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기후총선이 뜬다 ②> 잠재적 기후유권자 움직일 기후정책은?

지난해 일산 킨텍스 미개발부지에서 탄소제로 고양숲 조성을 위한 시민한마당 행사가 열린 모습
지난해 일산 킨텍스 미개발부지에서 탄소제로 고양숲 조성을 위한 시민한마당 행사가 열린 모습

총선 기후정책 키워드 ‘기후’와 ‘민생’
지역 중심 재생에너지 전력시장 구축
기후위기정책 영향받는 산업 지원 등
호응 이끌고 지속가능한 정책 필요

고양 쓰레기소각장, 재생에너지 확대 등
지역민 호응 이끌 지역현안 정책 나와야


[고양신문] “익숙했던 대의제의 정치 언어를 벗어난 기후 정치가 어떻게 이야기될 수 있을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언어를 배워가듯이 새로운 정치를 말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를 위해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유권자의 1.5%를 기후정치 시민으로 조직할 것이다. (…) 우리는 이번 총선에 기후 위기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왜곡되지 않는 요구를 제시할 것이다.”

지난 26일 국내 350여개 시민단체 연대기구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국회 앞에서 기후정치선언문을 발표하고 이번 총선을 ‘기후정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간담회, 야외행사, 대중강연 등 캠페인을 열고 사전투표일에는 기후정치 시민대회도 여는 등 기후위기 해결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유권자를 조직하겠다는 계획이다. 유권자의 1.5%를 기후정치 시민으로 확보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밝혔다. 

지난 21일 로컬에너지랩,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등의 단체로 구성된 ‘기후정치바람’은 기후위기 인식 심층조사 지역별 세부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고양·김포지역 시민 중 ‘기후유권자’의 비중은 무려 41%를 차지했다. 고양시민들 또한 기후위기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번 선거에 중요한 투표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잠재적 기후유권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기후정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번호에서는 2024 총선에 필요한 기후정책들을 살펴보고 이중 고양시 현안에 대응할 수 있는 분야를 뽑아 정리해본다. 
 

기후위기 기금위한 탄소세 37.8% 동의
“지금 1.5도를 넘어갈 것이 확실시되는 위기국면에서 기후정책은 더 이상 단순한 개별정책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조세와 재정 정책을 중심으로 모든 정책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우산 아래 연결돼야 한다. 무엇보다 생태적 목표와 민생복지 해결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2024 총선 결과를 바꿀 기후유권자’ 토론회 발제에서 이번 총선에 필요한 기후정책 키워드를 ‘기후’와 ‘민생’으로 정리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서도 동시에 해당 정책은 시민들 생활을 향상시키고 녹색일자리도 창출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지속가능한 정책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총선에 필요한 기후정책 방향을 제시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
이번 총선에 필요한 기후정책 방향을 제시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

이유진 소장은 생태복지 사회를 위한 정책 방안으로 크게 7가지를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재정확보 방안으로 △탄소세와 기후배당 등 녹색조세 개혁, 탄소중립 산업과 민생을 연계한 △에너지, 주택, 교통 녹색일자리 확충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산업 육성 △녹색건축 및 그린리모델링 확대 △버스공영제 등 교통복지 정책 △녹색전환정책에 따라 폐쇄되는 산업에 대한 지원책 마련, 마지막으로 정책추진에 힘을 싣기 위한 △탄소중립정책 주무부처 변경 등이다. 

앞서 기후정치바람이 진행한 기후위기 전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탄소세 도입을 지지하는 응답률은 37.8%로 나타났으며 이중 40%는 1000원에서 1만원을 추가세금으로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유진 소장은 “21대 국회에서도 탄소세 도입과 배당에 관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뒤따르지 못했다”며 “22대 국회에서는 신속한 논의와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동시에 좋은 일자리를 확보하는 방안도 중요한 과제다. 녹색전환연구소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의 경우 2030년까지 정부 탄소중립기본계획 목표에 따라 에너지 전환, 그린리모델링, 공공버스, 자전거 정책 등을 도입할 경우 약 11만2000개의 신규 녹색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진 소장은 “이러한 신규 녹색일자리가 확보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공공조달 목표를 위해 현재 최저입찰제 중심의 조달법을 개정하는 등 국회차원의 법제도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 대응정책 전환을 통해 가장 규모가 커지게 될 분야로 언급된 곳은 바로 지역 중심의 재생에너지 전력시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전력시스템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70%를 목표로 전력시장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인식조사에서 5명 중 3명이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지지한다는 결과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는다. 이유진 소장은 “특히 이 영역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기후위기 대응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나아가 재생에너지 수출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의 행정·재정적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 발표된 기후정치바람이 제시하는 기후위기 대응 총선 7대 정책 제안.
토론회에서 발표된 기후정치바람이 제시하는 기후위기 대응 총선 7대 정책 제안.

기후대책과 함께 ‘정의로운 전환’ 동반돼야
기후위기 대응과 연계해 교통복지 정책 또한 중요하게 언급되는 부분이다. 대중교통 소외지역일수록 교통불평등 문제뿐만 아니라 자가용 사용이 늘 수밖에 없다. 때문에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중요한 정책목표 중 하나다. 이번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교통부문의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하는 정책으로 ‘대중교통 노선 및 차량 확대’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버스예산 국고보조와 단계별 버스 공영제, 공공교통 예산 확대 등이 제안됐다. 여기에는 현재 대부분 민간 버스회사에 넘어가있는 노선권을 지자체가 회수해 공공버스를 운영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그밖에 2030년까지 전기버스 전면도입, 교통공사 신설 및 대중교통 기금조성 방안 등도 제안됐다. 

기후위기 대응정책을 위해서는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정책기조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유럽 전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농민시위의 사례에서 보듯 탄소배출 감소정책이 특정 계층과 산업에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경우 거센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이태성 노동자는 “탄소배출 절감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큰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후속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유진 소장 또한 기후위기 정책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산업들에 대한 지원정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소장은 “특히 석탄발전소와 자동차 산업분야의 경우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이유진 소장은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부처가 환경부가 아닌 재정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도 해결 못하는 환경부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과 정책역량이 필요한 만큼 기획재정부가 총괄을 맡아 기후대응기금을 운용하고 각각의 부처에 사업집행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양시 쓰레기 배출, 지역 재생에너지 쟁점
특히 이날 발표에서 중요하게 언급된 내용은 바로 지역 상황에 적합한 기후공약 제안이었다. 가령 인천광역시의 경우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하자는 의견에 81.1%가 찬성했고 광주광역시의 경우 폐쇄되는 군공항부지를 ‘100만평 숲’으로 조성하자는 제안에 77%가 동조했다. 최근 서울 상암동 소각장 문제로 이슈가 된 은평·서대문·마포구 지역 주민들은 서울시 전체 쓰레기 감량 문제에 대해 타 지역에 비해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이처럼 각 지역마다 현안과 관련된 기후공약이 나와야 주민들의 호응도도 높아지고 그만큼 선거이슈로 더 부각된다는 설명이다. 

고양시 내에서도 지역 현안과 연계된 다양한 기후공약이 제안될 수 있다. 가령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도내 온실가스 배출량 현황에 따르면 고양시는 지자체 관리권한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도내 상위권을 차지했다(515만2000톤CO2eq). 폐기물 부문에서 경기도 내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으며 도로수송과 건물 분야에서는 각각 네 번째로 높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기후위기고양비상행동에서 주최한 고양시 쓰레기처리문제 해결방안 시민토론회 모습
지난달 기후위기고양비상행동에서 주최한 고양시 쓰레기처리문제 해결방안 시민토론회 모습

이중 폐기물 문제는 작년부터 논란이 된 신규소각장 문제와 연관해 이번 총선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기후위기고양비상행동은 쓰레기소각장 문제와 관련한 시민토론회를 열었는데 이날 자리에서는 단순히 소각장 부지선정 논의에 앞서 쓰레기 배출량 감소정책과 자원순환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대안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박평수 기후위기고양비상행동 공동대표는 “소각장 이슈를 단순히 부지선정 문제를 넘어 도시 내에 폐기물 배출 감소 정책, 폐기물 리사이클 사업화 전략,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재공영화, 일회용품 사용억제 방안 등 다양한 의제들과 연결시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총선에서 후보자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해법과 대책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차원의 재생에너지 확대방안도 중요한 총선의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2022년 기준 경기도 시군별 재생에너지 발전량 현황에 따르면 고양시 신재생에너지 생산규모는 10만1731MWh로 화성시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평수 공동대표는 “특히 태양열발전의 경우 협동조합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정작 고양시는 4기 이후로 지자체 허가가 나지 않아 답보상태에 놓여있다”고 지적하며 “재생에너지 정책 확대를 위해서는 시민참여형 사업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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