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거미나라!(김승태/임문순 지음, 지성사)
“거미는 분명 벌레야. 곤충은 아니지. 바퀴벌레만큼이나 느낌이 안 좋은 이름이기는 하지. 여하튼 거미는 바퀴벌레같은 곤충은 아니야. 곤충은 다리가 여섯 개이지만 거미는 다리가 여덟 개야.”
“내가 학교에 빈 가방만 들고 다닌 줄 아나? 그 정도는 나도 기본 상식으로 알고 있어.”
“그렇다면 거미가 곤충이 아니라는 것 말고 뭘 더 알고 있는데?”
“음… 거미는 말이야, 날개가 없고… 그리고 거미줄을 치고 줄에 걸린 먹이를 잡아먹고…. 에잇, 거미는 자세히 알아서 무엇하게?”
“그러면 거미 이름 아는 것 있어?”
“뭐? 거미한테도 이름이? 거미면 거미지 무슨 이름이 있어?”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거미들에게도 이름이 있었다! 게다가 흰눈썹깡충거미, 너구리거미, 호랑거미, 깔대거미, 새똥거미, 문닫이거미… 이렇게 재미있는 이름들이….
‘열려라! 거미나라!’. 이 책은 거미에 관한 책이다. 날쌘 돌이라는 암컷 늑대거미가 태어나서 아이를 낳고 죽을 때까지 벌어진 일들을 적은 동화이다. 하지만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다. 태어날 때부터 거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거미에 대해서 잘 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일까? 주변에 거미줄이 눈에 뜨이면, 어쩐지 지저분해 보이고 꺼림칙하게만 느껴져 빗자루로 털어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녀석이 자기 집을 지으려고 몇 시간을 수고했건 그거야 우리가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거미는 ‘벌레’다. 하지만 거미와 마주치게 되면 놀라지 말자. 한번 ‘씩’하고 웃으며 인사를 보내고 자세히 관찰해보자. 재미있지 않을까? 혹시 아는가? 재수가 좋으면 거미가 거미줄로 집을 짓는 멋진 광경을 보는 행운을 누리게 될지. 또 하나 거미는 절대로 ‘호전적인’ 동물이 아니라고 한다. 거미는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는 이상 사람을 무는 일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 안심하시라.
이 책을 다 읽었는데도 여전히 거미라는 동물이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안심이 되지도 않는다면 창작과 비평사에서 나온 아름다운 동화 <우정의 거미줄>(E.B 화이트 / 창작과비평사)을 읽어보기 바란다. 그래도 거미하고 친해지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니까.
<출판기획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