘소로 2-397호선’ 도로공사 사업을 지난 2018년 발표했다. 삼송동 산52번지에서 시작해 삼송동 268번지에서 끝나는 해당 도로공사는 도로 폭을 8m까지, 총면적을 1637㎡까지 늘리는 내용이다. 그러나 해당 사업의 준공 예정 연도인 2020년을 훌쩍 넘긴 현재까지 공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때문에 도로공사를 위해 주택을 반파한 주민들의 생활 불편과 철거 과정에서 나온 건설폐기물들은 사실상 방치된 실정이다.

노일순(82세)씨는 마당 담장이 이번 ‘소로 2-397호선’ 부지에 포함돼 담벼락을 반파했다. 담벼락 없이 대문만 남아 위태롭게 버티는 형국이다. 토지보상을 받고 떠난 바로 옆 이웃집엔 철거과정에서 발생한 건설 폐기물과 흙더미가 치워지지 않은 채로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이곳에 방치된 폐기물이 떠내려가거나 심한 악취를 뿜어낸다는 것이 노씨의 설명이다.

노씨는 “도로 공사를 하겠다는 말만 믿고 담벼락 없이 지내온 지 3년째다. 옆에 방치된 각종 폐기물들은 미관상으로도 보기 안 좋지만, 안전사고 위험도 키우고 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보낸 따뜻한 마당이 쓰레기와 흙가루로 엉망이 돼 마음이 아플 뿐이다”라며 “지지부진한 공사에 대해 시에 지속적으로 문의하고 인근 방치된 폐기물에 대해서도 하소연했으나 실질적인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이경숙(84세)씨의 경우 도로 공사를 위해 대문과 담장을 모두 헐었다. 2020년 토지보상을 받은 이후 3년이 넘는 시간동안 공사가 지지부진해 대문없이 살고 있다.
이경숙(84세)씨의 경우 도로 공사를 위해 대문과 담장을 모두 헐었다. 2020년 토지보상을 받은 이후 3년이 넘는 시간동안 공사가 지지부진해 대문없이 살고 있다.

노씨 주택과 약 50m 떨어진 곳에 거주 중인 이경숙(84세)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도로 확장을 위해 공사 부지에 포함된 곳의 대문과 담을 모두 헐었다. 도로 공사가 끝나야 그에 맞춰 대문 등을 새로 만들 수 있기에, 이씨 또한 무작정 ‘소로 2-397호선’ 착공을 기다리고 있다. 반파 이후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러 차례의 절도도 겪었지만, 도로가 생기지 않아 이제 와서 가벽을 세우거나 대문을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처럼 공사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토지보상 때문이다. 거주 중인 주민 일부가 토지보상을 거부하고 있어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 그러나 주민들은 이를 조율하고 방안을 강구해야 할 고양시가 해당 현안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배은철씨는 “주민불편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시가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앞장서야 하지만 공사담당자가 수시로 교체되는 등의 이유로 시가 문제 자체를 자세히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라고 비판했다.

고양시는 올해 초 ‘소로 2-397호선’를 비롯한 총 12개의 비도심지역 도로를 예산 650억원을 투입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초 약속과는 달리 연말을 맞은 현재까지도 공사는 지지부진하다. 시 도로건설사업소 담당자는 “도로공사를 위한 토지보상이 대부분 이뤄졌지만 협의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토지가 몇 곳 남아 현재 강제집행인 수용절차를 위한 ‘경기도 토지수용위원회’에 넘긴 상태”라며 “최대한 빠르게 토지보상 문제를 마무리 짓고 시공사를 선정해 본격적인 도로공사를 늦어도 내년 2월에 시작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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