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정 기자의 공감공간] 동네책방 ‘기린과숲’
북카페처럼 꾸며진 아늑한 안쪽 공간 ‘인기’
이름 같은 독립출판사에서 독립서적 출간
“돈 안 돼도 재미난 일 함께 만들어가고파”
[고양신문]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책방이 있다면 어떤 점이 좋을까? 도서관보다 작은 규모지만 자주 찾아갈 수 있고, 책방지기와 친해질 수 있고, 소소한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점이 동네 책방의 매력이다.
‘기린과숲’ 책방은 덕양구청 후문 건너편, 농협이 있는 상가건물 2층에 있다. 밖에서 보면 작은 간판이 눈에 잘 안 띄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일상의 쉼표가 되어주는 책방’이라고 손글씨로 쓰인 간판이 있어 금방 찾을 수 있다. 책방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림책, 시집, 소설책, 에세이, 독립서적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이 계절에 읽으면 좋을 책들, 책방지기 추천 도서, 책방에 새로 들어온 책들 등의 코너가 있고 한쪽 벽면에는 책과 관련한 칼럼이나 작가의 인터뷰 글이 전시돼 있어 읽을거리가 풍성하다.
“기린과숲은 2013년에 1인 출판사로 시작했습니다. 그 전까지 모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가 좀 더 자유롭게 책 기획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독립을 감행했죠. 높이, 넓게 보며 나아가자는 의미로 ‘기린과숲’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제작비 부담이 덜한 전자책을 펴내는 일을 계속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2021년에 공간을 얻어 책방을 열었고, 이후 독립서적 종이책도 출간하기 시작했습니다.”
편안한 인상의 이근일 책방지기는 2006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고양시에서 나고 자라 익숙한 이 지역에 책방을 열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 화정에 아직 독립서점이 없다는 것을 알게 돼 2021년 3월 작업실이 있는 책방을 열었다고 한다. “팬데믹 기간이라 손님 방문은 거의 없었지만 덕분에 서두르지 않고 공간에 대해 오래도록 고민하며 꾸밀 수 있었고, 처음 하는 일이라 힘들었지만 공간을 만들어가는 나름의 즐거움을 맘껏 누렸다”며 지난 시간들을 떠올렸다.
책방은 바깥 공간과 안쪽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바깥 공간에는 책방지기가 큐레이션한 새 책이 진열되어 있고, 안쪽 공간은 북카페처럼 만들어졌다.
“처음 공간을 꾸밀 때 이곳 ‘아무의 서재’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손님들이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며 차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을 들이고, 따뜻한 방석을 깔고, 향이 좋은 원목 책장에 그동안 제가 소장해온 책들을 꽂고, 클래식 감상을 위한 오디오를 설치했죠. 누구나 이 공간을 향유하며 편안하게 머무르길 바랐거든요.”
책방지기의 말처럼 새 책들이 있는 바깥 공간도 좋지만, 나만의 책상에서 책을 보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아늑하고 편안한 안쪽 공간에 자꾸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오전엔 편집 작업하는 공간으로도 사용하기에 책방은 오후 2시부터 문을 연다. 인스타그램을 보고 책방을 찾아주는 손님들이 생겨나고 대관을 통한 외부 독서모임이 정기적으로 열리며, 고양시 문학교실을 운영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을 대상으로 연수 강의도 진행했다. 2022년에는 ‘고양문화다리’ 사업에 선정되어 사진시집을 출간하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시낭독회를 개최했다.
작년에는 기린과숲 출판사를 통해 세상에 나올 두 권의 책을 편집하느라 많이 바빴다고 한다. 하나는 『간밤의 꿈 이야기』(안주영)라는 에세이로, 건강이 무너진 뒤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작가의 꿈을 기록한 책이다. 다른 하나도 『우리들의 다섯 번째 계절』(김영욱)이란 에세이인데, ‘나’를 찾아가는 여정과 자연 속에서 얻은 공생의 깨달음을 담은 책이라고 소개했다.
“독립서점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지역 주민과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란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이 시대 동네책방은 지역의 문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으로부터 ‘독립’했으니 그만큼 ‘돈 안 되는’ 많은 일을 도모할 수가 있죠.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자본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문을 닫기까지 합니다. 저는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하며 부족하나마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어서 당분간은 계속 독립서점의 ‘독립’ 정신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시를 함께 읽는 시테라피 모임, 공간을 활용한 낭독회 등 돈은 안 되지만 유용한 문화 사업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시도함으로써, 기린과숲이 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의미 있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주소 고양시 덕양구 화중로 126, 205호
영업시간 화~금 오후 2~7시 (토·일·월 휴무)
문의전화 031-963-3133
인스타그램 kirinsoo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