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강제로 열고 가처분 고지
조합 측 ‘이주지연 방지하고
명의 변경 막기 위한 절차’
주민들 합법거주자 인권침해
[고양신문] 능곡5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집에 대한 부동산가처분 고지절차를 강제로 집행됐다. 강제집행은 미리 예고되거나 협조를 얻지 않은 상태에서 불시에 이루어졌고, 주민들은 합법적인 거주기간 임에도 강제로 집 문이 열리는 수모와 위협을 당해야 했다.
지난해 12월 20일 김옥분(가명, 64세)씨가 퇴근하고 돌아온 집엔 못 보던 서류가 붙어 있었다. 해당 서류에는 김씨의 집에 대한 점유를 이전하거나 명의를 변경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고시가 포함돼 있었다. 집 안에는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에 대한 서류와 부동산가처분 강제집행을 시행했다는 내용의 서류도 함께 놓여 있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 누군가 들어왔다는 것에 놀란 김씨는 능곡5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사무실에 찾아가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조합은 합법하게 진행한 처분이라는 말뿐이었다.
김씨는 “이주 기간이 3월 9일까지로 3개월 이상 남아 있는 상황이었는데 왜 벌써부터 강제집행을 진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사 날짜도 이주 기간에 맞춰 잡았는데 조합에서는 당장 나가라는 뜻인 건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씨는 “자느라 응답하지 못한 집도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며 “이주 기간이 남았는데도 사람이 있든 없든 문을 따고 들어오는데 무서워서 살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김씨를 비롯한 능곡5구역 세입자들의 집에 들어와 부동산가처분 고시를 붙인 건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의 집행관이다. 집행관은 지난해 12월 18일부터 2주간 능곡5구역 세입자들의 집을 찾아 부동산가처분에 대한 고시를 전달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집행관사무소는 조합이 신청한 강제집행을 2주 내로 고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이 부동삼점유이전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정에 따라 강제집행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강제집행 당시 문을 따고 들어간 것에 대해 집행관사무소 관계자는 “강제 개문은 민사집행법 제5조(집행관의 강제력 사용)에 근거해 집행한 것”이라며 “서류상 세입자가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 사람이 없거나 있어도 응답이 없는 경우에는 내부 수색을 통해 공과금 납부서, 약봉투, 여권 등을 확인한다”고 해명했다.
조합은 부동산가처분 소송과 강제집행 신청이 이주 지연 방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이주 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부동산가처분을 신청한 이유에 대해 조합은 “점유자가 변경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이주기간 이후 진행되는 강제집행 과정에서 실 점유자가 다르면 집행 절차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점유자를 변경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순간에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야 할 주민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김씨는 “열쇠업체까지 불러 문을 따고 들어왔다는 사실에 그날 이후 제대로 잠을 이룬 적이 없다”고 심정을 털어놓으며 “아무리 강제집행이라도 채무자를 고려하지 않는 과정인 것 같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