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기자회견 열고 입장 표명

심상정 녹색정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21대 국회의원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들어 온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제공= 오마이뉴스)
심상정 녹색정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21대 국회의원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들어 온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제공= 오마이뉴스)

 

[고양신문] 이번 총선에서 3위로 낙선한 심상정 고양갑 녹색정의당 국회의원이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심상정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21대 국회의원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진보정치 소임을 내려 놓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진보정당 최초 4선 의원인 심상정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5선 의원에 도전했으나 18.41%의 득표율로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후보(당선인), 국민의힘 한창섭 후보에 이어 3위에 그쳤다. 녹색정의당 또한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득표율 3%를 넘지 못해 의석 수 확보에 실패, 정의당 창당 이후 처음으로 원외정당이 됐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고양갑 국회의원 후보가 10일 오후 6시께 선거 사무소에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지상파 3사의 예측(출구) 조사 발표를 지켜본 뒤 무거운 표정으로 밖으로 나와 개인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 오마이뉴스]
심상정 녹색정의당 고양갑 국회의원 후보가 10일 오후 6시께 선거 사무소에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지상파 3사의 예측(출구) 조사 발표를 지켜본 뒤 무거운 표정으로 밖으로 나와 개인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 오마이뉴스]

한편 심상정 의원은 10일 선거 출구조사 발표 후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절실한 마음으로 열과 성을 다해 응원해 주신 당원, 지지자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그동안 보내주신 크나큰 정성과 사랑을 평생 빚으로 생각하며 갚아나가겠다"고 낙선인사를 전한 바 있다.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

녹색정의당 심상정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21대 국회의원의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들어온 진보정치의 소임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저는 지역구 주민의 신임을 받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소속된 녹색정의당이 참패했습니다. 오랫동안 진보정당의 중심에 서 왔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동안 척박한 제3의 길에 동행해주시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국민 여러분께 통절한 마음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또 작은 정당 소속인 저 심상정에게 세 번이나 일할 기회를 주시며 큰 사랑을 보내주셨던 덕양 주민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일하는 내내 행복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진보정당 25년은 참으로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벅차지 않은 날이 없었고, 한 걸음 한 걸음이 수월하지 않았습니다.

박봉을 쪼개서 당비·후원금 내고, 휴가 내서 피케팅하고, 월세 보증금 빼서 선거에 도전했던 수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오늘까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고되고 외로운 길을 함께 개척해온 사랑하는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께 감사하고, 또 미안할 따름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25년간 오로지 진보정치 한길에 생을 바쳐왔습니다.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정치를 바꾸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고, 권력을 잡는 것보다 더 큰 꿈,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향해 매진해왔습니다. 극단적인 진영 대결 정치의 틈새에서 가치와 소신을 지키려는 저의 몸부림은 번번이 현실정치의 벽에 부딪쳤고 때로는 무모한 고집으로 비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기에, 우리 사회의 약자와 보통 시민의 권리가 개선되고 대한민국 사회가 조금이나마 진보되어 왔다고 믿습니다. 저와 진보정당이 진정 사랑했던 것은 이념이 아니라 이웃하며 살아가는 보통시민의 삶이었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진보정당을 만들어 온 힘이고, 저의 자부심이었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제가 온몸으로 진보정치의 길을 감당해온 것에 후회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잠재력을 갖춘 훌륭한 후배 정치인들이 마음껏 성장할 수 있도록 진보정당의 지속가능한 전망을 끝내 열어내지 못한 것이 큰 회한으로 남습니다.

이제 저는 한 사람의 시민의 자리로 돌아갈 것입니다. 지금까지 진보정당의 부족함과 한계에 대한 책임은 부디 제가 떠안고 가도록 허락해주시고, 녹색정의당의 새롭고 젊은 리더들이 열어갈 미래정치를 따듯한 마음으로 성원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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