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종의 집합체인 '맹그로브 생태계'
놀라운 탄소저장량, 육상 숲의 최대 5배
기후위기 대응 위해 보전과 복원 시급
[고양신문] 맹그로브가 사라지고 있다. 전 세계 해안에서 지난 10년간 670㎢가 소실됐다고 보고됐다. 대부분 새우양식장이나 해안개발, 연료나 목재 이용 등 인간의 영향이다. 특히 해안가에 인구 대부분이 모여 사는 태평양의 도서 국가들은 맹그로브가 소실되면, 기후변화에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 자명하다. 그러니 맹그로브 보전과 복원은 매우 시급한 문제다. 그렇게 솔로몬 맹그로브 통합연안관리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이 글은 그에 대한 두 번째 보고 글이다.
인류역사상 최악의 지진해일로 기록됐던 2004년 12월, ‘인도양 쓰나미’는 동남아시아 해안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아프리카 동부 해안까지 피해를 줬다. 당시 사망자 수가 실종자까지 포함하면 3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때 발생한 지진 강도가 9.1~9.3 정도였다. 엄청난 지진해일이 일었고 당시 상황을 그대로 모사한 재난영화 ‘더임파서블’에는 사람들이 얼마나 큰 공포를 느꼈는지 묘사하고 있으니 관람들 해보시라.
그런데 이 대재앙 시기에 맹그로브숲이 잘 보전됐던 지역의 사상자가 맹그로브숲을 베어 낸 지역보다 10% 가까이 적었다. 일본 교토대에서는 그 이유를 100㎡당 맹그로브 30그루가 군락을 이루면, 지진해일의 파괴력이 90% 감소됐다는 연구결과로 설명했다. 그렇다면 맹그로브의 이런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은 맹그로브라는 식물의 특징에 있다. 맹그로브(mangrove)의 어원은 소금기있는 물에 자라는 ‘숲’이란 뜻이 담겨있다. 그래서 그냥 숲이 아니라 습지숲(swamp forest) 또는 갯물숲(brackish water forest)이라고 표현한다. 생태학적으로는 맹그로브 군집(community)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25m까지 자라는 교목과 2.5m이하로 자라는 관목, 그리고 초본인 고사리류까지 여러 종들의 집합체라는 뜻이다. 때론 맹그로브생태계(ecosystem)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열대와 아열대 지방의 기후대에 조수간만의 차이가 있는 조간대의 진흙토양에 게나 조개류, 고둥류, 어류, 그리고 박쥐나 악어류, 따오기류, 저어새류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상호관계를 맺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100여 종에 달하는 맹그로브 식물
맹그로브에 속하는 식물은 많게는 100여 종이 있다고 본다. 이 중에서 많은 종이 씨앗이 성숙해도 바로 떨어지지 않고 어미식물에 붙어서 새끼식물로 자라다가 떨어져 나가는 태생식물(胎生植物)이다. 또한 뿌리가 짠 물속에 잠겨도 호흡할 수 있도록 지상으로 호흡뿌리(arial root)를 내는 종이 많다. 그리고 파도가 쳐도 잘 쓰러지지 않도록 버팀뿌리를 촘촘하게 내기도 한다. 이러한 버팀뿌리들이 해일의 충격을 완화시켜 해안을 방어해주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더불어 맹그로브숲 밑에 쌓인 부드러운 진흙들이 스펀지 역할을 해 완충작용을 하게 된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블루카본의 최대 저장고이기도 하다. 맹그로브숲의 탄소저장량은 육상숲의 최대 5배, 흡수속도는 최대 50배까지 커서 육상 숲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특히 맹그로브는 지하부 저장탄소가 지상부보다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 연구팀이 다양한 영상과 현장 방문을 통해 확인한 솔로몬제도의 맹그로브숲은 약 640㎢이고, 식물종은 교잡종과 고사리류를 포함해 40종에 달했다. 이중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우점종은 Rhizophora apiculata라는 종이었다. 이 종은 주로 25m까지 자라서 장다리맹그로브(tall-stilt mangrove, 국명은 임시명)라고 한다. 이 나무는 전통적으로 많은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건축 자재나 장작, 숯은 물론이고, 어망이나 낚싯줄, 가죽 제품 보존과 염색에 껍질추출물을 사용했다. 어린 나무는 창 손잡이를 만들거나 코코넛 껍질을 벗기는 도구를 만드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현지인들에게 맹그로브는 전통지식 자산이었다. 부족장은 해일로 침식된 맹그로브숲을 복원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식재한 개체들이 고사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맹그로브는 숲일까 습지일까
얼마전 우리나라 남쪽 섬에도 맹그로브를 도입해 블루카본을 늘리겠다는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됐다. 온난화로 우리나라도 아열대로 접어들어 맹그로브 생육이 가능할 것이라고 해양전문가의 의견까지 담았다. 그러나 과연 나무만 심는다고 맹그로브숲이 복원될까?
맹그로브숲은 맹그로브생태계다. 단지 ‘맹그로브 나무가 사는 공간’이 아니라 맹그로브나무와 염도 범위와 저질의 종류가 맞아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생태계는 유기물 생산과 저장, 분해에 다양한 구성인자들이 참여하는 습지 군집이라는 것이다. 습지는 물의 특성과 습윤토양의 특성, 그리고 생물들 간의 상호관계를 모두 만족해야 한다. 오죽하면 유명한 습지복원학자가 습지복원은 로켓 제조 과학보다 복잡하다고 했겠는가. 맹그로브가 생산해 떨어뜨리는 유기물을 분해하고 다시 영양분으로 되먹임해주는 맹그로브게나 맹그로브 잎을 먹고 생육하는 맹그로브새우, 이들의 주변에 산란하는 어류와 이곳에 둥지를 트는 새들, 이 모두가 맹그로브 생태계의 구성인자들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솔로몬제도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른 호주 분달습지에서 맹그로브숲을 ‘진흙이 부리는 마법’이라 표현하고 있었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썰물이 되면, 맹그로브숲 바닥은 두꺼운 뻘 흙이 드러납니다. 그 속에 발을 디디면, 아마도 무릎까지 가라앉을 것입니다. 이 뻘 속에는 갯지렁이와 새우, 게, 조개들이 바글거리고 작은 소동물들이 숨어 있습니다. 이 작은 동물들은 쌓여있는 낙엽과 썩은 줄기, 육지에서 떠내려온 유기물들을 잘게 부수고, 먹어서 분해시킵니다. 그리고 물속의 유기물을 걸러 정화시켜 바다로 내보냅니다. 또한 도요새와 악어, 원숭이, 박쥐 등 다른 포식동물의 먹이가 되기도 합니다. 밀물이 되면, 맹그로브 나무뿌리에 물고기들이 알을 낳고, 작은 물고기나 게를 먹는 맹그로브 잭(mangrove jack)과 같은 큰 물고기들이 먹이를 찾아 들어 옵니다. 이들을 잡는 바다수리나 물총새들이 맹그로브숲 사이를 헤집고 다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