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규모 쿠팡고양센터
폭염에도 에어컨 시설 ‘전무’
건축법상 창고시설, 의무화 X
환경개선 위해 관련법 개정해야

원흥동에 자리한 쿠팡 고양물류센터
원흥동에 자리한 쿠팡 고양물류센터

[고양신문] “일단 에어컨은 없어요. 내부가 축구경기장 절반만하게 넓은데다가 위로 다 뚫려있고 차가 항시 다니다보니… 게이트도 없이 그냥 다 개방되어 있는 구조죠. 그래서 여름엔 엄청 덥고 겨울엔 또 엄청 춥고. 특히나 요즘 같은 날씨에는 내부 온도가 바깥보다도 덥지만 냉방시설이라곤 서큘레이터나 선풍기 정도가 전부예요.”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 14일 오금동 쿠팡물류센터 앞에서 만난 송정현 쿠팡택배 일산지회장은 쿠팡 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성토했다. 현재 고양시에 자리한 쿠팡 물류센터(캠프)는 2022년 5월 준공허가를 받은 오금동 캠프를 포함해 총 5곳. 이중 원흥 도래울마을 인근에 있는 물류센터는 전국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시설이다. 하지만 이곳 고양센터에서 일하는 2000여명의 노동자들은 폭염경보가 발효되는 살인적인 더위 속에도 제대로 된 냉방시설 없이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노조원들의 말에 따르면 현재 쿠팡 고양센터는 일부 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층에는 에어컨 대신 서큘레이터와 선풍기만 설치되어 있다. “층마다 에어컨이 설치된 휴게실이 있고, 수천 대의 냉난방기가 가동돼 쾌적하다”는 쿠팡 측의 홍보 내용과는 상반된 주장이다. 송정현 지회장은 “에어컨이 설치된 휴게실이 일부 있긴 하지만 정해진 휴식시간이 없고 조금만 쉬려고 해도 관리자들이 호출하기 때문에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며 “그마저도 우리 같은 택배기사들은 제대로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원래대로라면 택배물품 분류작업과 배송작업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하지만 실제 쿠팡 물류센터 작업현장에서는 일손부족을 이유로 배달기사들에게 분류작업까지 떠맡기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처럼 연이은 폭염으로 최근 몇 년간 쿠팡 물류센터 내 온열환자 발생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쿠팡에서는 작업장 내 에어컨 설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류센터 구조상 에어컨 설치가 어려우며 이는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현행법상 쿠팡 물류센터는 창고시설로 분류되어 있어 냉난방 시설 설치를 강제하는 법 규정에 자유롭다.

현행 기계설비법에 따르면 ‘연면적 1만㎡(3000평) 이상인 건축물에는 일정 기준을 만족하는 냉난방·환기 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창고시설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 건축과 관계자 또한 “현재 물류센터는 건축법 상으로 29가지 항목 중 창고시설로 분류된다. 물품을 저장하거나 분류하는 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에어컨이나 환기시설 설치 같은 의무사항은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쿠팡과 같은 물류센터의 경우 사실상 물품보관뿐만 아니라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장으로 이용되는 만큼 관련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11월 국회 토론회에서 냉난방 시설이 정비되지 않아 온열질환 문제가 반복되는 쿠팡 물류센터를 개선하기 위해 기계설비법과 건축법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문은영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는 “과거에는 물류센터가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로서의 역할만 했다면 현재는 노동자가 상주하며 포장과 배송 업무를 하는 작업장으로 변화했다”며 “기계설비법상 냉난방설비와 공기조화설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건축법상 노동자가 상주하는 물류센터의 경우 ‘창고’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작년 10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쿠팡과 같은 생활물류센터의 냉·온방 및 환기설비 설치를 위한 법령 개정 등 개선방안 마련을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토부 측은 최근 6월 “작업장에서의 근로자 안전확보 측면을 위한 냉·온방 설비 등 조치는 산업안전보건법령에서 다루어야 할 사항”이라며 불수용 입장을 밝혀 비판이 일고 있다. 

송영주 진보당 고양시지역위원장은 “쿠팡은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적정한 노동환경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냉난방 시설 의무화를 위한 법 개정 뿐만 아니라 일정 온도 이상 올라갈 경우 작업을 멈출 수 있는 작업중지권 도입, 휴게시설 의무화 등의 방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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