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불리한 판세 뒤집을 이슈로 판단
국힘 후보 4명 '편입' 한목소리 냈지만
대통령도 당도 시장도 연이어 ‘엇박자’
추진위 “이 시장, 공론화 외면” 비판

[이미지출처=고양시서울편입추진위 홈페이지]
[이미지출처=고양시서울편입추진위 홈페이지]

[고양신문] “4월 10일이 되면, 고양이 서울이 됩니다!”
총선을 앞두고 세 번이나 고양시를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가장 먼저 꺼냈던 말이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고양시 선거 전략이 무엇인지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수도권 판세가 여당에 불리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점화력을 가질 수 있는 이슈가 바로 ‘고양시 서울편입’이라고 판단했던 것.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수진영의 기대와 달리 서울편입 이슈는 고양시 총선에서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핀 ‘김포시 서울편입’ 불꽃을 고양에서 되살린 주체는 지자체장이 아닌, 서울편입 지지 시민들이었다. 이들은 총선을 앞두고 ‘고양시서울편입추진위원회’를 결성해 국민의힘과의 적극적 공조를 자청했다. 공천 국면에서 추진위 측은 15명에 이르는 국민의힘 예비후보들로부터 한목소리로 “서울편입 적극 추진”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국민의힘 중앙당도 행정구역 개편 주무부서인 행정안전부 차관 출신 한창섭 후보를 고양갑에 전략공천함으로써 ‘서울편입’ 이슈 파이팅에 화력을 보탰다. 

하지만 열기는 좀처럼 확산되지 못했다. “실현가능성 없는 선거용 공약”이라는 야당의 비판을 넘어서려면,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제시돼야 했지만 총선 일정이 다가와도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여권의 통일된 로드맵은 좀처럼 도출되지 못했다. 

오히려 대통령실과 당과 지역구 후보 사이에 혼란이 자초됐다. 지역구 후보들은 ‘서울편입’을 한목소리로 외치는데, 대통령은 용인특례시에서 진행된 국민과의 담화에서 “특례시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지지층 사이에서도 “특례시 권한이 강화되면 서울편입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역시 “서울편입과 경기북도를 원샷법으로 한번에 처리하겠다”고 외쳤다. ‘경기북도 No! 서울편입 Yes!’라는 슬로건을 함께 내걸었던 고양시 국민의힘 후보들의 입장은 또 한 번 어정쩡해졌다. 

서울편입과 경기북도 비교를 강조한 서울편입추진위 측 홍보이미지 [이미지출처=고양시서울편입추진위 홈페이지]
서울편입과 경기북도 비교를 강조한 서울편입추진위 측 홍보이미지 [이미지출처=고양시서울편입추진위 홈페이지]

서울편입 지지자들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같은 당 소속인 이동환 고양시장과의 엇박자였다. 이 시장은 처음부터 고양이 서울의 구로 흡수되며 특례시로서의 독자성이 상실되는 상황을 용인하지 않으려 했다. 이 시장은 고양시시정연구원에 관련 TF를 만들고 ‘일본 도쿄도를 롤모델로 하는 행정구역 개편’을 주장하며, 경기북부 최대 도시로서의 위상을 내려놓지 않는 방향을 모색했다. 

여기에 서울편입 드라이브의 운전대를 맡기려 했던 한창섭 후보의 행보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막상 후보로 낙점되고 보니, 지역 표심을 좌우하는 가장 강렬한 이슈는 이동환 시장의 일방적 백석이전 추진으로 인해 촉발된 ‘시청사 원안건립’이었다. 결국 한 후보는 ‘고양시 서울편입’과 ‘고양시청 원안건립’을 동시에 외치는 자기모순에 빠져버렸고, 서울편입 이슈가 특별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 채 총선이 마무리됐다.  

고양시를 3차례나 방문해 '서울편입' 바람을 유도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고양신문고양팟 화면 캡쳐] 
고양시를 3차례나 방문해 '서울편입' 바람을 유도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고양신문고양팟 화면 캡쳐] 

고양시서울편입추진위 박대석 사무총장은 “서울편입 요구가 이번 총선에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이슈였는데, 총선 과정에서 생산적 논의가 확산되지 못해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서울편입 지지자들 입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이동환 시장의 무책임한 태도였다”고 말했다. 이 시장에게 이 문제와 관련한 설명회나 토론회 등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외면해버렸다는 것. 

총선이라는 호기를 놓쳤음에도 불구하고 추진위 측은 여전히 서울편입 이슈가 교통, 일자리, 기업, 주택 등 고양시에 산적한 여러 문제들을 본격적으로 표면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선거는 끝났지만, 시민운동 형태의 포럼을 통해 서울편입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총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자발적으로 30여 차례 거리유세 지원에 나섰다는 박대석 고양시서울편입추진위 사무총장. [사진제공=박대석]
총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자발적으로 30여 차례 거리유세 지원에 나섰다는 박대석 고양시서울편입추진위 사무총장. [사진제공=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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