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고양신문]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뒀다. 불과 5~6%의 득표율 차이를 무시할 수 있는 한국형 소선거구제의 한계에서 나온 결과이기도 하다.

향후 국회 운영과 입법을 주도하게 될 민주당 공약 중에서 눈에 띄는 게 있다. ‘온동네 돌봄’이다. 아이돌봄서비스를 학교가 아닌 지역사회 중심으로 하겠다는 의도다. 무슨 철학과 가치를 갖고 그런 공약을 만들어 냈는지 배경을 알 수는 없지만, 말 바꾸기의 전형이다. 2023년 시범사업으로서 시작한 늘봄학교가 본격적 확대 국면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네가 하는 것이 배가 아파서 나는 다른 것 하겠다”는 어깃장 놓기의 전형이다.

다른 어떤 정책 아젠다보다 정치 진영을 초월하여 오랜 시간 논의를 했던 정책 과제가 늘봄학교다.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는 20대 공약 중 하나로서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 실현」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해당 공약의 3대 영역이 「①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자녀 돌봄부담 해소 ② 육아휴직 확대 ③ 아빠ㆍ엄마가 함께 하는 더불어 돌봄」 이었는데, 늘봄학교는 ①영역 ‘자녀 돌봄부담 해소’ 중 ‘초등학교 돌봄교실 시간 연장과 전학년 확대’ 관련 내용이다. 

집권 후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로서 초등 전학년에 걸친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을 내세웠다. 국정 과제를 실현하기 위하여 당시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는 ‘더 놀이학교’ 도입을 추진하였다. 2018년 8월 「‘(가칭) 더 놀이학교’ 도입 필요성과 쟁점을 논하다.」라는 제목으로 국회에서 포럼을 개최하면서 초등 오후 과정 돌봄ㆍ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하였다. ‘더놀이 학교’ 제안의 모델로서 독일 전일제학교를 비롯한 해외 각국 초등학교 오후 프로그램 사례 소개도 있었다. 현재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2020년 7월 ‘저출생대책 특별위원회’를 통해 저출생 대응 방안 중 하나로서 「전일제 교육 도입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고 ‘한국형 전일제교육’을 제안하였다. 

지난 대선에서도 초등 돌봄ㆍ교육 체계 도입 및 확대가 주요 이슈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돌봄국가책임’을 「5대 비전으로서 민생안정, 20대 핵심 추진과제 중 12번」으로 제시하였다. ‘초등학교 전학년 오후 3시 동시 하교제 도입과 초등돌봄교실 저녁 7시까지 확대, 국가교육 과정 외 지역교육 과정 도입을 통한 기본학력, 예술ㆍ체육, 체험활동 등 학생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을 공약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했던 ‘(가칭) 더 놀이학교’의 확대판이었다. 자녀돌봄 관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공약은 ‘부모의 육아 재택 지원, 유보통합, 초등전일제 교육 실시 및 초등돌봄 8시까지 확대’이었다. 미래통합당이 제안했던 전일제학교를 잇는 맥락이었다. 집권 후 전일제학교 도입은 윤석열 행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가 되었으며, 늘봄학교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되었다.

초등학교 시기에는 단순한 돌봄ㆍ보호에서 더 나아가 교육에 대한 욕구와 필요성이 커진다. 지금까지 돌봄에 주로 할애했던 오후 시간에 교육을 융합해야 하는 과제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늘봄학교의 본격적 확대를 맞이하여 교육부에서 ‘국가책임돌봄’이라 하지 않고 ‘국가책임 교육ㆍ돌봄’이라는 새로운 정책 아젠다를 내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오후 학교 시간을 돌봄뿐 아니라 교육으로 구성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부모가 일하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없는 시간을 국가가 최선을 다해 책임지는 것이 국가책임돌봄의 본질이다. 여기에 이제는 교육이 융합되는 변화가 더해지는 것이다. 마을돌봄도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 중심 교육과 돌봄의 융합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저녁 늦게까지도 아이를 데리러 올 수 없는 부모를 위하여 늘봄학교와 마을돌봄의 연계 체계 구축을 해야 한다. 늘봄학교 확대 과정에서 초당적 협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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