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주 기자의 공간공감] 카페 ‘차, 느루’
단아하고 정갈한 공간에 앉아 고즈넉한 힐링
보성에서 온 세작차, 가평에서 온 연꽃차…
향기로운 차와 함께 즐기는 다양한 디저트
[고양신문] “차 한잔하실래요?” 누군가를 알아가고자 할 때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가장 자주 선택하는 첫 말이 아닐까?
차(茶) 문화는 인류의 유구한 역사와 같이해왔던 오랜 전통이다. 전 세계의 사랑을 받으며 발전해온 다양한 차 문화는 빠른 시간을 중요시하는 산업화시대에 밀려 조금씩 잊혀져 갔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바쁜 현대인들의 힐링 방법으로 다도(茶道)가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
밤가시마을 숨은 보석같은 찻집
2022년 9월 밤가시마을에 문을 연 ‘차, 느루’는 눈 내린 겨울날과 잘 어울리는 하얀 외관을 가지고 있어 주변의 이국적인 맛집과 커피전문점들 사이에서도 단연 눈에 들어온다. 차를 마시며 밖을 바라보기 좋은 통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장식을 모두 뺀 단아한 찻집의 문을 열면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온 듯하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차, 느루의 공간은 동양적인 매력이 가득하다. 매장 중간에 자리한 나무로 된 커다란 테이블에는 곱고 하얀 모래가 가득 차 있고, 검은 주물의 찻주전자가 매달려 있다. 일본의 다도로 유명한 교토의 모래 정원 ‘료안지’를 떠오르게 하는 이 테이블은 SNS에서 사진 명소로 인기가 대단하다. 물결무늬로 정갈하게 정돈된 모래를 바라보면 복잡한 마음이 모래 알갱이 속으로 흩어지는 듯하다. 보름달이 떠오른 것 같은 둥근 등은 고즈넉한 찻집에 따스함을 더한다.
차, 느루의 정승원 대표는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힐링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편안한 인테리어를 추구했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넉넉한 간격을 두고 배치된 좌석은 천천히 여유를 즐기는 시간을 선사한다.
다채로운 전통차의 향연
차 전문점답게 차, 느루에서는 차와 관련된 다양한 메뉴를 만날 수 있다. 세작차는 보성에서 4~5월경 채취한 어린잎으로 만들어 맑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100% 유기농 보성녹차를 곱게 갈아 진하게 마시는 말차는 찻잎의 영양소가 모두 들어가 항산화 작용에 도움을 주고 피로 해소에 효과가 좋다. 수줍게 다문 봉오리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면 화려한 꽃을 피우는 연꽃잎 차는 차, 느루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차다. 첫맛은 은은하게 시작되지만 끝맛은 연꽃의 달짝지근한 향이 감돌고, 카페인이 없어 차를 마시지 못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매년 가평의 연꽃농장에서 가져오는 연꽃차는 초여름부터 초겨울까지 만날 수 있다. 보는 즐거움과 건강까지 챙겨주는 연꽃차는 성인병 예방과 스트레스 감소에 효과가 좋다.
차, 느루에서는 전통차 이외에도 여러 가지 차를 조합해 최적의 향과 맛을 끌어올린 블렌딩 차가 유명하다. 노랑, 연두, 분홍으로 불리는 블렌딩 차는 주인장의 동생이 직접 덖어낸 꽃 찻잎이 들어가 차를 마시는 내내 꽃의 아름다움도 같이 마실 수 있다. “어우러지는 맛을 찾기 위해 7개월의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차를 섞으며 연구했다”고 얘기하는 정 대표는 어릴 적부터 즐겼던 다도의 매력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꽃차 소믈리에 동생과 같이 차, 느루 찻집을 열었다.
사계절 즐기는 눈꽃 빙수
차와 함께 즐기는 다과는 나무로 된 도시락 찬합에 담겨 정성스럽게 나온다. 매장에서 대표가 직접 쌀가루를 이용해 구워낸 유자 쌀 마들렌부터 쑥의 향긋함과 고소한 견과류가 들어간 구움 찰떡, 밤이 들어간 진한 치즈케이크는 한국의 전통 음식 재료와 디저트를 접목한 새로운 메뉴다. 시나몬 호두정과, 팥양갱 등의 주전부리는 은은한 차의 맛을 방해하지 않도록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건강까지 생각한 다식 메뉴들이다. 좀 더 달콤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이탈리아식 푸딩인 판나코타를 추천한다.
차, 느루에서 여름에 선보인 보성 말차빙수와 호지차 빙수는 단골들의 성원에 힘입어 사계절 만날 수 있게 됐다. 창밖에 쌓인 눈을 보면서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빙수를 한겨울에 먹는 호사를 느껴보자.
카페 이름인 차(茶)느루는 순우리말로 ‘한꺼번에 몰아치지 아니하고 오래도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스한 동양의 신비로운 매력이 가득한 찻집에서 나를 위한 정성스러운 다과 한상을 선물해보자.
❚카페 '차, 느루'
주소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380번길 63-30
문의 0507-1424-5512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매주 월요일 휴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