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동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
피해자가 조합원, 조합이 건물 매입
조합원이 다시 임차인으로 거주
김 이사장, 효자동 공동체주택 주민
"고령자 주거, 지역사회돌봄으로 풀어야"
[고양신문] 서민, 청년들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날리고, 집에서도 쫓겨날 위기에 처해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졌던 전세 사기 사건. 강서구 화곡동, 인천시 미추홀구 등에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지만 고양시에서도 청년, 빌라 세입자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지만 뾰족한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낸 탄탄주택협동조합 김수동 이사장을 그가 살고 있는 덕양구 효자동에서 만났다. 그는 8년 전부터 이곳에서 협동조합 주택 ‘여백’을 지어 살고 있다.
지난달 24일 한국사회주택협회는 화성한마음신협, 화성시사회적경제네트워크 등과 함께 경기도 동탄 전세사기 피해회복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업무협약은 동탄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설립한 ‘탄탄주택협동조합’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덕분에 협동조합에 참여한 21가구는 보증금을 모두 반환받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당시 기존 임대인의 무자본 갭투기로 피해 규모가 200세대가 넘었어요. 역전세 상황에서 임대인은 피해자들에게 보증금 반환해 줄 돈이 없으니 소유권 이전해 가라고 일방적으로 통지한 상황이었죠. 우선 조합이 임대인에게서 소유권을 넘겨받습니다. 이후 피해 당사자 조합원과 (주변 전세) 시세의 90%로 재계약을 하는 방식이죠. 나머지 10%는 조합 출자금으로 책정했어요. 굳이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해 주는 한도이기 때문입니다. 조합원 입장에서 보면 원래 보증금과 시세 금액과의 차이만큼 손해를 감수하는 대신, 반환은 확실히 보장되는 구조입니다.“
사회주택협회가 협동조합형 전세사기 치유 모델을 설계해 경기도에 제안을 한 것이다.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했을 때, 일부 피해자들은 “또 다른 사기꾼 아니냐”며 의심했다. 설득하고, 설명하며 나아가던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공공,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보험 인수 거절이었다. 세입자들이 조합원이라 사실상 임대인 지위를 갖고 있다는 이유였다.
"반전세 전환을 위한 보증금 반환 자금 조달이 관건인데, 순탄치 않아 초기 21명에서 더 이상 조합원 가입을 받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자금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주택협회 주관으로 전세사기 피해 치유를 위한 시민연대기금 모금 캠페인도 했고, 최근 화성한마음신협에서 상생협력자금을 대출받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난 7월 5일부로 조합원 21명 전원에 대한 보증금 반환 치유가 완료 됐어요."
탄탄주택협동조합을 만난 피해자들은 이제 사회적 경제의 의미를 이해하고, 협동조합 방식으로 누군가를 돕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기도와 화성시, 화성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있어서 21명 조합원의 보증금을 치유하고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특히 화성시 도움으로 화성시 상생협력기금을 대출 받았죠. 화성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한국사회주택협회가 업무협약을 맺고 화성시의 전세피해지원과 화성시의 사회주택 공급을 위해 협력했습니다.”
김수동 이사장은 8년 전 공동체주택의 터전으로 고양시를 선택하면서 고양시민이 됐다. 사업을 하다가 50대 초반이었던 2014년 사회적 경제에 마음이 끌렸다. 2015년에는 ‘시니어소셜하우스’라는 고령자주거 모델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하였다.
“집은 여전히 소유개념이 강해요. 타인과 공유하거나 나눈다는 개념이 특히 60~70대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죠. 시장이 잘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사업으로 사회주택 추진은 쉽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지금 살고 있는 공동체주택 ‘여백’에 참여하여 든든한 이웃들과 함께 함께사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집을 짓고, 사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실제 해보니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어요. 덕분에 제 이야기를 가지고 강의도 하고, 좀 더 자연스럽게 주거문제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시민출자 운동 방식으로 청년 주거문제를 풀어나가는 ‘터무니있는 집’에도 참여했던 김 이사장은 자연스럽게 청년주거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전세사기를 지원하기 위한 탄탄주택협동조합도 주 피해자인 청년세대를 돕는 것에서 출발했다. 덕분에 공동체주택, 사회주택을 어느정도 알릴 수 있었다고 자평한다. 최근에는 이 고민이 노인공동체, 고령화주거로 이동했다.
“사회주택협회가 그동안 청년, 1인 가구에 주목해왔지만 이제는 고령자주거에도 관심을 가져야할 때라는 생각입니다. 노인 1000만 시대, 초고령사회에 당연한 결론입니다. 정부는 총선 앞두고 고령자주택 규제를 풀겠다고 하더니 7월말에 ‘시니어레지던스’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실버타운 분양,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노인주택을 실버타운과 등치시켜 아파트처럼 공급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노인들을 지역사회가 품지 못하고 밀어내는 방식이다. 위험하고 불편한 아파트, 공간에서 혼자 살다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요양시설로 가고, 그곳에서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 누구에게나 도래할 미래의 당연한 모습일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마지막 집 또한 요양시설이거나 시설 입소일 수 있습니다. 그 미래가 원치 않는 모습이라면 모든 미래자원과 용적률이라는 공공자원을 소진하며 아파트만 끝없이 지어 올리지 말고 우리의 마지막 집에 신경 써야 할 것입니다.”
김수동 이사장은 “지역마다 마을공동체를 회복시키고,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나이 들어서도 살던 곳에서 동네, 지역의 일원으로 살다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고령자 주거의 키워드가 지역사회돌봄이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고양시에서도 이미 포화상태인 요양시설 수요를 줄이고, 지역과 공동체를 살릴 수 있다는 것. 김수동 이사장은 조만간 고양신문에 살고 있는 공동체 주택 ‘여백’도 소개하겠다며, 고령화주택과 지금의 고민은 고양시에서 풀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