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접근금지 위반에도 5호 조치 기각
지난달 말다툼 끝에 아내 살해한 남편
검찰 안이한 법 집행 규탄, 가해자 엄벌 촉구
[고양신문] 고양시 6개 시민단체 30여 명은 20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앞에 모여 ‘아내 살해 방조한 검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반복적인 폭력과 접근금지명령을 어긴 남편에게 5호 조치(유치장 입감)를 기각한 검찰에게 책임을 통감하고 가해자를 엄벌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은 오전 10시부터 △사건설명 △자유발언 △성명서발표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고양YWCA가족사랑상담소, 고양YWCA, 고양여성민우회, 파주여성민우회, 폭력피해여성연대기관 등 6개 단체와 김영환 국회의원 당선인, 신인선·최성원 시의원이 참석했다.
사건은 지난달 23일 일산동구 고봉동의 한 빌라에서 발생했다. 잦은 가정폭력 신고접수로 50대 남편 A씨에 대해 2월 28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임시조치 1~3호(100m 이내 접근금지 등) 2개월 처분을 내렸다. 그럼에도 남편 A씨는 지속적으로 아내 B씨를 찾아와 분리조치 해제를 위해 다툼을 벌였다. 아내 B씨는 1~3호 조치를 어긴 A씨를 대상으로 유치장 입감 또는 구치소 구금 조치인 5호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하지만 ‘아내가 남편이 집에 들어오는 걸 승낙했고, 다툼에 폭력 등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은 5호를 기각했고 임시조치(1~3호)를 2개월 연장했다. A씨는 사건 당일 오전 6시 아내 B씨를 다시 만나 분리조치 해제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결국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A씨는 현재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 상태다.
신인선 고양시 의원은 "가정폭력이라 하더라도 임시조치를 위반한 가해자에 대해서는 즉시 체포하고 격리하는 등 강력하게 처벌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추가 폭력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최성원 시의원도 "이번 사건은 임시조치를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강력한 조치가 없어 발생한 일이다. 검찰은 향후 임시조치 위반 사항에 엄격한 조치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주 고양YWCA 인권사업위원장은 "가정에서의 폭력은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불안과 공포로 하루하루가 힘겨운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가해자의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해 줄 것"을 요청했다. 파주여성민우회 한 회원도 "당장의 폭력이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 구금 조치를 기각함으로써 살인이라는 끔찍한 일이 반복되도록 만들었다"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비극은 반복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영환 국회의원 당선인은 "약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임시조치 위반 시 징역, 벌금이나 구류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구속이나 징역에 처해지는 일은 드물다. 참석자들은 성명문에서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 두려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순응할 수밖에 없다"며 "그 과정에서 더 큰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강력히 처벌하는 실효성 있는 법 집행을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