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 소장

[고양신문] 2024년 3월 5일 김포시 9급 공무원 A씨가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월 29일 한 온라인 카페에 김포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극심하다는 민원과 함께 ‘공사 승인한 주무관이래요’라는 주제로 A씨의 소속과 직위, 이름, 연락처, 담당업무 등이 공개되었고, 댓글에는 ‘참 정신나간 공무원이네. 미친XX, 전화해서 따져야 한다’는 등 A씨를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다. 김포시는 A씨가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경향신문 2024. 3. 12). 비난 댓글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고, 명을 달리한 공무원의 영혼의 평안과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린다. 

그런데 이 사건 이후에 고양시청은 4월 18일부터 시청 홈페이지 조직도에서 공무원 이름을 비공개 처리했다. 김포시에서 ‘신상털이’를 당한 공무원이 목숨을 끊은 후 공무원 사회의 불안이 확산되면서 내린 결정이라 한다(고양신문 2024. 4. 30). 이 결정이 살기좋은 도시, 거버넌스 행정을 지향하는 고양시와 시민의 공익에 부합할까? 

첫째, 2010년부터 전 세계와 우리나라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거버넌스’를 행정에 도입해 오고 있다. 거버넌스는 공치 혹은 협치로 해석할 수 있으며, 시민의 참여, 시민과 행정의 파트너십, 투명한 정보공개가 원리이다. 고양시청 홈페이지에서 담당 직원의 실명을 삭제한 조치는 투명하게 시민과 소통하는 거버너스에 역행한다. 고양시의 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 중요한 정책에 대한 책임자의 이름을 문서에 부서하게 하는 것, 그리고 최근 고양시의회의 회의를 생방송으로 공개한 조치가 거버넌스의 발전에 해당한다. 민간에서도 병원 수술실 CCTV 설치와 어린이집의 CCTV 기록을 도입했다. 심지어 이 사건을 보도한 기사를 포함하여 언론 기사에도 기자의 ‘실명’이 표시된다. 기사에는 작성 시간도 공개한다. 

둘째, 공무원 실명 비공개 정책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권한에는 책임을 물어야 부패하지 않는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정치학의 오래된 잠언이 있다. 권력을 제어하는 민주주의 방법은 입법/사법/행정의 수평적 3권 분리와 정부와 시민 사이의 수직적 분리이다. 전자를 수평적 책임성, 후자를 수직적 책임성이라고 한다. 상호 ‘책임’ 묻기가 권력을 제어하는 방법이다. 권력은 부패하기에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견제해야 한다. 이승만 대통령의 임기 전반과 후반이 다르고, 박정희 대통령의 3공화국과 유신 4공화국의 차이는 여러 가지로 설명될 수 있지만,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공무원 실명을 비공개하면 시민들은 알지 못하지만, 시장, 시의원, 동료 공무원, 심지어 시청을 드나드는 업체 관계자와 이익단체들은 공무원 실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공무원 실명 비공개는 권력자들과 이해당사자들의 영향력은 높이고 일반 시민들의 영향력은 차단하여 권력유착, 금권유착과 같은 공무원 부정부패를 낳는 조건이 된다.

셋째, 공무원 실명제를 유지하면서 악성 민원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악성 민원이란 민원인들이 공무원에게 쏟아붓는 근거 없는 허위나 타당하지 않은 협박, 비난이다. 악성 민원은 잘못된 것이기에 악성 민원에 대한 대응책은 필요하다. 고양시청에 ‘악성 민원인 대응팀’을 만들어 법적으로 혹은 실효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 방법은 실명 비공개 방법보다는 품이 많이 들 것이다. 하지만, 악성 민원 대응팀 운영은 실명 비공개로 인한 거버넌스 행정에 반하는 문제와 공무원의 부정부패 확대 문제를 초래하지 않으면서, 악성 민원인에 대해 맞춤형 대응이 가능하다. 

대통령부터 시장과 시의원, 공무원까지, 그리고 학교의 교직원이나 민간기업의 직원 모두가 ‘권리’만 행사하고 ‘책임’을 회피하거나 비공개하면 우리나라는 발전할 수 없다. 공직자의 권한 행사 과정을 공개하여 상호 견제하게 한다면, 고양시의 거버넌스 수준은 발전한다. 상호 견제와 책임 추궁을 두려워하지 말라. 책임 추궁은 민주주의 정치에서 권력을 제어하고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핵심 방법이다. 악성 민원인도 있지만, 대다수의 고양시민은 공무원의 선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악을 피하지 말고 맞서는 용기와 지혜가 있는 고양시청 공무원이 되어 달라. 고양시민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갖고, 고양시청은 공무원 실명제를 복원해야 한다.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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