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오건호 행신2동 주민자치회장

오건호 행신2동 주민자치회장
오건호 행신2동 주민자치회장

[고양신문] 고양시 행신동에 멋진 공원이 조성된다. 현재 행신역에서 능곡역 가는 길에 배드민턴장, 진주류씨묘역, 토당초등학교 등을 포괄하는 약 3만2000평 규모의 공원이다. 공원 아래쪽은 경의중앙선 산책길, 왼쪽은 행주동, 오른쪽은 행신2동 주거지와 접해 있어 도심 속 동산 형태의 녹지공간이다. 

이곳의 이름은 토당제1근린공원(이하 토당공원). 인근 주민들에게는 너무도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숙원사업이다. 토당공원은 1971년에 공원 조성이 결정된 이래 공원추진 작업이 여러 번 무산되어 왔으나 마침내 지난 5월에 토지 보상이 완료되었고 앞으로 11월에 공사를 착공하여 내년 말에 완공될 예정이다. 동네 역사에서 보면 무려 53년 만에 공원의 꿈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공원 조성에 환호해야 할 주민들이 오히려 실망하고 화가 나 있다. 무려 756억원(보상비 포함) 예산이 소요되는 지역사회 공원이건만 정작 누구를 위한 공원인가라는 근본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15일, 고양시는 토당공원 조성안에 대한 주민의견을 청취하기 위하여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인근 행신2동, 행주동 주민들은 자리를 꽉 메우고 귀를 세워 고양시의 설명을 들었다. 마치 숲동산처럼 보이는 푸른 조감도를 처음 본 순간에는 모두 뿌듯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고양시 담당자의 설명이 이어지고 실제 내용을 확인하면서 금세 자리는 성토장으로 바뀌었다.

토당공원 내 아래 위치에 국궁장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토당공원은 동산 형태의 지형이라 대부분 경사지이다. 여기서 평지를 찾으라면, 토당초등학교, 황토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진주류씨 묘역, 그리고 국궁장이 서 있는 공원 하단이다. 즉, 사실상 유일하게 주민들이 드나들며 휴식과 운동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평지에 약 150미터 사선의 국궁장이 있는 것이다. 고양시는 높은 펜스를 설치하여 주민안전을 보장하겠다지만, 과연 활이 날아다니는 곳에서 주민이 평안하게 걷고 걸을 수 있을까?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러면 토당공원의 평지 공간 활용이 어려워져 공원 본래의 취지가 크게 훼손된다고, 이 곳은 국궁장이 아니라 아이들과 어르신까지 편히 드나들 수 있는 실질적인 ‘녹색 생활공원’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사실상 고양시 담당부서도 이를 인정했다. 그리고 고충도 호소했다. 국궁장은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해당부지에서 30년 이상 존재해 왔고, 1991년 공원조성계획부터 공원시설로 잡혀왔기에 이제는 없앨 수 없다는 해명이다. 

주민들의 요구는 국궁장 폐쇄가 아니다. 소수이지만 이 시설을 이용하는 분들도 있으니 국궁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여 동호인들이 계속 이용하게 하고, 대신 새로 조성되는 토당공원은 일반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하는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주민설명회 이후 주민들은 응답을 기다렸다. 주민들이 한목소리로 의견을 제시했으니 고양시가 이에 화답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답은 없었고 6월에 고양시 도시공원위원회에 토당공원 조성안이 상정된다는 소식만 전해졌다. 국궁장이 그대로 토당공원 핵심 위치에 남는 계획안이다. 조만간 국국장을 이전하는 수정안을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주민들에게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행신2동, 행주동 주민자치회가 고양시에 설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마침내 6월 12일 다시 주민설명회 자리가 만들어졌다. 주민들은 토당공원이 많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생활, 휴식공간이 되어야 함을 거듭 역설하고, 몇 곳의 국궁장 이전지 대안까지 제시하였다. 

설명회장 열기가 뜨거워지고 긴장도 조성되었는데, 일단 도시공원위원회 심의를 3개월 미루기로 했다. 이 기간에 국궁장 이전지를 찾자는 취지이다. 고양시, 지역사회 주민, 국궁장 회원 등이 머리를 맞대서 지혜를 모으겠지만, 무엇보다 고양시의 실질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해당부서인 녹지과를 넘어 여러 부서들이 긴밀히 협의하여 대체 장소를 꼭 확보해야 한다. 아무쪼록 토당공원이 주민의 휴식 공간으로 제대로 태어나고, 고양시와 주민이 손잡고 함께 만든 주민협치의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