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홍보 서툴러 시민과 멀리 있다

지난 달 1일 문을 연 <덕양어울림누리>는 요란한 개관 기념행사와 함께 ‘행사의 달’ 10월의 절반을 보내면서 어느 정도 그 위상을 잡아가고 있다.
특히 이 종합문화체육마당의 핵심시설인 <고양어울림극장>은 서울의 대형공연장을 능가하는 호화로움 때문에 고양시민은 물론,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에게 큰 기대와 선망의 대상이었다.
공사비 2,242억원을 들인 <고양어울림극장>은 오는 20일로 개관 50일을 맞는다. 손익계산을 따질 시점은 못되지만 고양시의 대표적인 공연장으로서 운영상황을 점검해 볼 시기가 충분히 됐다. <고양어울림극장>은 과연 고양시민의 애정과 자부심의 대상이 될만한 위상에 얼마나 접근해 있는가. 이곳에서 공연을 봤거나 그 주변에 있던 시민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고급 문화시설로 자부심을 안길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시민들에 친숙한 문화시설로서는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덕양어울림누리>의 운영자인 고양문화재단은 어울림극장개관기념으로 9월 4일 세계적인 교향악단의 초청공연을 했다.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이태리의 [라 스카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온 것은 고양시가 자랑할만한 음악적 경사였다. 그러나 이 오케스트라를 보고 싶었던 고양시의 클래식 매니아들은 대부분 크게 낙담했다. 전 좌석 1,218석의 절반에 가까운 VIP석, 500여석의 관람료가 30만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귀빈석 30만원은 <예술의 전당>등 서울의 일류 공연장의 관람료와 맞먹는다.
문화재단의 홍보담당자는 "재단 측이 나름대로 손익계산을 하여 책정한 적정한 가격“이라고 밝혔지만, 이만한 액수를 내고 음악회를 갈만한 고양 시민이 얼마나 되는가. 결과적으로 1회로 그친  공연의 유료관람객은 18%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날 공연장은 좌석이 모자라 일부 관객은 보조의자 신세를 져야 했다. 주최 측이 초대권을 남발한 결과였다. 공연이 시작된 뒤에도 초대권으로 좌석다툼을 벌이는 등 웃지 못 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고양문화재단이 공연수익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행사였다면 <고양어울림극장>의 [라 스카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은 실패작으로 끝났다. 한 공연기획 전문가는 “개관기념 공연을 수익성 위주로 운영했다면 잘못이며, 경제적 이득을 챙기려 했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더 많은 유료관객을 확보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양어울림극장> 공연에 이은 라 스카라 교향악단의 서울 <예술의 전당> 공연에선 상당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 방송 등 매체와 프랜카드 등 홍보물을 적극 활용한 결과였다. 
<덕양어울림누리>가 지역민에 친숙한 문화-체육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많은 고양시민들은 어울림극장에서 값비싼 고급 공연보다 적정가의 좋은 공연을 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 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주엽동에 사는 한 시민(고교 음악교사)은 “내 고장의 고급 공연장에서 수준 높은 연주회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20~30만원을 받으면 곤란하다. 재정자립도 중요하므로 장기적으로 유료회원을 확보하여 적정비율의 할인혜택을 주면 더 많은 유료관객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덕양구 행신동의 한 주부는 어울림극장이 대중친화적인 공연장이 되길 바랬다.
 <고양어울림극장>의 [라 스카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기대한 성과를 못 올린 것은 주최 측의 운영 미숙과 홍보부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지난 10월 2일 개관한 <안산문화 예술의 전당>은 설계단계부터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총 객석 1,572석 중 VIP석은 95석만 할당하고 VIP석 매표 값도 5만원이하로 동결했다.
이 공연장의 홍보팀은 "보다 많은 시민들이 부담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중간 가격대의 좌석을 대량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안산문화 예술의 전당>은 최근 서울 <예술의 전당> 출연료의 절반이하 값에 「금난새 초청음악회」를 열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주최 측은 방송 스팟을 이용한 홍보 전략을 펴는 한편, 개관행사 때 확보한 관객의 전자우편 주소에 음악회를 알리는 이메일을 보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물론 <덕양어울림누리>도 관람료 2~5만원선의「태평서곡」을 공연했고 「상트 페테르부르그 줄 인형극」에선 할인율을 적용하여 1만원이하로 관객을 유치했다. 대표적인 흥행 성공작은 뮤지컬「시집가는 날」로 9월 한 달 관객점유율 80%라는 성과를 올렸다. 그리고 국립국악원이나 서울예술단 등 수준급의 공연단을 유치, 다양한 문화공연을 선보여 고양시민의 자부심을 이끈 것도 사실이다.
지방도시의 대형 공연장의 운영방안에 대해 관람료을 낮추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임정희 교수(연세대-한국문화예술진흥원 이사)는 “공연장은 볼거리를 보여주는 곳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공연 유치를 할 때는 공연주체가 적극적으로 공연작품의 창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연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대관보다는 지역의 실력 있는 단체에 공연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여 말하고 지방공연장은 원칙적으로 수익성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양문화재단은 공익성과 수익성의 두 가지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할 입장에 있다.  2년 후의 <일산아람누리>의 개관을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와 관련하여 이상만 고양문화재단 총감독은 지난 8일 경기TV출연 대담에서 “덕양어울림누리는 지역문화발전 기여와 시민 문화공간의 부여라는 기본 소임 때문에 흑자경영이나 수익성에 연연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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