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정당투표 분석

조국신당 16만3621표 2위 기염
정의당 4.1% 지지 참담한 성적표
21대 총선과 달랐던 고양의 선택
유권자 표심 ‘윤정권 심판’ 쏠려

정당별 전국 득표율과 고양시 득표율
정당별 전국 득표율과 고양시 득표율

[고양신문] 46석의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투표에서 고양 유권자들의 표심은 한마디로 ‘독자노선’을 선택한 녹색정의당의 몰락과 ‘윤석열 정부 3년은 길다’란 선명한 출사표를 내건 조국혁신당의 약진으로 정리된다. 
고양지역 정당투표에서는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20만1783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고, 조국혁신당(16만3621표)과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16만1719표)이 비슷한 득표수로 나란히 2, 3위를 차지했다. 녹색정의당은 이보다 한참 뒤진 2만4799표로 4위에 머물렀고, 개혁신당(2만1592표)과 자유통일당(1만4516표)이 그 뒤를 이었다. 

정의당을 향한 싸늘한 민심
심상정 의원이 5선에 도전한 22대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이 고양에서 받은 정당투표 득표율은 4.06%로 전국 득표율(2.14%)보다 약간 높다. 하지만 4년 전 총선과 견주면 무려 10%포인트나 급락한 수치다. 정의당은 21대 총선 정당투표에서 9.6%를 획득해 비례대표 5석을 차지했다. 당시 정의당이 받은 성적표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33.9%, 19석)과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33.3%, 17석)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정의당이 21대 총선에서 선전한 것은 고양지역 유권자들이 전국 득표율보다 4.5%포인트나 높은 14.1%의 지지(8만6641표)를 정의당에 몰아줘서 가능했다. 21대 총선에서 정의당은 심상정(고양갑), 박원석(고양을) 후보가 지역구 선거에 출마해 높은 지지율을 견인하면서 덕양구에서 5만1462표, 일산동·서구에서 3만5179표를 얻었다. 
22대 총선에서는 녹색정의당을 대하는 고양지역 유권자들의 민심이 확 달라졌다. 녹색정의당은 심상정 의원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고양갑 선거구를 비롯해 고양시 전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2대 정당투표에서 녹색정의당은 덕양구에서 1만6905표, 일산동·서구에서 7894표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덕양구에서 간신히 4위를 했지만 표 차는 상위 1~3위 당과 견줘 5배나 뒤처졌고, 일산동·서구에서는 개혁신당(1만1174표)에도 한참 못미쳤다. 21대 총선에서 심상정 후보가 45.4%의 높은 지지를 받았던 흥도동과 원신동에서도 상위 3당에 3배가량 뒤지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녹색정의당은 흥도동에서 1368표를 얻어 고양지역 최다 득표를 했지만 3000석을 훌쩍 넘긴 3대 정당에 비할 바는 못됐다. 

그동안 덕양구는 거대양당 후보들을 물리치고 심 의원을 진보정당 최초의 4선 의원으로 만들어준 진보정치의 상징과 같은 지역이어서 이같은 결과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고양에서 저조한 정당투표 득표율은 비례대표와 지역구 합해 '0석'이라는 창당 이래 최악의 성적표로 이어졌다. 위기감을 느낀 녹색정의당 지도부가 선거에 임박해 광화문광장에서 무릎을 꿇고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십시오”라며 읍소했지만 싸늘해진 민심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2012년 창당 이후 줄곧 원내 정당이었던 정의당은 결국 원내 제1 진보정당 자리를 진보당에 내주고 원외 정당으로 밀려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띄운 범야권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선택해 원내 진입에 실패한 녹색정의당과 달리 비례위성정당에 합류한 진보당은 비례대표 2명과 지역구 1명 등 3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하게 됐다. 

조국혁신당 약진의 빛과 그림자 
심상정의 녹색정의당을 외면한 고양 유권자들의 표심은 조국혁신당으로 쏠렸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이란 구호를 앞세워 윤석열 정권 심판론의 불을 당긴 조국혁신당은 고양의 민심을 파고들며 신당 바람을 일으켰다. 국회 1호 법안으로 ‘한동훈 특별검사법’을 예고하는 등 윤석열 정권과 강하게 날을 세우자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분노하고 민주당 공천에 실망한 유권자의 지지세가 결집하면서 지지율이 순식간에 20%를 웃돌았다. 고양 정당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은 16만3621표를 얻어 더불어민주연합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녹색정의당의 득표율은 조국혁신당이 얻은 득표율의 15%에 불과했다. 

강력한 정권심판론을 외친 조국혁신당의 바람 앞에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교차 지지층이 조국혁신당으로 대거 흡수되면서 녹색정의당은 뿌리까지 흔들리는 존폐 위기를 맞게 됐다. 기후, 노동, 성평등 문제 등 녹색정의당이 내걸었던 정책 어젠다 또한 진보정당의 입지가 더 좁아진 22대 국회에서 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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