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관람자에서 참여자로 변하는 프로그램 필요
[고양신문] 지난 20일 고양포럼·고양신문 주최 107회 고양포럼이 ‘고양국제꽃박람회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라는 주제로 일산동구청 2층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이영아 고양신문 대표가 주제발표를 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지 못하였지만 발표자료 전문을 받아 볼 수 있어서 내용을 읽고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봤다.
먼저 고양꽃박람회는 개인적으로 직접적인 참여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 발전되어 가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발표내용에서의 전망은 밝지만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2007년 일산에서 치과를 공동개원하면서 전체 직원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당시 유명하던 난타1기 공연자 경력을 가진 강사를 초빙하여 약 3개월의 연습 끝에 환자분들과 지인들을 초청하여 송년행사를 하였다. 그 일을 계기로 주변 지인들도 함께 참여하여 약 5년간 고양꽃박람회를 포함하여 지역행사에도 참여하고 일본의 오사카에서 댄스학원을 하는 원장이 주관하는 발표회에 색다른 경험이라고 선동(?)하여 참가에 의의를 둔 경험도 하였다. 이런 경험들에서 가장 기본적인 깨달음은 관람자와 참여자의 자세는 매우 다르다는 것이었고 지역축제는 해당시민들이 관람자에서 참여자로 바뀌어 갈 다양한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프로 공연자들이 축제의 핵심인 것은 당연하지만 관람자를 넘어서 일반시민들이 작은 무대라도 참여하고 그 외의 다양한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이 얼마나 흥미를 일으키느냐에 따라 축제의 성공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 일 것이다.
난타를 배우던 그 때 송승환씨가 자신이 만든 난타에 대해 탄생에서 성공적으로 계속 공연하게 된 일들을 엮은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하여 연극을 포함한 무대공연자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당시 TV 프로그램에서 인기 절정의 하이틴 배우였다. 여기서 벌어들인 돈으로 ‘고래사냥’이라는 연극을 만들어 전국 순회공연을 전석 매진으로 성공리에 마치게 되었고 기대에 부풀어 정산을 하게 되었는데 겨우 손해를 면한 수준이었음에 큰 결심을 하고 미국 브로드웨이에 갔다고 하였다.
그곳에서 어려움 속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난타를 만들면서 세운 원칙이
1. 한국만으로 관객을 목표로 해서는 시장이 작아서 실패한다(고래사냥이 준 교훈). 이는 일반적인 사업세계에서도 국민이 최소 1억명 이상이어야 내수시장만으로도 관련 업계나 산업이 생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2. 그렇다면 외국인도 관람할 수 있어야 하는데 언어가 문제가 되므로 비언어 공연이 되어야 한다. (통역의 필요성을 거의 없거나 최소한으로)
3. 한국에는 문화적으로 수준 높은 밤에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이 없다. 외국 바이어들을 유흥업소 외에는 초대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그 수요와 필요를 흡수해야 한다. (그는 난타 공연을 전용극장을 만들어 평일에 그리고 밤에도 공연하도록 하여 외국인들이 필수적으로 관람하는 코스가 되었다.)
그가 브로드웨이에서 배운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은 초대형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미국 영화산업에서 벌어들이는 순수입보다 매년 같은 곳에서 관객들만 바뀌는 브로드웨이의 롱런하는 연극이나 뮤지컬이 수입측면에서 더욱 내실있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영화산업은 일회용 무대이면서 무척이나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에 연극이나 뮤지컬은 무대나 장비가 바뀌는 것은 크게 없고 관객들만 바뀐다는 점에서 내실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축제는 브로드웨이의 롱런하는 연극이나 뮤지컬에 가까워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신기하거나 거대한 규모를 내세우는 블록버스터 영화산업보다 지역에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참여하는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송승환씨가 만든 난타가 처음 주목 받은 곳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었다. 1947년 클래식과 오페라 같은 ‘고급’ 공연 중심이었던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초청받지 못한 8개의 공연단체가 행사장 언저리(fringe)에서 소규모 공연을 벌였던 것이 프린지 페스티벌의 시작이라고 한다.
고양국제꽃축제가 정체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국제꽃박람회이므로 국제적인 참여가 중요할 텐데 원가경쟁력에서 우리보다 유리한 나라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고양시가 우리나라에서 화훼 농가가 가장 많이 있어서 꽃박람회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꽃박람회에 새로운 테마를 더하여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가장 핵심적인 주제인 꽃을 하나의 중심주제로만 보지 말고 또 다른 중심주제와 연결하거나 부주제 발굴을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합창제를 부주제 중 하나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해보고 싶다. 내가 관여하는 고양평화누리에서 각 종교에서 각각의 합창단이 참여하는 합창제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리고 작년 여행 중에 방문한 강릉에서 세계합창대회를 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찾아보니 2000년부터 독일 인터쿨투르재단이 주관하고 2년마다 개최되는 아마추어 대회로 ‘세계합창올림픽’으로 불린다 한다. 강릉에서 2023년 제12회 대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3대 종교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나라다. 이것이 다양하고 수준 높은 합창제를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합창제 하나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것은 역부족이라 생각한다. 꽃박람회와 함께 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제안은 한글의 세계화와 관련된 주제를 큰 중심주제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 한글은 디자인으로도 패션과 각종 예술작품의 모티브로 주제로 이미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제 2외국어로 대학교에서 채택하고 있다. K-culture의 중심에 한글이 있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넘치고도 넘치는 자랑스러운 발명품이다. 축제와 접목한다면 오히려 고양시만 감당하기에는 벅찰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송승환씨가 2024년 9월 6~8일 파주출판도시에서 ‘파주페어 북앤컬쳐’ 총감독을 맡아 “애든버러 같이”…파주서 ‘책과 공연의 융합축제’라는 기사로 한겨레와 인터뷰한 내용을 접했다. 옆 도시의 진행을 유심히 보면서 벤치마킹하는 것도 혹은 판을 크게 벌여서 함께 진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