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고양장애인미술회 대표 - 장애·비장애인 하나로 화합 나서
낙마 사고로 큰 수술 후 회복
미술치유 강의·전시기획 진행
장애인 비장애인 담 허물어야
“미술 함께 누리고 즐겨야죠”
[고양신문] “약 10년 전에 제주도에 머물며 작품 작업을 하던 어느 날 낙마 사고로 인해 척추가 부서질 정도로 크게 다쳤습니다. 꼬박 9시간 동안 응급수술을 받을 정도로 큰 부상이었죠. 의사는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제게 들었던 생각이 뭔지 아세요? 평생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왔는데 할 수 없지 뭐였어요(웃음).”
화가·전시기획부터 장애 예술활동까지
이영희 고양장애인미술회 대표는 자신 스스로에 대해 평하길 천성이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수술 후 3개월은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한다는 진단을 깨고 단 한 달 만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의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놀랐고 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3년여 동안 도수치료와 재활운동 그리고 명상을 통해 몸을 회복했다. 그가 요즘 고양문화원에서 미술치유명상 강의를 하는 이유도 자신처럼 힘든 상황에 부닥쳐 있는 사람들의 치유를 돕고 용기와 응원을 보내기 위해서다. 의도치 않게 장애인이 된 그가 최근 벌린 일이 하나 있다. 바로 고양시 내에서 미술인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모아 고양장애인미술회를 설립한 것.
서양화가로서 10번이 넘는 개인전을 열었고, 세계로터리대회 5인 초대전, 영국 아트코아와 콜라보 전시기획 등 작품활동과 각종 전시기획은 물론 열정 있는 작가들에게는 작품전시와 판매 등으로 창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시민들은 그 작품을 통해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아트아레나와 갤러리를 운영해 왔던 그가 왜 장애인미술회를 설립한 걸까.
장애인 권리 높이고 예술발전 기여하고파
“저는 장애를 당하기 훨씬 전부터 농구선수 출신 한기범씨가 회장으로 있는 한기범희망나눔, 배우 심혜진씨 등과 함께 심장병 어린이나 다문화가정 청소년, 장애아동 등을 돕기 위해 여러 차례 자선 전시회를 열었어요. 평소 나눔과 기부를 위한 개인전도 틈나는 대로 기획하고 진행했죠. 모태신앙인 천주교 신자로서 사회에서 그늘지고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늘 애써왔는데, 막상 장애인이 되고 보니 저처럼 장애인으로 미술작품활동을 하고 있거나 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자는 생각이 샘솟더군요.”
고양장애인미술회는 장애인미술의 가치와 의미를 통해 지역의 미술문화를 진흥하고 소통과 융합을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회원들의 작품·전시 활동을 통해 장애인 비장애인이 하나로 화합하고 장애인의 권리를 증진하며 문화예술 발전에도 이바지하자는 데에 뜻을 함께한 사람들 몇몇이 모였다.
김영빈 한국장애인전업미술작가회장, 고영일 한국장애인전업미술작가, 문은주 한국장애인미술협회회원, 이재필 고양장애인미술회원 등이 그들이다. 이영희 대표가 장애인으로서 겪었던 경험을 장애인미술인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고 해서 지난해 10월 첫 모임을 열었고, 올해 4월에 갤러리(gallery) 비상에서 장애 예술작가 특별초대전을 개최했다. 지난달 초에는 경기문화재단의 ‘2024경기도 장애 예술 통합 지원 공모에 선정됐다는 낭보도 날아왔다.
장애·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전시회 열 것
고양장애인미술회는 이번 공모에서 장애 예술인 전문예술 활동지원부문의 교육(시각예술) 분야 단체로 최종 선정돼 지원받게 됐는데, ‘장애 예술에 관한 관심과 열의도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심사위원들이 평했을 정도로 은근히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희 대표는 지원받은 사업비를 바탕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전시회도 열 생각이고, 올 10월 킨텍스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미술박람회 2024에서는 장애인의 미술작품을 전시는 물론 판매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요즘 장애인 미술작가들은 열심히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귀띔이다.
“예전에 미술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나 하는 예술활동이라곤 했잖아요. 그러다 보니 장애인이 미술을 한다고 하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미술이 뭐 별건가요. 자기의 생각을 작품으로 풀어내는 활동이 미술이고 또 예술입니다. 장애 비장애로 담을 쌓아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미술은 돈이 있건 없건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다 함께 누리고 즐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