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호 행신2동 주민자치회장,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고양신문] 얼마 전 고양시가 개최한 '시청사 이전 사업 주민 설명회'에 다녀왔다. 고양시가 백석 이전을 추진했건만, 경기도 지방재정투자심사에서 ‘재검토’로 통보받아 사실상 백석 이전은 불가해졌다는 해석이 오가는 상황에서 고양시는 주민들에게 무엇을 설명할까 궁금했다.
발표를 맡은 이정형 부시장은 경기도의 결정이 ‘재검토’이므로 ‘백석 이전 불가’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당연하다. 사전적으로 재검토는 ‘다시 검토한다’는 의미이고 경기도도 “재검토 사유가 충분히 보완될 경우 다시 심사를 의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중요한 건 경기도가 재검토로 결정하며 고양시에 요구한 조건 세 가지다. ‘주민설득 등 숙의과정 필요’, ‘의회와의 충분한 사전협의’, ‘기존 신청사의 조속한 종결 등 사전절차 이행’. 고양시 보도자료를 보면, 이동환 시장은 이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불합리하고 임의적인 판단과 결정”이라고 비판했고, 설명회에서 이 부시장 역시 같은 주장을 폈다. 기대와 다른 결정에 실망이 크겠지만, 고양시의 대응 설명을 보면 여전히 이 문제의 핵심을 모르고 있다.
첫째, 주민설득 등 숙의과정 필요. 이 시장은 “청사 이전 발표 후 44개 동 주민간담회, 50개 단체 간담회, 1200명과 시정간담회, 통장·주민자치위원 간담회 등 적극적으로 시청사 이전 당위성을 설명해 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 주민자치회도 방문하였는데, 시정홍보를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돌아갔을 뿐이다. 이번 설명회에서도 참여 주민에게 제공하는 자료도 없이, 백석 이전의 장점만 홍보하는 프리젠테이션이 펼쳐졌다. 이렇게 주민들과 소통하는데 경기도는 무엇을 더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 부시장이 하소연하자 방청석에서 내가 문제를 지적했다. 이처럼 찬반이 첨예한 주제는 양쪽이 균형있게 주민들에게 객관적이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첫 출발이라고. 이 부시장은 이후 그러한 자리를 만들겠다고 답했지만, 지난 1년 고양시의 의견 수렴이 사실상 일방통행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의회와의 충분한 사전협의. 이 시장은 “시청사 발표 후 의회 설명회 개최를 수차례 요청했으나, 의회가 받아들이지 않아 성사되지 못하였”다라고 말한다. 여전히 문제의 본질을 모르고 있다. 시청사 논란은 2023년 1월 4일, 느닷없이 이 시장이 백석 이전을 발표하고 다음날 “새로운 시청사는 백석동 요진 업무빌딩으로 결정되었습니다”라는 <고양시 신청사 결정에 대한 설명문>을 고양시 홈페이지에 공지하면서 시작되었다. 시청사 이전은 행정부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시청사의 주소가 조례로 정해지기에, 이전을 위해서는 처음부터 의회가 주도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실제 원당 신청사 이전을 위해서 의회는 2019년에 신청사 건립기금 조례, 입지선정위원회 조례를 만들었고 매년 건립기금 예산도 확보해 왔다. 이렇게 의회 심의를 거친 사업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백지화하고 전혀 다른 방안을 갑자기 결정 및 발표한 이후 의회에게 협의를 요청한다? 지방자치와 의회민주주의 기본을 모르는 행위다.
셋째, 기존 신청사의 조속한 종결 등 사전절차 이행. 사실상 경기도가 고양시에게 우선 해야할 일을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정말 원안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다면, 그 의사결정과정을 주관해 온 의회에서 기존 방안의 백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미 2000억원이 넘는 건립기금을 조성하였고, 국제설계 공모도 마쳤으며, 원당 신청사를 조건으로 그린벨트 해제까지 확보하고, 2023년 5월에 착공 예정이었던 원안을 폐기하는 수준의 동의가 가능할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이번 경기도의 재검토 결정으로 백석 시청사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다.
백석 이전을 발표했던 1년 전처럼 연초에 시장의 기자간담회가 열릴 것이다. 이제는 이 시장이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 이 논란의 본질은 두 방안의 비교 평가를 논하기 전에 의사결정의 민주주의이다. 시청사 논란으로 인한 시민들의 갈등과 피로, 이전 작업 중단으로 인한 행정 난맥도 심각하다. 새해 기자간담회에서 이 시장의 첫마디는 고양시민에게 ‘잃어버린 1년’에 대한 사과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