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호의 사람도서관 (10) 박기병 후기청소년 (23살, 화정동) 

[고양신문] “요즘 얘들은 왜 그럴까?”라는 질문은 수십 년간 이어져온 어른들의 단골멘트일 겁니다. 그러나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는 TV속 그리고 일상 속 어른들의 존재 역시 비슷한 질문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비단 세대 간 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 이웃 사이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세상에 요즘 청소년 친구들은 어떤 고민과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과연 청소년은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존재일지에 대해, 다양한 고양시 청소년들과 함께 활동 중인 청소년활동가 박기병(23세)씨의 생각과 이야기를 이번 인터뷰에 담았습니다.

"청소년은 ‘우리 모두가 거쳐 온 시기’입니다. 비록 내가 청소년시절에 좋은 경험치와 혜택을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느냐는, 훗날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어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조금 더 좋은 선택과 판단을 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동시에 지역과 사회를 더욱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들어 모든 세대들에게 효용이 돌아갈 수 있는 좋은 투자가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 어린 시절의 풍경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6살 때까지 서울 서대문구에 살았습니다.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서대문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에서 트리케라톱스 화석을 보는 걸 무척 좋아했어요. 당시 제 꿈은 고고학자가 되어 수많은 공룡화석을 발굴하고 전시하는 박물관 관장이 되는 것이었어요. 일기장에 화석이 되는 게 꿈이라고 적을 정도였으니까요.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온종일 박물관에서 뛰어다니고 있으면 저를 챙기느라 힘든 표정을 지었던 부모님 얼굴이 떠오릅니다. 최근에도 한 번씩 옛 생각에 박물관을 찾으면 화석도 전부 그대로이고, 작은 친구들과 여전히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부모님들의 모습까지 그대로입니다. 참 신기합니다. 나는 이미 어른이 되었는데, 박물관도 그리고 그 안에서 행복해 보이는 어린이들의 모습까지도 그대로이니까요. 자꾸 저의 어린 시절이 겹쳐 보여 지금 또 가도 무척 재미있고 신이 납니다.

잠깐 고양동에서 살다 8살 때 화정동으로 이사와 현재까지 15년째 고양시에 살고 있습니다. 초ㆍ중ㆍ고를 한 동네에서 나왔습니다. 화수초ㆍ중ㆍ고를 나왔어요. 그 과정에서 제 자신이 동네에서 많은 걸 배우고 성장했다는 걸 오늘날에도 무척 많이 체감합니다. 그래서 현재에는 지역에서 얻었던 배움과 저의 경험을 또 다른 청소년들에게 공유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꿈은 건축학도였어요. 어렸을 때 꿈은 자주 바뀌잖아요. 그러다 문득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공부를 열심히 하다 고등학교에 진학했죠. 지금도 부끄러운 부분인데 고등학교 때부터 어른들 모습에 심취해 자꾸 어른처럼 말하고 행동하려 했어요.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노년이든 각자 그 시절만의 매력과 멋이 존재하는 건데, 저는 일찍부터 청소년이 아닌 척 어른인 척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당시 저는 제 친구들과 결이 많이 달랐어요. 1학년 때 선거를 3번 나갔는데 전부 다 떨어졌죠. 돌이켜보면 어른처럼 보이려 노력했지만, 어른도 아니고 청소년도 아닌 저라는 존재가 당시 친구들과 많이 동떨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돌아보니 일찍부터 어른처럼 말하고 행동하기보단, 때에 맞는 행동과 경험을 얻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를 배우면서 반성 중입니다. 

지금도 어른인 척하는 기운을 빼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제 은사님이자 대학선배인 고양일고 서지훈 선생님을 방과 후 인문학 수업을 계기로 알게 되었는데 수능 하루 전 날에 다음과 같은 말씀을 남겨주셨어요. “젊은 그대 박기병, 그대의 심장이 요동칠 때, 나의 심장도 함께 뛰리라. 매 순간에 감사하고 최고의 순간에는 겸손을 준비하라.” 저는 이 말을 지금도 카카오톡 상태창에 두고 매번 꺼내 읽으며, 어른인 척하기보다 내 나이에 걸맞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물 초반에 지역과 마을에서 좋은 선생님들, 좋은 어른들을 만나 많이 배웠는데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렇게 지역과 마을, 주민과 공동체라는 키워드에 강하게 인상을 받으며 학창시절을 보내다보니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면서도 국제정치나 중앙정치보다는 더 작은 단위의 참여와 거버넌스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학원에 가서도 공부를 하려는데 제가 관심있는 마을과 주민, 공동체와 참여 부분은 소수 분야로 전공하는 분들이 드문 분야이기도 합니다.
 

■ 무엇이 당신을 큰소리로 웃게 하나요.

사람들은 종종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라고 하는데, 최근 저는 일상에서 오는 소소한 행복이 저에게는 더 많이 와닿는 것 같습니다. 지역에서 선생님들, 어른들, 청소년들과 함께 모일 자리가 많은 편인데, 모임 목적과 관련된 이야기보다 시답잖은 소소한 이야기로 웃고 떠들 때가 더 좋았습니다. 그때의 낭만과 여유가 이제 보니 참 소중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작은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걸 보니, 어쩌면 지금 내가 중요한 시기를 건너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최근 지역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어른들과 술자리에서 건배사를 하나 배웠습니다. '여친 남친 : 여태까지 친구는 남은시간 동안 친구다' 동네에서 친구들, 이웃들과 함께 웃고 소소하게 떠드는 일들이 저를 가장 많이 즐겁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졸업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보니 동아리실에 틀어박혀서 레포트를 쓰며 주로 타이핑만 하니 이런 시간들이 저에게는 점점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만드나요.

저만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무언가 기대를 하면 할수록 항상 그 결과가 기대에서 어긋났습니다. 기대할수록 결과가 좋지 못했던 건, 지금도 저에게 여전히 징크스로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내 안에는 긴장감과 불안감 등이 늘 남아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미래 나의 모습과 현재 내 모습 사이의 간극이 항상 나를 걱정하게 만들고 긴장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입시에 실패할까, 취업이 안 될까, 내가 원하는 내 미래의 모습에서 멀어질까 등.

스무 살 초반에는 마치 이 사회가 나에게 원하는 스텝이 있는 것처럼 강하게 느껴집니다. 입시, 군대, 취업, 연애, 자립 등 사회가 제시한 스탠다드한 삶에서 혹시나 내가 배제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이런 마음에 최근 청소년, 청년들이 유독 많이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지금까지는 학생이라는 신분이었는데 혹시나 앞으로 어떠한 소속도 가질 수 없다면, 그때 나는 어떤 사람이 되는 거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하지? 라는 걱정과 불안감이 제게도 존재합니다. 최근 제 주위를 둘러봐도 학생들이 졸업을 안 합니다. 졸업 후 취업하기 전까지 공백이 길면 채용이 안 되니, 수료 상태로 있다가 취업이 되면 그때서야 졸업을 합니다. 그 공백기를 다들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감각이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혹시 어른들도 마찬가지일까요? 
 

■ 간단한 개인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나요.

고양시에서 15년을 살면서 지역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 생각하는 후기청소년(19~24세 청소년), 박기병입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활동으로 청소년 친구들과 존경하는 선생님, 동네어른들과 멘토들 사이에 껴서 즐겁게 공부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짧은 경력과 경험에도 화정1동 주민자치회에서 부회장 자리를 맡겨주셨는데, 아직 활동도 제대로 못했고 혹시나 누가 될까 염려되어 밖에서는 주민자치회에 대한 소개를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지만 커피를 못 마시고, 한자를 못 읽지만 서예동아리 회장이며, 악필이지만 경필지도 자격증이 있습니다. 그리고 칭찬을 받으면 얼굴이 엄청 빨개지는 편입니다. 나중에는 칭찬을 받아도 얼굴이 덜 빨개지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고양시청소년의회를 통해 고양청소년재단과 연결되어 청소년 의제발굴과 조례제안 등의 활동을 해왔는데, 이러한 경험이 저의 대학전공을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줄 정도로 저에게는 매우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제 청소년기를 투영해 청소년들의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마음선물 청소년 조언자판기’를 화정역사에 설치하도록 제안을 하기도 했죠. 그 경험을 통해 청소년 참여나 청년제안이 단순히 종이 몇 장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행정부서에 전달되고 예산이 책정되어 집행되는 등 큰 효능감과 긍정적 경험을 가지게 되었고, 덕분에 오늘날까지도 청소년들 대상으로 대학생 멘토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관내 고등학교에서 학과 멘토링도 진행하고 교육지원청에서는 청소년제안창작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 역시 여러 청소년들처럼 진로를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고, 내가 마을에서 얻은 건강한 성취감을 또 다른 청소년들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내가 ‘고양시 청소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역에서 선생님들과 마을어른들에게 많은 도움과 경험을 받았고 그래서 지금의 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확신하기에, 또 다른 청소년들에게 저 역시 괜찮은 이웃이자 친구,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 궁금합니다. 함께 청소년활동을 했던 분들은 어떤 분이었나요.

청소년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7년 넘게 지금까지 저와 함께 해주는 선생님들과 새롭게 만나는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청소년재단의 박미나샘과 같이 활동했던 청소년 친구들이 가장 기억에 많이 떠오릅니다. 얼마 전 고양시 청소년재단 비전포럼에 청소년 친구 한 명이 “여러분! 청소년들은 미래에서 온 이 나라의 주인입니다. 그러니 이 미래의 주인들을 위해 투자해주세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제가 만나온 친구들은 이처럼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자신있게 말하는 멋진 친구들이었습니다. 청소년친구들이 건넨 분명한 메시지와 울림에 반해 저도 여태껏 청소년 현장에 남아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리고 최근 교육지원청의 정책제안프로그램에서 아동보육시설에 있는 친구들이 위기청년 지원, 자립준비청년 등 당사자로서 여러 정책을 제안하고 행정부서에 올려 결과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고양시에는 이처럼 너무 멋지고 훌륭한 청소년 친구들이 많습니다.
 

제6대 고양시청소년의회 첫 모임 사진
제6대 고양시청소년의회 첫 모임 사진
고양교육지원청 창의제안아카데미1기 마지막 모임 사진
고양교육지원청 창의제안아카데미1기 마지막 모임 사진

 

■ 청소년을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종종 어른들이 각종 청소년지원과 시설, 혜택을 보며 “나 때는 이런 게 없었다. 우리 때는 왜 이런 게 없었느냐?”라고 토로를 하는데 여기에는 여러 아쉬움과 부러움이 느껴집니다. 청소년은 삶의 특정구간이 아니라 삶의 연속선상에 있습니다. 청소년은 ‘우리 모두가 거쳐 온 시기’입니다. 비록 내가 청소년시절에 좋은 경험치와 혜택을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느냐는, 훗날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어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조금 더 좋은 선택과 판단을 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동시에 지역과 사회를 더욱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들어 모든 세대들에게 효용이 돌아갈 수 있는 좋은 투자가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배움의 기회를 겪은 지금의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에 대해 저는 늘 커다란 기대와 궁금증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지나온 시기이고 잘 아는 시기이니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청소년들을 대하는 게 다양한 세대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청소년 관련 예산이 많이 삭감되고 있습니다. 청소년에 대한 정책과 예산집행을 단순한 지원이나 선심성 집행으로 볼 게 아니라 훗날 지역사회를 이끌어갈 구성원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그렇다면 어른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걸까요.

청소년ㆍ청년들에게 풍족한 일자리나 좋은 거주환경도 중요하지만, 이전에 동네에 좋아할 만한, 본받을 만한 멋진 어른과 멘토의 존재 역시 절실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자주 합니다. 청소년들에게 집행되는 예산을 떠나, 청소년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어른들이 마을에 꼭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고양시 청소년재단의 새로운 실천과제가 ‘즐거운 책임’입니다. 저도 아직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어른으로서의 책무를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지역과 청소년들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고, 또한 이 안에서 다양한 세대들의 삶 역시 다채로워지지 않을까요?

화정역 문화광장에서 4년째 운영 중인 청소년 조언자판기 '마음선물'
화정역 문화광장에서 4년째 운영 중인 청소년 조언자판기 '마음선물'
청소년재단 포럼에 패널로 참여한 활동 사진
청소년재단 포럼에 패널로 참여한 활동 사진

 

■ 청소년 당사자로 본인이 경험한 청소년들은 어떤 존재였나요.

‘어떻게 벌써 이런 생각을 하지?’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 때마다 이 청소년들이 훗날 어른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될지, 어떤 활동을 지역에서 하게 될지 궁금해졌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멋진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아쉽게도 성인이 되어서는 많이 사라집니다. 만 9세부터 18세까지 중복포함 50만 명의 청소년들이 고양시 청소년재단을 이용했는데, 19~24세는 3만 명이 안됩니다. 고양시 전체 청소년 인구수 17만 명 중 36%인 6만2000명 정도가 후기청소년입니다. 이 나이대에는 우리가 요즘 관심 갖는 위기청소년들, 은둔형 외톨이 청년, 자립준비청년들이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이 많은 친구들이 지금은 어디에 가있나 라는 의구심과 함께, 이 마을과 지역이 더 이상 청소년들의 성장과 배움의 무대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안타까운 해석을 하게 됩니다. 멋진 청소년들을 찾았으면 이 친구들이 지역사회라는 무대 안에서 훌륭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좋은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는 청소년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청소년이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어 또 다른 청소년들을, 그리고 지역의 다양한 미래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래서 청소년들의 이야기와 욕구가 담긴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시설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공공프로그램에 얼마나 많이 참여했느냐, 얼마나 많은 수상을 했느냐가 아니라, 청소년들의 성장과 경험에 초점을 맞춘 아카이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지역에서 친구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활동하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앞으로 어떤 욕구와 꿈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지역의 청소년 정책과 지원, 시설 등을 다시 점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뉴스와 지면을 통해 접하는 사회 속 다양한 갈등과 반목을 볼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드나요.

첫 번째로는 ‘익숙해졌다’ 입니다. 저는 이게 무섭다고 생각해요. 사회 속 다양한 갈등과 반목이 해결하거나 해소해야할 사항이 아니라 너무나 익숙해져서 마냥 당연한 일들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어떠한 노력을 기울일 시도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당연한 익숙함’ 말이죠. 둘째는 사람들의 일상에서 정치와 사회갈등에 대해 점점 이야기를 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조심스러워 합니다. 최근에는 심지어 정외과 수업에서조차 교수님들이 사회이슈에 대해 질문을 하면 학생들은 답변하기를 어려워하거나 서로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TV와 뉴스에서는 성난 비판과 토로가 넘치는데 정작 일상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고, 그저 서로가 힘들겠구나 짐작하고 말하지 않을 뿐인 분위기가 아쉽게 다가옵니다. 세 번째로는 그래서 ‘그냥 아쉬움에 머물러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결할지 등 대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그저 안타까움과 아쉬움, 불만을 표출하는 데까지만 사람들을 머물게 만들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들의 대안으로 제 공부와 활동 주제들이 마을과 로컬 등 작은 단위에서의 시민참여에 더욱 집중하게 됩니다. 최근 학교 교수님들이 주민자치와 마을, 공동체 등 거버넌스에 대해 부쩍 관심을 갖는 것도 같은 이유라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저는 어려서부터 인복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인터뷰를 통해 회고를 해보니 정말 많은 분들이 지역에서 저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고 제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주신 것 같습니다. 저는 풍요롭게 보다는 다채롭게 살고 싶은 게 제 삶의 목표입니다. 다양한 취미와 관심을 통해 지역에서 청소년들과 또 다양한 주체들과 낭만 있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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