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 총장 장항습지 깜짝 방문
장항습지에 대한 깊은 이해 보여줘
기업ESG 힘입어 시민모니터링 시동
큰금계국 등 외래종 영향 ‘예의주시’
습지와 시민의 안전한 만남 고민

장항습지를 전격 방문한 람사르협약 무손다 뭄바 사무총장. 습지보전활동을 하는 에코코리아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사무총장의 방문을 환영했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를 전격 방문한 람사르협약 무손다 뭄바 사무총장. 습지보전활동을 하는 에코코리아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사무총장의 방문을 환영했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고양신문] 얼마 전 람사르협약 관계자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았다. 람사르협약 사무총장이 장항습지를 방문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오랫동안 습지보전 활동을 하는 시민들도 만나고 싶다고 했단다. 주말이라 급히 시간 되는 사람들을 모으고, 환영사를 적은 손팻말을 만들었다. 장항습지와 시민 과학자들을 만난 람사르 총장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연신 “Beautiful people! Wonderful wetland!!”를 외쳤다. 2024년 5월 13일, 장항습지가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지 거의 3년 만의 일이다.

람사르 사무총장을 안내하는 이은정 에코코리아 사무처장.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람사르 사무총장을 안내하는 이은정 에코코리아 사무처장.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에 람사르 총장이 방문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3년 5월 당시 아나다 티에가 총장은 장항습지에 처음 방문해 이렇게 특이한 생태계는 람사르습지로 등록해야 한다고 차분하게 소감을 밝혔다. 이번 무손다 뭄바 총장은 한강하구의 생태적 특성은 물론, 정치적 특성까지 잘 알고 있었다. 이곳 접경습지를 보전하는데 남북협력과 람사르협약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리고 돌아나오는 길에, 장항습지의 탄소저장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냐고 물었다.

연간 자동차 3600대 정도 될 거라고 답하자 "와우, 자료를 공유해 줄 수 있나요?"라며 반겼 다. 처음 방문한 습지에서 생태적, 정치적 이슈만이 아니라 기후위기 해답까지 단숨에 읽어내 는 총장이라니. 습지와 시민을 대하는 무손다 뭄바 총장의 품격이 참 인상 깊은 하루였다.

장항습지로 들어가는 방문자센터 옆 하부통로.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로 들어가는 방문자센터 옆 하부통로.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 구간을 직접 둘러보는 무손다 뭄바 사무총장.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 구간을 직접 둘러보는 무손다 뭄바 사무총장.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시민모니터링 시동, 생물다양성에 방점

다소 늦었지만, 람사르 총장 방문 이후 장항습지 시민모니터링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올해는 습지보전 양해각서체결(한강유역환경청, 고양시, 에쓰-오일)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기업의 환경·사회·투명(ESG) 경영과 시민과학이 만난 것이다. 

이번 모니터링은 장항습지의 생물다양성 보전에 방점이 찍혀있다. 장항습지에 얼마나 다양한 생물이 있는가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생물다양성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던 하버드대 윌슨 교수는 생물다양성 감소요인으로 히포(HIPPO)를 들었다.

히포는 하마를 뜻하는 영어단어지만, 여기서는 서식지(habitat) 소실, 침입성(Invasive) 외래종, 오염(Pollution), 인구증가(over-Population), 남획(Over-harvesting)의 첫 글자다. 이중 침입성 외래종의 피해는 전 지구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침입성 외래종이 생태계에 침입하면, 건강한 생태계라면 초기에는 피해를 크게 받지만 점차 충격을 완화해 회복해 가는 능력이 있다. 이를 ‘회복탄력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침입성이 큰 외래종인 경우, 생태계가 받는 충격이 커서 회복이 더디고, 이미 여기저기 상처투성이가 된 생태계라면 소생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므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위해성 등급 따라 외래종 관리

어떤 외래종의 침입성이 큰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침입 후 일정한 관찰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립생태원은 국가 차원에서 생태 위해성 평가를 해, 외래종의 위해성 등급을 매기고 있다. 그중 1급은 ‘생태계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커서 조절·제거 등 관리가 필요한 생물’로 대부분 생태계교란생물이 여기에 포함된다. 2급은 '생태계 위해성은 보통이나 향후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확산 정도, 영향을 지속해서 관찰할 필요가 있는 생물'이다.

말하자면, 이전부터 장항습지에 문제가 되어왔던 가시박이나 단풍잎돼지풀, 모니터링에서 관찰됐던 황소개구리나 배스는 제거·관리가 필요한 1급으로 분류된다. 이에 비해 큰금계국은 지속해서 관찰이 필요한 2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장항습지의 철책 안쪽 사면을 따라 확산되고 있는 큰금계국.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의 철책 안쪽 사면을 따라 확산되고 있는 큰금계국. [사진제공=에코코리아]

큰금계국 확산속도 관찰

큰금계국은 노랑코스모스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뒤덮고 있는 식물이다. 엄청난 양이 뿌려지고 있으며, 하천이나 도로를 따라 전국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이제는 급기야 장항습지 철책 안쪽 사면까지 파고들었고, 탐방데크 주변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큰금계국의 원산지는 캐나다에서 미국, 멕시코까지 북미 전역이다. 창모양 잎을 가지고, 씨앗이 진드기 처럼 생겨서 영명이 lance-leaved tickseed(창잎진드기풀, 임시명)이다. 현재 생태 위해성 2급 식물로 지정돼 당장 제거는 아니고 예의주시하면서 확산 속도를 관찰해야 하는 식물이다. 그래서 시민모니터링에서도 주의 깊게 관찰할 예정이다. 북미에서 염료로 사용하는 전통 지식자원이라고 하니, 당분간은 관찰하면서 꽃을 따서 천연염색에 활용할 수 있을지도 확인해 보련다.

서양쐐기풀도 관찰대상종

올해 시민과학자들이 예의주시해야 할 외래종이 또 한 종이 있다. 2022년 처음 미기록 외래종으로 학술지에 보고돼 아직 위해성 평가도 받지 않은 서양쐐기풀이다. 요즘 장항습지 탐방데크에 가면 버드나무숲 가장자리를 따라 급속히 퍼져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종은 한강변을 따라 중류에 하류로 퍼지고 있으며, 이전까지는 가는잎쐐기풀이라는 자생종으로 인식됐다.

예의주시해야 할 또하나의 외래종 서양쐐기풀.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예의주시해야 할 또하나의 외래종 서양쐐기풀.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그러나 재작년 서양쐐기풀로 확인됐는데, 네틀(nettle)이라는 약용식물로 도입됐다가 급속히 확산하지 않았나 추정할 뿐이다. 올해 시민과학자들의 모니터링 활동은 이러한 생물다양성 위협요인들을 파악하고 관리 방법을 모색하는 활동이 될 것이다.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이번 시민모니터링 미션에는 한 가지 임무가 더 부과됐다. 분단 아픔을 간직한 장항습지가 상처를 닫고 다시 시민들과 화해할 수 있는 묘안을 찾는 일이다. 앞으로 장항습지가 이전처럼 개방된다면, 습지를 찾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탐방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자연과 조화롭게 함께 할 수 있을까. 시민모니터링은 그렇게 없는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독자들의 전폭적인 응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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