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의 편지 ] 고양시 경제단체 통합을 바라보며

이상헌 통합회장을 추대함으로써 고양시 경제단체 통합문제를 매듭지은 고양상의 대의원총회 참석자들.
이상헌 통합회장을 추대함으로써 고양시 경제단체 통합문제를 매듭지은 고양상의 대의원총회 참석자들.

[고양신문] 지난 한해를 마무리하는 반가운 뉴스가 있었습니다. 20년 동안 둘로 갈라져 있던 고양시 경제단체가 하나로 통합된 일입니다. 고양시기업경제인연합회와 고양상공회의소는 10년 전부터 통합을 추진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힘든 일은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통합 과정에서 구성원 모두가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같은 정보를 공유해도 해석은 천차만별입니다.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오해와 불신, 파벌이 생기고 갈등과 대립이 생깁니다. 두 경제단체도 10년 동안 그랬습니다.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2023년 본격적인 통합논의가 재개됐고, 다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여겼습니다. 

지난 28일, 고양상공회의소 대의원 총회가 있었습니다. 홍흥석 고양상공회의소 회장이 사임하고, 이상헌 고양시기업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두 단체의 통합회장으로 추대하는 절차였습니다. 고양상의는 회장직을 포기했고, 고경연은 조직의 명칭을 포기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고경연은 이날 총회에 앞서 이사회 표결로 먼저 통합을 결정했습니다. 총회는 10년의 축소판이었습니다. 3시간 동안 날선 비판과 애타는 설득이 교차했고, 마음을 후비는 아픈 말, 입장에 따라 억울할 수도 있는 말들도 쏟아졌습니다. 하나하나 서로 대응하면 총회는 중단이고, 통합은 끝입니다. 불안불안한 3시간을 넘기고, 통합회장을 추대할 수 있었던 것은 통합이라는 대의에 손을 든 다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통합과정이 아프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갈등과 상처를 딛고 이룬 협의와 연대여서 더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비판을 감수하고, 반대했지만 협의를 지지했던 모든 기업인께 한 수 배웠습니다. 특히 통합논의의 정점에서 수많은 말을 들어야 했던 이상헌 회장께 많이 배웠습니다. 그가 묵묵히 경청하고, 인내하지 않았다면, 통합을 원했던 많은 분들의 노력이 허사가 되었을 겁니다. 인내하고 참아내고 끝내 협의에 이르는 고된 과정을 지켜보며, 이 과정이 민주주의라는 배움을 얻습니다. 민주주의는 거창하고 멋진 이념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가는 과정, 그 자체라는 경험을 얻습니다. 아마, 두 단체의 구성원 모두 하나가 되는 온전한 통합을 이루기 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잘 해내리라는 기대를 걸어봅니다. 고양시 시민사회가 던져준 반가운 뉴스를 생각하다 보니 이동환 시장이 자꾸 떠오릅니다. 

이동환 시장은 취임 1년 전 원당으로 결정된 고양신청사를 백석으로 이전하겠다고 기습 발표하고 1년 내내 그 일로 시달리고 있습니다. 시장만 시달립니까, 온 도시가 두 개로 갈라져 시달리고 있습니다. 시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법적 절차도 무시한 탓에 경기도 투자심의가 부결되면서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천연덕스럽게 백석동 빈 건물에서 시청 회의를 주재합니다. 그것뿐인가요.

지난주에는 갑자기 출판기념회를 열어 거금을 모았습니다. 총선 출판기념회 때문에 정신없는데, 고양시장까지 출판기념회를 열고 고양시 전역의 이해관계자를 끌어들였습니다. 이동환 시장은 취임한 지 1년 7개월입니다. 남은 시간이 훨씬 깁니다. 3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돈 봉투를 들고 왔고, 책이 완판되어 예약주문을 수없이 받았답니다. 책은 2만원이지만 누가 2만원을 들고 왔겠습니까. 공직자들은 평균 10만원 이상은 상납했을 테고,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은 말 못할 금액을 넣었겠지요. 아마도 긁어모은 돈의 액수만큼 화가 쌓였을 겁니다. 

전국자치단체 중 가장 자주 해외출장을 다니는 이동환 시장님, 자꾸 멀리 가지 마시고 당신 곁의 고양시민께 배우세요. 이동환 시장님의 출마 슬로건은 ‘오직 시민만 바라보겠습니다’지요. 제발 시민 좀 바라보고, 시민의 말에 귀 기울여 주세요. 돈 봉투만 세지 마시고 돈에 얽히고설킨 마음을 헤아려 주세요. 곰곰 생각해보시면 마음이 아프실 겁니다. 비판을 감수하며, 내 판단이 잘못됐다면 용기 있게 돌아갈 줄 아는 사람들, 고양시민에게 배우세요. 그래야 고양의 새해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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