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충현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고양신문] 요즘 사과값 폭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과일의 대명사인 사과는 우리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과일중 하나다. 아마 과일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사과일 정도로 사과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과일이다. 성경에서 언급된 선악과가 사과로 생각될 정도로 사과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사과는 바나나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로도 유명하다.

사과나무는 발칸반도가 원산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과나무는 민족이동에 따라 전 세계로 전파되어 각국마다 고유한 재래종 사과가 있을 정도로 원산지에 대한  논의도 매우 분분하다. 사과나무는 이미 람세스 2세 시대에 이집트에서도 재배됐고, 기원전 900년경 그리스를 배경으로 쓰여진 오디세이에도 사과가 등장한다. 중국도 2000년이 넘는 사과나무 재배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청나라 말기 미국인들이 도입한 서양사과가 중국에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1970년대를 전후해 중국의 재래종 사과는 거의 사라졌다.

우리나라에도 재래종 사과로 능금이 있었다. 사과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정확한 시기를 알기는 어렵지만 삼국시대에 이미 사과를 재배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1884년 미국 선교사들이 도입한 서양사과가 황해도와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됐고, 그 결과 우리나라 재래종 사과 재배는 크게 축소되었다. 지금은 미국이나 일본에서 도입된 사과 품종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사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전 우리나라에서 사과재배로 유명한 곳은 북한에 있는 황해도 황주군과 함경남도 북청군이다. 우리나라의 재래종 사과는 날씨가 비교적 서늘한 북한지역이 사과 생산에 적지였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황해도 송화군에서 생산되는 사과가 당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송화군을 과일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남한에서는 대구가 사과로 유명하다. 1897년 미국인 선교사들이 대구 동산의료원을 중심으로 사과나무를 심고 주민들에게 보급해 대구에서 사과나무가 많이 재배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대구는 우리나라 사과 생산량의 80%를 담당할 정도로  유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후변화로 인해 대구지역의 사과 생산량은 크게 줄었다. 최근에는 사과산지가 북상해 충주나 포천지역이 주요 사과산지로 유명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평균온도 상승으로 인해 남한지역에서는 갈수록 사과농사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에서는 북한에 사과재배기술을 전수하고, 북한에서 재배된 사과를 수입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안정적인 사과수급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사과값 폭등은 그동안 종종 발생했지만, 금년에는 특히 그 정도가 심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사과생산량은 전년 대비 약 30%가 줄었다. 그 원인은 기후변화가 가장 컸다. 사과 꽃이 피는 시기의 기온이 낮고, 특히 냉해로 인해 사과 꽃이 큰 피해를 입은 것이 주요 원인이 됐다. 사과 수확시기에 내린 굵은 우박도 사과 생산에 치명적인 문제가 됐다.
그러나 사과값을 비롯한 과일값 폭등은 이번 한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농업환경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학자와 생태학자들은 이미 30년 전부터 이와같은 상황을 경고해오고 있다. 

기후변화는 온도가 일정하게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평균온도는 상승하지만 기온 편차가 커서 식물들이 동해를 입거나, 봄철 가뭄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일들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지금과 같이 노지에서 과일이나 작물을 재배하지 못하고 비닐하우스와 같은 시설재배로 바꾸어야 안전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농산물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져서 농산품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과값 폭등 사태는 이제 기후변화 문제가 우리 생활 가까이에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 다수는 아직도 사과값 폭등 문제를 단순한 농산물 수급 상황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기후변화 환경교육을 받아볼 기회가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이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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