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공유냉장고 운영하는
전병철 늘사랑교회 목사
이동노동자에 음료·물도 제공
“가족과 푸드뱅크 운영이 꿈”
[고양신문] 덕양구 원흥도래울마을 작은 교회 앞엔 특별한 공유냉장고가 있다.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빵, 소시지, 음료, 나물 등을 필요한 주민이 가져가면 된다. 이곳을 이용하는 주민은 하루 평균 30여 명. 하지만 여느 공유냉장고와 달리 냉장고 위 칸과 아래 칸 이용자가 다르다. 위 칸엔 ‘택배기사, 환경미화원, 우체부님 전용 칸’이라고 쓰여있다. 야외에서 일하며 마땅히 쉴 곳이 없는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배려다. 음료와 물이 들어있어 이곳을 오가는 이동노동자들이 잠시나마 목을 축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동네분들 전용 칸’이라고 쓰인 아래 칸 냉장고엔 다양한 음식이 1인분씩 나눠 포장돼 있다. 이곳엔 이웃과 나누고픈 음식과 식료품을 누구나 넣어둘 수 있고, 필요한 주민이라면 누구나 가져갈 수 있다.
2년째 이곳 공유냉장고를 사비로 운영하는 이는 전병철 늘사랑교회 목사. 35년간 음향기기(스피커, 마이크 등)를 제조해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닛시음향’ 대표이기도 하다. 전 목사는 “작은 마을 교회 목사로 나눔을 매일 실천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진 않다. 다행히 경제활동을 따로 하고 있어 공유냉장고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선행 이유에 대해선 “15년 전 덕양구로 이사를 와 살면서 이웃들과 정을 나누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7년 전엔 마을을 돌아다니며 집 문앞에 식료품을 걸어두기도 했었다. 하지만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공유냉장고를 설치한 초창기엔 한번에 너무 많은 양을 가져가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지금은 1인 가구에 맞게 포장하고 CCTV도 설치했다. 전 목사는 하루 세 번 냉장고를 체크해 재공급한다. 공유냉장고 운영을 위해 하루 일과 중 상당한 시간을 쓴다.
“가족들과 푸드뱅크를 하는 것이 꿈이고 이를 위해 매일 기도한다”는 전 목사는 “며느리는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고, 아내는 공유냉장고 관리를 돕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양시 교회와 목사님들이 지역마다 음식 나눔을 실천해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원흥동 주민 공무정씨는 “택배 기사님들을 위한 선행을 보고 한두 달쯤 하다 중단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며 “하지만 몇 년간 지속적으로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며 이런 분은 고양시에서 상을 줘야 하지 않을까 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 목사의 선행을 본지에 제보한 이종덕 시의원도 “전 목사님의 꾸준한 선행을 유심히 지켜봤고 진정성을 느껴 제보하게 됐다”며 “더 이상 목사님 혼자 많은 일을 감당하지 않도록 관련 단체에 요청해 선행을 돕겠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