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고양, 노인돌봄 대안찾자5]
돌보는 이들을 위한 돌봄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280만
열악한 환경과 처우, 현장엔 68만
고양 요양보호노동자 2만5천명
‘좋은 돌봄’위한 모니터링 정책 필요
[고양신문] “아파도 요양원에는 가고 싶지 않아요. 뉴스 보면 학대 받고, 밥 안 주고 그런 장면만 나오잖아.” 노인복지관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요양보호사, 돌보는 이들에 대해 뉴스와 입소문을 통해 접한 선입견을 전했다.
“깨물고, 할퀴고, 씨름 하다보면, 아휴.” “젊은 사람들, 조금이라도 다른 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하려고 하지 않아요.” 50대에 일을 시작해 20년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인자씨는 또 다른 현실을 말했다.
요양보호사를 돌봄전문가로 인식해야
“요양보호소가 입소한 어르신을 폭행하는 영상은 보도가 되지만 어르신에게 폭언, 폭행당하는 요양보호사 모습을 본 적 있는가.” “권투 선수 출신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남자어르신이 있다. 주1회 목욕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요양보호사 2~3명이 매달린다. 안 맞으면 다행이다. 어르신에게 안 맞아본 사람은 일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13일 국회에서는 ‘장기요양제도의 공공성 강화와 요양보호사 노동권 보장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본부가 주관하고 남인순·백혜련·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 공동대책위원회 등이 공동 주최했다.
“2025년 초고령 사회가 되어 노인인구와 이용자는 늘어나는데 요양보호사는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전국에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한 사람이 280만 명인데 실제 일하는 사람은 68만 명에 불과하다. 열악한 처우와 환경에 젊은 요양보호사들이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현재 노인돌봄은 노노케어(노인이 노인을 돌보는)라고 말한다. 이런 시점에서 정부는 제도를 바꿀 생각은 없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요양보호사 교육을 시켜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서비스 질은 포기하고 인력만 확보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 늘푸름돌봄센터 권은자씨는 요양보호사를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돌봄전문가로 인식하고 열악한 환경과 처우를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장기요양제도는 공공이 부담해야하는 돌봄, 사회서비스의 영역을 민간에게 떠넘기면서 양적인 측면의 효과는 거두었으나 서비스 질의 문제, 서비스 제공자와 수혜자 모두가 인권의 사각 지대에 놓이는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보건복지부 장기요양실태조사 결과 방문요양보호사의 월 평균 임금이 87만2000원, 시설 요양보호사 200만9000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라며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수가 중 인건비 지출비율을 방문 요양 86.6%, 시설 요양 61.1%로 정했지만 인건비에는 기본 급여, 수당, 사회보험 기관 부담금 및 퇴직적립금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실제로 요양보호사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부터 장기근속장려금 제도를 도입했지만 ‘동일한 요양기관’ 조건이 충족되기 어렵다. 돌봄노동자의 성희롱 등 인권침해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결과 이용자 또는 가족으로부터 비난, 고함, 욕설을 경험한 방문 요양보호사는 15.3%, 시설요양보호사 33.4%, 성희롱, 성적·신체접촉 등의 경험도 각각 4.6%, 12.4%였다. 남우근 소장은 “요양보호사의 적정 임금 수준을 보장하고, 경력개발에 대한 동기 부여 차원에서 숙련단계와 직무 등급을 고려한 임금체계를 마련해야한다”며 “돌봄노동자들에 대한 부당 대우를 방지하기 위해 기관에 대해서 예방 노력과 사후 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기관평가에 반영, 위반 시 벌칙 규정을 둬 강제성을 확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돌봄노동자도 돌봄주체로
고양시에는 약 2만5000명의 요양보호사 등 장기요양기관 종사자가 있다. 2020년 고양시의회 박시동 의원 등은 ‘고양시 장기요양 처우개선 및 지위 향상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해당 조례안은 상임위를 통과했으나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조례안은 노인장기요양보호법과 노인복지법에 근거해 장기요양요원의 처우개선과 복지증진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시장이 근무환경 개선, 폭언, 폭행, 성희롱, 성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처우개선 수당 지급, 장기요양지원센터를 설치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고양시는 16만3080명으로 경기도에서 노인인구가 가장 많고, 2020년 기준 시설과 재가를 포함한 고양시 장기요양기관도 587개, 정원 1만501명에 이르고 있다. 고양시정연구원은 ‘고양시 노인실태 및 욕구 분석 보고서에서 “고양시는 장기요양기관 간 서비스 질의 격차를 줄이고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며 요양기관의 서비스 질 관리에 더 집중필 필요가 있다”며 “서비스 질 관리를 위해서는 자체 기준 마련과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좋은 돌봄 인증 체계 도입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사회적으로 돌봄노동이 저평가되면서 돌봄 주체로 이용자, 제공자(시설), 행정만을 생각합니다. 돌봄노동자까지 포함해 4각을 주체로 세우고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주체로 인정해야만 좋은 돌봄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기관에서 요양기관, 시설과만 소통하면 되지 왜 요양보호사들까지 고민해야하냐는 관점이면 인식, 처우개선은 어렵습니다.”
서울시어르신돌봄종사자지원센터 최경숙 센터장은 요양보호사들의 열악한 근무조건, 인권침해 등을 외면한 채 좋은 돌봄, 건강한 요양서비스 제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가 요양보호사들의 처우개선과 인권을 위한 권고도 받아들이지 않고, 지자체가 관련 제도, 예산 마련에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 이용자들과 돌봄노동자 모두가 인권침해, 부당한 대우를 걱정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받는 일자리에서도 가장 불안전한 일자리, 평균연령 61세, 평균 급여 92만원. 모두가 초고령사회를 걱정한다면서도 정작 가장 최일선에서 돌봄노동을 떠맡고 있는 돌봄노동자들의 현실을 정부와 사회가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고양시도 고령화사회 요양시설 급증과 장기요양보험 급여 부담을 걱정하기 전에 ‘좋은 돌봄’을 위한 모니터링과 ‘좋은 정책’ 제안을 고민해야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