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우리는 산을 넘어갈 때마다>
작가마다 개성 넘치는 기법과 감성 선보여
6월 30일까지, 파주출판도시 갤러리박영

[고양신문] 파주출판도시에 자리한 갤러리박영(대표 안수연)에서 공모작가 7인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우리는 산을 넘어갈 때마다>이다. 올해로 9기를 맞이하는 '박영 더 시프트(BAKYOUNG THE SHIFT)’는 유망 작가들을 발굴하고자 2016년부터 매년 진행하는 뜻깊은 행사다. 선정 작가는 강지수, 강희영, 문서현, 박경호, 윤선흥, 임하리, 전소영으로 회화와 설치 작품 등이 전시된다. 갤러리박영 관계자는 “나이, 학력, 성별 제한없이 공모전을 통해 오직 실력만으로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자연-인간 상호작용에 대한 탐구 

전시 구성은 산을 오르는 과정을 콘셉트로 했다.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탐구를 담아 기획했다. 전시장은 등반, 정상, 하산이라는 등산 과정과 매치시켰으나 이런 구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자유롭게 감상해도 된다. 7인의 작품 속에는 꽃, 산, 나무, 동물 등이 등장한다. 대상과 표현기법, 사용 재료는 다채롭다. 초록 식물, 빨간 꽃, 하얀 토끼, 푸른 하늘이 있는 풍경은 따스한 봄과 잘 어울린다. 

강지수 작 '홀씨 되어'.
강지수 작 '홀씨 되어'.

소품을 한데 모아 대작을 완성한 강지수 작가의 ‘홀씨 되어’라는 작품은 신비롭다. 그동안 작가는 민들레 홀씨를 관찰해 얻은 형상을 은유해 민들레 꽃밭을 재현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초록 바탕에 한 점 한 점 푸른 물감을 찍어 표현한 홀씨들이 모여 거대한 꽃송이로 완성됐다. 무수한 점들이 눈물인 듯 땀방울인 듯, 보는 이의 마음에 흩날린다. 

섬유미술학과를 졸업한 문서현 작가의 작품도 독특하다. 다양한 직물을 직접 염색한 각양각색의 천을 바느질해 표현한 ‘존재의 집’, ‘상상의 집’, ‘공기의 집’ 연작은 특별하다. 집에 대한 추억을 소환하기에 좋다. 정성이 담긴 바느질을 보고 있노라면 알 수 없는 아련한 느낌이 다가온다. 면과 실크를 염색해 손바느질한 ‘어둠에서 광명으로’는, 빛의 흐름에 따라 밝기를 달리한 달항아리 3점을 참신하게 표현했다. 전시장 맨 안쪽에 전시된 ‘나비’라는 작품은 거대한 나비 한 마리가 허공을 날고 있는 것처럼 입체적이다. 

문서현 작 '마음의 집'.
문서현 작 '마음의 집'.

한지, 현미경, 거울… 다양한 소재 활용 

동양화를 전공한 윤선홍 작가는 한지를 여러 장 겹쳐 붙인 장지에 분채로 칠하고 덧칠을 거듭해 여러 색이 어우러지게 작업했다. 화분 속에 표현된 각양각색의 식물들은 우리들이 모여 살고 있는 사회를 상징한다. ‘따로 또 같이’, ‘더불어 즐거워’ 등 작품 제목처럼,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화초들 모습이 싱그럽고 희망적이다. 즐겁고 기분 좋아진다.

윤선홍 작 '더불어 즐거워 7'.
윤선홍 작 '더불어 즐거워 7'.

박경호 작가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자연을 표현했다. 현미경을 통한 이끼나 세포들의 형상이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신선한 오브제로 다가온다. 굳은 물감을 수차례 칼질해 질감을 표현한 작품 ‘Material’ 시리즈는 ‘형질 전환한 물질 작품’이라 불릴 만하다. 내부에 사색의 공간을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박경호 작 'MATERIAL240222'.
박경호 작 'MATERIAL240222'.

전시장 한쪽 면을 ‘My forest’라는 작품으로 채운 강희영 작가는 캔버스 대신 거울 위에 꽃을 그렸다. 거울은 견고해 보이지만 쉽게 부서질 수 있는 인간관계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화려한 색채로 표현된 식물들이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을 직접 봐야 그 느낌을 체감할 수 있다. 

강희영 작 'My forest'.
강희영 작 'My forest'.

전소영 작가는 뒤엉키고 다듬어지지 않은 새빨간 야생 장미로 삶의 찬란함을 나타냈다. ‘장미의 눈물’은 쓸쓸함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우리네 삶이다. 시골 마을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아기를 키우며 느낀 경험을 ‘털난빵’ 시리즈로 표현한 임하리 작가의 작품은 유머러스하다. ‘너구나’, '눈이 밝아지는 책’, ‘기대 못했던 사랑’ 등 강아지처럼 보이는 캐릭터는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입구다.

임하리 작 '눈이 밝아지는 책'. 
임하리 작 '눈이 밝아지는 책'. 
전소영 작 '장미의 울음'. 
전소영 작 '장미의 울음'. 

새로 문 연 3갤러리, 인기 드라마 촬영

갤러리박영은 2008년에 개관한 파주출판도시의 1호 갤러리다. 박영(博英)이라는 이름에는 ‘넓게 인재를 양성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박영사는 70년 전통의 출판사로 3대째 미술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리뉴얼을 거쳐 최근 오픈한 3갤러리의 1층에는, 이번 전시 작가들 중 한 명인 문서현의 설치 작품 ‘나비’를 비롯해 부조회화의 대가 남춘모와 독일의 유명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의 작품이 걸려 있다. 3갤러리는 넷플렉스에서 방영된 인기드라마 <더 글로리>를 촬영한 곳으로, 여주인공 송혜교가 열연했던 무대다. 최근에는 외국인들도 찾는 명소가 됐다고 한다.

문서현 작가의 '나비' 작품이 설치된 3갤러리 1층. 드라마 '더 글로리'의 명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문서현 작가의 '나비' 작품이 설치된 3갤러리 1층. 드라마 '더 글로리'의 명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2층에는 특별한 공간을 새로 마련했다. 고(故) 벽송 안원옥 선대 회장과 청암 안종만 현 회장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출판보국(出版報國)’이라는 안원옥 회장의 서예 액자가 걸려 있는 이곳에는, 우리의 고미술과 해외의 현대미술, 박영사에서 초기에 출간한 책들로 꾸민 서가가 있다. 건물 외부의 조각공원에서는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박은선 작가의 초기작을 비롯해 백진기와 나이젤 홀의 조형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3갤러리 2층 모습. 
3갤러리 2층 모습. 

올 2월 청담동에 2호 갤러리를 오픈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안수연 대표는 “할아버지의 업적이 잊혀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3갤러리를 새로 오픈했다”면서 “5월의 따스한 녹음에 맞춰 새로운 공모 작가들의 전시도 준비했으니 많은 분들이 찾아 주시기 바란다”고 초대인사를 전했다. 이달 17일 시작된 이번 전시는 6월 30일까지 계속된다.

갤러리박영
주소  파주시 회동길 37-9(공휴일·일요일 휴관)
문의  031-8070-0074

3갤러리 2층에 마련된 안원옥 선대 회장 기념방. 
3갤러리 2층에 마련된 안원옥 선대 회장 기념방. 
안종만 현 회장 기념방. 
안종만 현 회장 기념방. 
전시장 풍경.
전시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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