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무시에 대해 시장이 사과한다면 
국외출장 여비·업추비 통과 시키겠다
시장 “의회와 잘 지내겠다” 발언
민주당 “사과 아니다” 다시 요구할 듯   

[고양신문] 고양시의회 민주당 의원들과 이동환 고양시장 간 해묵은 갈등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시의회는 임시회(제283회)를 열고 24일까지 각 상임위원회별로 추경예산안 심사를 마쳤다. 하지만 그 이후 절차인 각 상임위 계수조정이 진행되지 않았다. 24일 이후로 이번 임시회 역시 파행이 계속 되고 있는 것.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내에는 ‘2024년도 본예산’에서 전액 삭감된 시장의 국외출장 여비와 전 부서 업무추진비를 비롯한 민선8기 일부 주요 사업예산이 포함됐다. 이러한 예산은 2024년도 본예산 심사에 이어 이번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도 여야 간 의견차가 있던 쟁점예산이다. 이러한 쟁점예산을 이번만큼은 무조건 통과시키자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민선8기 출범 이후 시의회를 무시한 시장의 사과 없이는 통과시킬 수 없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의 의견차가 팽팽했던 것. 

한 민주당 의원은 “시장의 국외출장 여비와 업무추진비를 삭감했던 이유는 시의회를 무시하는 시장 태도에 대한 경고였다. 그동안 일절 시의회와 협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등 시의회와 대화 노력을 하지 않는 시장을 견제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시장의 국외출장 여비와 업무추진비를 삭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쟁점예산 통과 조건'을 두고 시각차(무조건 쟁점 예산을 통과시키느냐 아니면 시장사과를 받은 후 통과시키느냐)를 좁힌 후 상임위 계수조정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는데 그 합의점이 ‘시장의 사과’였다. 시장 사과가 있다면 민주당 역시 쟁점예산 통과에 긍정적이었기 때문에 시장이 원하는 국외출장 여비와 전 부서 업무추진를 비롯한 민선8기 일부 주요 사업예산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았다. 상임위별 계수조정 이후 절차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에서는 국민의힘 의원이 한 석 더 많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있기는 했지만 쟁점예산을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시장이 사과하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실 이동환 시장도 임기 반을 앞둔 시점에서 민선8기 일부 주요 사업예산이 예산심의가 열릴 때마다 번번이 삭감된 것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고양시의회, 특히 의회 의석 절반(17석)을 가진 민주당과의 협의없이 시정을 이끈다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지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의회 안팎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의회와 시장실 간 협의와 소통을 위한 부서를 만들자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었다. 수차례 총회를 거친 후 시의회 여야는 합의 하에 ‘시장의 사과 표명 ⟶ 의회와 시 집행부 간 상생업무 협약 ⟶ 상임위별 계수조정 및 예결위의 추경안 안건처리’ 수순을 밟기로 했다.    

이동환 고양시장이 29일 오후 4시 고양시의회 영상회의실(여야 의원 총회 장소)에 나타났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이제부터 시의회와 잘 지내도록 하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시장 사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사진 제공 = 김미수 시의원]
이동환 고양시장이 29일 오후 4시 고양시의회 영상회의실(여야 의원 총회 장소)에 나타났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이제부터 시의회와 잘 지내도록 하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시장 사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사진 제공 = 김미수 시의원]

우선 시장의 사과를 29일 오후 4시에 고양시의회 영상회의실(여야 의원 총회 장소)에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러한 여야 합의점을 시장 비서실을 통해 이동환 시장에게 전달됐다.  

그런데 이날 오후 4시 영상회의실에 이동환 시장이 나타났지만 시장 발언을 놓고 여여 간 온도차가 나타났다. 이 시장은 ‘이제부터 시의회와 잘 지내도록 하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는데,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사과를 하라는 요구를 했다. 그러자 이동환 시장은 “무례하다”고 반응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기대했던 ‘사과’, ‘통감’, ‘책임’이라는 말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사과 표명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다시 사과를 요구할 것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국민의힘 의원은 “여야가 모인 의총에 이 시장이 참여해 의회와 잘 지내겠다는 말은 의미가 있다. 더 이상 파행이 진행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결국 시장의 사과 발언 수위를 놓고 여야 간 입장차가 나타났고, 이 때문에 쟁점예산이 통과될지 여부는 아직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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