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이웃 향한 관심 놓지 않는 '동녘교회'

1998년 백석동에서 '지역교회' 실험시작
'함께하는 공동체 삶' 위한 참여와 실천
"사회와 대화하고 함께하는 것이 사역"

동녘교회 2023년 10월 창립 기념 예배가 끝난 후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동녘교회 2023년 10월 창립 기념 예배가 끝난 후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고양신문] “산황산 살리기 활동이 다시 필요하다는 소식에 연명이나 참여를 준비하고 있어요. 올해 10주기 세월호 고양시민 문화제나 활동을 지역 단체들과 함께 준비했고요. 마을살림부에서 지역, 마을의 현안을 알리고, 교회의 행동이 필요하면 참여를 결정합니다.”

산황동, 세월호 10주년,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민감하고 어려운 현장마다 동녘교회의 이름이 있었다. 교인들 스스로 ‘현장에선 우리가 대형교회’라고 말한다. 17년 동안 쉼없이 교회를 이끌어온 김경환 목사가 안식년으로 쉼을 떠난 동안 담임을 맡고 있는 김유미 전도사가 지금도 현장을 고민하는 동녘교회의 오늘을 설명해줬다.

동녘교회는 1986년 서울 상도동에서 ‘이성을 무시하지 않는 말되는 기독교 신앙’을 꿈꾸며 창립했다. 당시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인 홍정수 목사와 이상기 전도사가 실험적인 교회로 목회를 시작했다. 1998년 고양시 백석동으로 터전을 옮겨 ‘지역교회’라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지역 복지를 위한 동녘지역아동센터, 친환경적인 삶을 위한 어린이 초록가게를 운영하고, 다양한 정치, 지역 현안에 목소리를 냈다. 2011년부터는 덕양구 행신동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함께 하는 공동체의 삶’을 꿈꿨다. 평등하고 존중하는 공동체를 꿈꾸며 교회 직분제를 폐지하고, 예배와 묵상, 수행을 통한 성찰하는 기독교 신앙의 길, 사회적 공동체의 삶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동녘교회 김유미 전도사
동녘교회 김유미 전도사

“제가 동녘에 온 건 1년 반 정도밖에 안됐어요. 교회는 기획위원회가 격주로 모여 예배와 운영을 결정합니다. 기후위기 행동예배를 분기별로 1회씩 드리고 있고, 기후위기에 기독교인으로서 실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마을살림부는 명정숙 부장님과 10명 정도 참여하는데 누가 주도한다기 보다는 각자 이슈를 가지고 와서 회의를 합니다. 교회 운영부터 부서나 활동을 누구 한 사람이 결정하지 않는 것이 동녘교회의 전통이고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옥바라지선교센터, 철거민, 상가세입자들 지원 활동을 해왔던 김유미 전도사. 평신도 교회인 새길교회에 이어 동녘교회가 두 번째 사역지다. 그럼에도 교인들이나 김유미 전도사 모두 그의 목회를 걱정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권위가 아닌 평등한 신앙공동체로 자리잡은 동녘의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 전도사는 동녘교회에서 첫 예배를 드릴 때 찬송을 고르라고 해서 악보집에서 ‘바위처럼’을 골랐다. 동녘교회는 찬송가와 다양한 음악이 있는 자체 악보집을 만들어 사용한다. 

“예배를 드릴 때 삶을 고백하는 노래, 삶에 맞닿아있는 노래를 부르는 겁니다. 제가 고른 노래에서 ‘바위처럼 살아가보자’는 가사가 교회와 교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냐는 질문에 답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주일 예배에는 보통 20여 명 정도의 교인이 참여한다. 김 전도사는 “목회자로 할 말은 아니자만 매주 예배에 안 와도 된다고 말한다. 예배가 일요일 하루만 일어나는 이벤트가 아니라 자리에서 다 예배를 드리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각자의 예배 자리는 본인이 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곳은 산황산, 서울시의회, 용산앞 어디나 될 수 있다.   

4월에는 4·16기념 예배를 드리고, 5월에는 5·18 기념주일을 보냈다. 교회력에 맞게 부활절, 성령강림주일처럼 절기와 기념일도 지킨다. 기독교인이면서 시민이기도 한 교인, 교회는 그렇게 사회와 대화하고 함께 하는 것이 동녘교회의 사역이다. “굳이 사회적 메시지를 주려고 하기보다는 4000년 전의 텍스트인 성경말씀을 2024년을 살고 있는 우리가 해석하는 방식”이라고 김유미 전도사는 설명했다.  

백석동에서 운영하던 지역아동센터는 독립했고, 행신도서관 시절 도서관은 지금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능곡역 앞에 전망 좋은 현재의 교회 공간을 지역사회에 활짝 열어놓고 있다. 공간 대여를 청하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쓰세요”라고 답한다.  

동녘교회에는 한달에 한 번 열리는 평화기도회, 평신도 설교 주일 등 다양한 예배 방식과 활동이 있다. 교인들이 만든 ‘언제든 달려갈게’ 모임도 있다. 형식과 내용 상관없이 필요하면 언제든 부를 수 있다. ‘택시가 안잡혀요’, ‘장판을 깔아야하는데 어떻게 해요’ 등이 최근 요청이었다. 실제 장판 요청에 교인들이 응답해 다같이 장판을 깔고 오기도 했다. 성령강림절에 쓰일 성찬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붉은 술과 떡을 빚어 나눴다.  

동녘교회 김유미 전도사
동녘교회 김유미 전도사

“교인들이 줄어들고, 교세가 주는 걸 걱정하지 않습니다. 교회가 교회다워서 압박을 받는 일은 자랑할 만한 일이지만 교회답지 못해 손가락질 받는 일은 속상한 일입니다. 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인권, 민주화를 이끌었던 빛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 시기를 추억하면서 보내기보다는 하나님 나라, 우리가 도달해야 할 이상적인 나라를 만드는 일에 지금 우리가 무슨 역할을 하고 있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분노에 잠식당하지 않고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교회답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회를 창립한 홍정수 목사가 작사한 ‘공동의 축도’ 노래에는 '다른 가치들이 어우러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맛보세 하소서'라는 가사가 있다. 현장에서 굵은 눈물을 흘리며 구호를 외치다가, 예배를 위한 술과 떡을 빚고, 택시를 놓친 교인을 ‘구출’하러 달려가는 교인들. 동녘교회는 신앙인이자 시민, 역사와 개인을 고민하는 한명한명이 교회이자 소중한 지역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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