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16개월, 77일 해외체류
11회 중 회의·협약·견학 9회
외투유치 직접 연관 일정 2회
[고양신문] 민선8기 출범 후 유독 잦아진 고양시장의 해외출장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해외출장의 목적은 대부분 회의, 협약, 견학이고, 정작 외자유치를 목적으로 한 구체적인 일정은 2건 정도에 불과하다. 11회의 해외 출장 성과 중 주목할 만한 사례는 세계지방정부연합 아태지부 총회 유치가 유일하다. 이동환 시장의 해외출장은 수원·용인 등 비슷한 규모의 타 지자체와 비교해 2배가량 많다.
11번 해외출장, 총 77일
‘기업유치’ 효과는 글쎄
새해 1월 10일까지 예정된 미국 일정을 포함하면, 이동환 시장은 취임 후 총 11번 해외출장을 떠났고, 77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현재 민선8기의 핵심 정책인 경제자유구역과 관련한 경제자유구역추진과·전략산업과가 주관한 출장이 6회로 가장 많지만, 정작 기업유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출장은 2건뿐이다.
시가 공개한 11회의 해외출장내용을 살펴보면, COP27 참석, 유네스코 컨퍼런스 참석, CES2024 참관, 몽골 고양의숲 이양협약체결 등 회의와 협약을 위한 목적이 10회였고, 이들 회의 · 협약을 위해 출장 갔다가 현지 산업단지나 기업 등을 견학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목적 자체가 외자유치를 위한 기초조사 정도의 수준일 수밖에 없다. 기업유치를 목적으로 한 출장은 2023년 4월 미국 출장과 이달 1월 CES2024 참관을 겸한 ‘바이오 정밀의료클러스터 기업유치 활동’ 등 2건뿐이다.
해외출장의 성과는 빈약할 수밖에 없다. 경제자유구역추진과 관계자는 “해외출장 이후 투자의향을 밝힌 외국인투자기업이 10여 곳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기업명과 유치내용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경자구역 추진 과정에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내용이기에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 선정 조건 중 하나인 해외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잦은 해외출장을 떠났지만 결과는 투자의향서 한 장 공개하기도 어려운 형편인 셈이다.
고양시와 함께 경자구역 추가지정 대상지로 선정된 안산의 경우 확정된 외국인투자기업으로부터 총 7건의 투자의향서를 확보했다. 안산시장의 해외출장은 고양시장 11건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4회였다. 구체적인 기업유치 내용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소재 기업인 미국의 인테그리사와 함께 ‘코리아테크놀로지센터’를 착공해 지난 10년간 경기도 내 최대규모의 외부투자유치를 이뤄냈다. 이 밖에도 일본 반도체 기업 테크니스코와 카카오 등의 업체 또한 경자구역에 들어설 예정이다.
안산시 경제자유구역추진 담당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최종 결정에서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이 바로 ‘외국인투자기업 유치’”라며 “해외에 많이 나간다고 해서 유치약속을 받아낸다기보다는 한 번의 출장에서 얼마나 전략적으로 해외 투자유치에 접근하느냐가 중요하다. 아울러 경자구역 테마에 맞는 국내기업 유치도 함께 집중해야 경자구역 첫 단계인 기업유치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해당 담당자의 말처럼 안산시장 해외출장 일정에서는 뚜렷한 연관성과 집중도를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작년 1월 안산시장의 일본 출장 일정을 보면 안산시 경자구역의 테마 ‘첨단로봇·제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일 남짓한 일정이었지만, 이민근 안산시장은 가와사키 상공회의소를 방문해 20여 개 업체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진행했고, 앞서 언급된 테니스코의 연구센터·생산공장 건립을 약속하는 투자유치협약을 체결했다.
반면, 고양시장 해외출장 일정은 각각의 상호연관성이 비교적 적다. 고양시의회 김해련 시의원은 “작년 해외출장 성과보고서를 보면, 각각의 해외출장 일정들이 통일된 목적을 가졌다고 보긴 어렵다. 각각의 일정들이 테마 없이 흩어진 느낌”이라며 “일정 대부분이 ‘자문 및 벤치마킹’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표적으로 ‘프랑크푸르트 메쎄 벤치마킹’ ‘시스타사이언스 시티 방문’ 등 실질적인 기업유치 움직임보다는 ‘견문’ 정도에 그친 활동이 많았다”라고 지적했다.
인근 지자체 9곳 중 최다
고양시와 인구규모가 비슷한 수원시는 총 6회로 고양시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고양·수원에 이어 도내 인구규모 3위인 용인시의 경우 작년 출장횟수가 2회로 남양주와 함께 가장 적었다. 이 밖에도 화성 5회, 부천 4회, 성남 3회으로 대부분이 고양시장 해외출장 횟수의 절반 이하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용인시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경기도 내 자치단체장은 해외출장을 3~4번 정도 나간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1년에 한두 번 가는 선에서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용인시장의 경우, 아직 고양시장처럼 자문 및 벤치마킹 목적으로만 해외출장을 다녀온 적은 없다. 해외출장 대부분이 자매결연도시 간 우호를 다지는 형식적인 출장이거나, 용인 시스템반도체클러스터와 관련한 기업협의를 위해 추진됐다”라고 답변했다.
총 11회의 출장을 담당한 부서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시의 입장은 ‘당장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시각에서 해외출장을 바라보아야 한다’로 귀결된다. 경제자유구역을 비롯해 다양한 컨퍼런스 등 고양시 대표 글로벌 사업들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이기에 현재 구체적인 성과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경자구역추진과 관계자는 “고양시라는 브랜드와 가능성을 해외 기업들에 홍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는 있지만 업무협약을 맺으며 기업유치를 위한 기반을 마련 중이기에 효과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경제자유구역을 10년 넘게 추진해 왔으면 해외출장으로 바로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겠으나, 현재 단계에서 기업 유치 성과가 바로 나오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