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부부 호수공원 산책 중 치여 사상

공원 자전거도로가 도로인지 질의
"가장 평화로워야 할 공원에서..."
공원 측 "출입 완전통제 어렵다"
공원 출입시 킥보드 속도 낮추기도

[고양신문] 최근 일산호수공원에서 전동킥보드에 치여 한 시민이 사망한 사건이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8일 오후 7시30분쯤 일산 호수공원에서 산책하던 60대 부부가 뒤에서 달려온 전동 킥보드에 치였다. 아내는 머리를 크게 다쳐 인근 병원에 옮겨졌지만 9일 만에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16일 전해졌다. 또한 남편은 사고로 인한 충격이 커 정신과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고등학생 2명이 전동 킥보드 1개에 함께 탑승해 일산호수공원 안에서 주행하다 발생했다. 일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호수공원 내 자전거도로를 주행하던 중 자전거를 피하면서 도로에 있던 부부를 들이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가해 학생 2명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현재 조사 중이다. 이들 학생은 무면허에 당시 헬멧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전동 킥보드 사고와 관련 현재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운전자가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형법」 제268조)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규정이 있다. 또 공원 내 자전거 도로를 현행법상 도로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계 기관에 질의한 상태다.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전동킥보드 안전문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동킥보드 사고는 무려 2389건에 사망이 24명이나 됐다. 시민들은 “고양시라도 전동 킥보드 제발 좀 없애라”, “운전면허 없이 어떻게 빌렸는지 수사해라”, “전동 킥보드는 오토바이보다 위험하다”, “교육청에서도 집중 안전교육이 필요하다”, “가장 평화로워야 하는 공원 산책길에서..”, “아무 데나 세워진 전동 킥보드를 보면 발로 차고 싶다” 등의 답답한 심정을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표현했다. 하지만 사건 발표 다음 날(17일)에도 호수공원 내 세워진 전동 킥보드 사진이 한 유명 커뮤니티에 게시됐다. 이를 본 시민들은 “공원 관리 주체의 강력한 행정력이 필요하다”, “마지막 사용자를 추적해 범칙금 무는 제도가 필요하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역 인기카페 '일산아지매'에 17일 올라온 사진. 한 주민이 호수공원에 세워진 전동킥보드 사진을 올렸다. [사진출처=일산아지매]
지역 인기카페 '일산아지매'에 17일 올라온 사진. 한 주민이 호수공원에 세워진 전동킥보드 사진을 올렸다. [사진출처=일산아지매]

한편 일산호수공원 곳곳에는 ‘공원 내 킥보드 등 동력장치 출입 금지’ 표시판과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표시판에는 △전동보드 △세그웨이 △전동스케이트보드 △오토바이를 금지한다고 표기했다. 이에 대해 푸른도시사업소 일산공원관리과 관계자는 "이번 사건 이전부터 출입통제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완벽하게 차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젊은이들이 밤 시간에 킥보드를 타고 공원에 들어와 세워놓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선 “고양시교육지원청과 고양시 모든 학교에 학생들의 전동킥보드 사용제한과 공원 출입금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라고 밝혔다. 시로부터 추가적인 조치 요구 등을 받았냐는 질문엔 “특별히 전달받은 것은 없다”라고 답했다. 

공원 내 전동킥보드 이용객 단속에 대해 공원 측은 “수시로 순찰을 하며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전동킥보드 등 전동기를 탑승하고 최대 속도로 도망가는 이용객들을 뒤쫓는 데는 무리가 있어 경찰들과 특정 구간에서 불법 전동기 이용자에 대해 집중 단속도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매년 5개의 전동킥보드 업체에 호수공원 이용객 안전을 위해 공원 출입을 지양해달라는 공문을 보낸다. 몇 업체는 위성을 통해 전동 킥보드 위치를 파악 후 공원 출입 시 전동킥보드 속도를 낮추는 것 같다. 하지만 영업적 손실 때문인지 우리 요청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답했다. 공원 내 세워져 있는 전동킥보드에 대해선 “킥보드 업체들과 현재 단톡방을 활용하고 있다. 아침에 출근 해 세워져있는 킥보드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각 해당 업체가 수거를 해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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