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제 승화원, 장애인자립운동가 5주기 추모 행사
[고양신문] “정용이 형이 별칭을 ‘큰손’이라고 정하겠다고 하셔서 이유를 물었더니 탈시설계의 큰손이 되고 싶다는 거예요. 근데 사실 체구도, 손도 작으셨어요. 같이 대만으로 워크숍을 가자고 했는데 형이 몸이 안 좋아서 같이 못 가고 상근자들만 갔어요. 마지막날 한국에서 전화가 왔어요. 귀국해서 바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정용이 형님과 함께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이제는 하늘에서도 소주랑 막걸리 드시면서 행복하게 지내시겠지요.”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조은별 사무국장은 추모발언을 하며 생전에 고인과의 인연을 기억하다 눈시울을 붉혔다.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 11일 오전 11시 벽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추모식을 개최했다. 추모식에는 활동가와 고인을 기리는 이들과 동생 황남산씨가 참석해 추모 발언을 하고 헌화를 했다. 황남산씨는 “오빠가 애썼던 장애인 자립을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오빠를 기억해주는 동지들이 여전히 이렇게 많다는 것에 너무 감사한다”고 말했다.
송현미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립옹호팀장은 “서울시의 탈시설 지원 조례가 폐지되고, 서울과 경기도에서 퇴행적인 행정, 조치가 이어지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애인 탈시설을 반대하는 발언을 하는 등 어려운 여건이지만 탈시설은 선택이 아니라 누구나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라며 “황정용 동지가 생전에 염원하며 활동하셨던 그 뜻을 활동가들이 이어받아 장애인들이 지역과 사회로 나와 같이 잘 사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고 황정용씨는 1959년 강화 교동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모두 장애인이었고, 6남매의 장남으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도장을 파며 동생들을 뒷바라지했다. 2006년경 화상으로 욕창이 생기자 동생이 2007년 당시 석암베데스다요양원으로 보냈다. 2009년 6월 요양원 거주인들과 함께 인권침해, 시설비리를 고발하고, 탈시설자립생활정책을 요구하며 62일간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석암재단생활인권쟁취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전개했고, 다큐멘터리 ‘시설장애인의 역습’(2009, 감독 박종필)에 출연했다.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설립했고, ‘탈시설 당사자’로서 탈시설, 장애인 권리를 위한 투쟁 현장에 활발히 참여하다가 2019년 7월 13일 새벽 자택에서 삶을 마쳤다. 당시 고인의 나이 60세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