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0년 된 식생 잘 보존
2차 천이 활발한 건강한 산
환경영향평가 본안 앞두고
산 곳곳 의도적 훼손 흔적
[고양신문] “남은 숲이 대부분 녹지자연도 7등급이고, 활엽수 2차 천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중인 건강한 숲이다. 훼손된 그린벨트이므로 친환경 골프장을 설치해서 녹지를 보전한다는 법 적용은 위법이다.”
지난달 28일 고양환경운동연합 자문위원인 전문가들이 산황산의 보존적 가치를 언급하며 고양시장에게 전달한 ‘범대위 의견서’ 일부다. 녹지자연도 사정기준은 1~3 등급을 개발지역, 4~7 등급을 완충지역, 8~10 등급을 보전지역으로 나누는데, 전문가들은 산황산은 대부분 7등급으로 30∼50년 된 식생의 갈참나무·상수리나무 군락이 잘 보존된 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산황산 계곡부 등에 분포한 갈참나무·상수리나무 군락은 자연성이 매우 높은 30∼50년 된 식생이다. 함부로 길을 내거나 일부러 나무를 베어낸 흔적이 있지만 이런 훼손된 부분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 지역은 좋은 토양을 기반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우수한 도시 숲으로 판단된다. 이런 곳을 거의 잔디로만 이뤄진 골프장으로 개발하도록 용인하는 건 고양시장이 개발제한구역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골프장 사업자 측은 ‘훼손된 그린벨트’를 골프장 정당화의 구실로 삼고 있다. 골프장 사업자(스프링힐스CC)는 2010년 면적 49만9000㎡(약 15만평)의 산황산의 약 절반(24만4000㎡)을 깎아 골프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산황산의 나머지 절반마저 골프장을 증설(9홀⟶18홀)에 이용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골프장 사업자는 지난 3월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제출하고 현재 본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이 두 번째 환경영향평가 본안 준비다. 한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 만료 시점을 한 달 앞둔 작년 6월, 고양시가 결정적으로 ‘스프링힐스 골프장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에 대해 ‘미수용’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골프장 사업자는 골프장 증설 추진을 계속 이어가려면 한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산황산골프장증설백지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사업자가 사실상 증설을 포기할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사업자는 지난 3월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제출함으로써,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범대위 측은 “현재 산황산의 녹지자연도는 6~7등급이다. 그런데 골프장을 증설할 경우 녹지자연도는 4등급으로 추락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사업자가 작년 3월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산황산의 대부분 산림은 녹지자연도 7등급이다. 골프장은 조경용 나무와 잔디밭 포함 4등급”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범대위 측은 산황산의 그린벨트 훼손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지난 15일 찾은 산황산에는 곳곳에 마구잡이로 훼손된 흔적이 있었다. 기존 식물군락 곁에 어리고 건강한 식물을 재생시키며 2차 천이가 일어나는 산에서 의도적 훼손이 자행되고 있다고 범대위 측은 주장했다. 비바람 등 자연에 의해 훼손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큰 나뭇가지가 잘려져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범대위 일원이자 골프장 인근 중앙하이츠아파트 동대표 윤판중씨는 훼손 현장에서 “이렇게 큰 나무가 잘려진 반면 주위에 이보다 작은 나무는 자라고 있다. 이는 자연적 훼손이라고 볼 수 없는 누군가의 의도적인 훼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의장은 “2차 천이가 일어나는 산의 나무를 자르는 것은 미래를 자르는 것과 다름없다. 산황산은 그린벨트가 훼손된 산이 아니라 그린벨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보존해야 하는 산이다. 사업자가 작성하는 환경영향평가서가 사업자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훼손하고 있지 않는가라는 의심을 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